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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터 박영순의 커피 인문학

커피, ‘마시는 공간’을 창조하다

  • 박영순 | 커피 테이스터, 경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 twitnews@naver.com

커피, ‘마시는 공간’을 창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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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튼튼하게, 피부 맑게

커피, ‘마시는 공간’을 창조하다

터키 이스탄불의 카페촌. [사진제공·커피비평가협회]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나일 강 루트를 통해 이집트로, 다른 하나는 홍해를 건너 예멘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바그다드병원장이던 라제스(865~923)는 ‘의학보고’에 “커피가 사지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맑게 한다. 커피를 마시면 좋은 체취가 난다”고 썼다. 이는 커피에 대한, 현존하는 가장 오랜 기록이다. 9세기에 이미 예멘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나 이라크에까지 커피 음용 문화가 전해졌다는 방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를 중심으로 이슬람권에 커피를 널리 퍼뜨린 일등공신은 신비주의 수피즘(Sufism) 수도승들이다. 이슬람 성지 메카의 카바(Kabah) 신전을 관장하던 수피들은 8~16세기에 걸쳐 아라비아 반도는 물론 동쪽으로 이라크와 페르시아, 서쪽으로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더 멀리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이슬람교는 종교의식에서 음악을 거의 쓰지 않는다. 굳이 종교음악이라고 한다면, 기도할 때를 알리는 소리인 ‘아잔’과 코란을 읽는 소리 정도다. 그러나 시아파의 한 분파인 수피는 적극적으로 노래하고 춤추면서 신을 만나려는 독특한 행태를 보였다. 이들은  격렬하게 빙글빙글 도는 ‘수피 댄스(Sufi Whirling)’를 하면서 무아경에 빠져들었는데, 춤을 추는 수피와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은 커피를 즐겼다. 그래서 수피들이 가는 곳엔 어김없이 커피가 따라다녔다.

수피들이 알라와 소통하는 매개체로서 춤과 커피를 애용하면서 커피는 이슬람의 음료로 굳건히 뿌리를 내렸다. 이런 과정에서 커피가 동굴에서 죽어가는 마호메트를 살렸다는 스토리텔링이 만들어지면서 무슬림들은 기꺼이 커피를 만끽했다.

동남쪽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선 12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커피 원두가 발굴됐다. 13세기 몽골이 바그다드를 침략하자 피난길에 오른 수피들을 따라 커피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터키에까지 퍼져나갔다. 페르시아에선 지배세력이 예멘을 점령하면서 15세기 중엽에 커피 문화가 형성됐고, 1501년 사파비 왕조의 시작과 함께 커피하우스까지 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독점한 예멘

커피 연대기에서 14~15세기의 주인공은 예멘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가 홍해를 건너고 아라비아 반도를 거슬러 마침내 지중해를 넘고 터키로 전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예멘은 스토리를 잇는 가교 구실을 한다.

커피가 수피들을 통해 이슬람권 전역으로 퍼지자 수요를 댈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자 예멘은 직접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한다. 수확한 커피는 당시 아라비아 반도 중심지인 메카로 보내졌다. 예멘은 커피의 유일한 공급원으로, 시장을 독점한다. 아라비아 반도가 사막과 험준한 계곡투성이인 탓에 물류는 홍해에 접한 항구도시 모카(Mocha)를 통해 퍼져나갔다. 1600년대 중반 모카를 통해 수출된 커피 생두는 연간 8만 포대(1포대=60kg)에 달했다. 모카 항은 그야말로 커피의 대명사가 됐다. 지금도 모카는 커피를 지칭하는 말로 통한다.

커피가 큰 부(富)를 안겨주자 예멘은 커피가 타국으로 유출되지 않게 철저히 관리했다. 예멘을 벗어나는 커피 생두엔 열을 가해 번식력이 없도록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커피를 볶아 먹는 법을 깨우치게 됐다는 설이 있다. 바그다드와 메소포타미아에선 1500년대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커피 생두 로스팅용 철제 국자가 발굴되기도 했다. 이는 당시 커피를 전문적으로 볶아내는 커피하우스가 존재했음을 뒷받침하는 ‘물증’이다.

1511년엔 메카의 통치자가 “사람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음탕한 짓을 한다”는 이유로 커피 음용을 금지했다가 되레 카이로의 군주에게서 파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카페가  그만큼 널리 확산됐음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다. 그러나 딱 꼬집어 카페 이름을 댈 자료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15세기 후반쯤 메카에 ‘카베 카네스(Kaveh kanes)’라 불리는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고 전하는 정도다. 카베 카네스가 간판에 적힌  고유명사인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지칭하는 보통명사인지는 분명치 않다.  



터키가 카페 元祖라고?

커피, ‘마시는 공간’을 창조하다

이스탄불 전통시장의 커피 추출용 도구들. [사진제공·커피비평가협회]

커피 역사에서 16세기 터키가 등장하고 17세기 초 이탈리아 베니스를 통해 커피가 유럽에 상륙한 이후의 사연은 많은 기록물 덕분에 비교적 상세히 서술된다. 그러나 여기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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