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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집 짓기는 욕심 내려놓기

2화_사고, 팔고, 이사 준비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집 짓기는 욕심 내려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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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파는 문제

집 짓기는 욕심 내려놓기

우리 집은 옆집과 벽이 거의 붙어 있어 공사 중 민원이 걱정됐다.

우리가 집을 계약한 2015년은 그동안 ‘꼼짝 마’ 자세로 움츠렸던 부동산 경기가 급작스레 살아난 시기다. 2014년부터 각종 부동산 부양책을 내놓으며 나라에서 빚내서 집 사라고 부추긴 탓이리라. 2014년부터 부동산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느낌을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피부로 느꼈다.  

집을 지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서 그런지, 살고 있는 아파트는 그냥 편리함을 추구하며 사는 곳이자 재산 유지의 수단일 뿐 기회가 오면 아파트를 갈아탈 궁리부터 했던 것 같다. 층간소음 문제도 한몫했다. 2009년 매입한 지난번 아파트엔 강화마루(바닥과 마루 사이가 약간 떠 있는 구조로, 긁히지 않는 반면 비교적 시끄럽다)가 깔려 있었는데, 아래층 이웃이 새로 이사 오면서 아이들 발소리, 목욕탕에서 애들 웃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고 문제를 제기해 여러 번 얼굴을 붉힌 끝에 지금 사는 아파트(2층)로 도망치듯 이사 왔던 것이다. 초인종 소리만 나면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지…. 내 생애 고층 아파트로 이사 가는 일은 다시 없을 것 같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뭔가 새로운 것을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관심 있는 지역의 부동산 시세를 습관처럼 줄곧 살폈다. 시세도 확인했지만 두세 달 전 팔린 가격도 함께 확인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2014년 초에 비해 11월엔 실거래 가격이 6000만 원가량 올라 있었다.

내가 자주 가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두 군데였는데, 첫 번째는 지금 사는 아파트를 저렴하게 살 수 있게 주선해준 곳, 두 번째는 아이 학원 아래 있어 이것저것 물어보러 다니던 곳이다. 그 무렵 첫 번째 부동산 사장님은 “집값이 많이 올라 시기가 좋으니 쓸데없이 융자금 이자 내지 말고 지금 집을 팔아 빌라 같은 데 전세로 살면서 집 지을 땅을 찾으라” 했다. 반면, 두 번째 부동산 사장님은 “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사는 곳이 불안하면 아이들도 마음을 못 잡을 수 있고 아직 더 오를 수도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때 우리는 집 지을 땅도 구하지 못했고, 아이들도 그렇고, 결정적으로 전세 값이 너무 올라 갈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 움직이지 못했다.

그런데 명륜동 집을 계약한 2015년 3월엔 2014년 11월에 비해 시세가 6000만 원가량 더 올라 있었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부동산 사장님 덕분에 명륜동 집을 기분 좋게 계약할 수 있었다.



아파트는 예상보다 빨리 팔렸다. 첫 번째로 집을 보러 온 사람이 여러 군데 비교해보던 끝에 계약을 하자고 했다. 잔금은 7월. ‘6월에 집을 빼야 하면 학기 중 전학도 그렇고 곤란한데…’ 싶다가도, 이러다 또 안 팔려 쩔쩔매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그냥 계약했다. 이번에도 잔금을 6월로 최대한 미루고 이사 갈 준비를 시작했다. 계약하고 나서도 아파트 값은 꾸준히 오르는 것 같았다. 맘이 어수선했지만 어차피 ‘꼭지에 팔자’ 기대한 건 아니라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아파트촌과 구도심

집 짓기는 욕심 내려놓기

좁은 집에서 휴식처가 돼준 옥상 공간. 도심 주택에선 옥상이나 베란다가 마당을 대신한다.

서초구 잠원동의 두 번째 부동산 사장님은 적절한 타이밍에 집을 팔 수 있게 도와줬을 뿐 아니라 양도소득 면제 관련 서류도 작성해주고 친언니처럼 상담자 역할을 제대로 해주셨다.    

반면 구도심(특히 지금 사는 곳과 다를 때)에서 집을 구입하려 할 때 어려운 점 중 하나는 ‘내게 맞는 부동산 중개업소 찾기’였다. 아파트촌에서 중개업을 하는 분들은 부동산업 외에 다른 전문 분야가 있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적극적이다. 한번 연락처를 남기면 내가 원하지 않을 때도 가끔씩 전화해서 팔 생각이 없는지 묻는다. 구도심에선 드문 일이다.  

아파트 밀집 지역은 인터넷만 잘 살펴봐도 시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검색해보면 해당 아파트의 최고가는 언제 얼마였는지, 최저가는 언제 얼마였는지, 1층과 로열층의 가격 차이는 얼마나 나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갈 때나 잠이 안 올 때, 심심할 때 휴대전화로 서울 관심 지역 아파트 실거래가를 검색하곤 했다.

하지만 구도심 단독주택지는 다르다. 구도심도 실거래가 검색은 되지만, 평수와 가격밖에 알 수 없어 그 집의 위치나 상태 확인이 불가능하므로 평당 얼마라는 계산은 의미가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적당한 매물은 안 보인다. 생각보다 싼 집이 있어 찾아가보면 1층이 뒤쪽에서는 지하라거나, 건축법을 따지면 신축이 불가능하다든지,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골목 안쪽에 있다거나 하는 등의 다양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집을 살 때 먼저 소개받은 집도 이런 이유에서 값이 쌌던 것이다.

더욱이 구도심 부동산 중개업소에선 여전히 장부에 매물을 기록한다. 저렴하다고 여기는 매물에 대해 브리핑한 후엔 이런 말을 덧붙이기도 한다.

“절대 다른 부동산엔 얘기하면 안 돼요. 집을 볼 때도 멀찍이서 보세요. 자꾸 기웃거리면 다른 부동산에서 눈치 채니까.”

어느 시절 얘기인가 싶겠지만 요즘 얘기다. 중개업소 한 군데와만 거래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다. 설상가상, 다음에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연락해달라고 메모를 남겨놓아도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먼저 ‘마땅한 집이 있으니 나와보라’고 전화하는 일은 없다.

인터넷으로 매물을 공유하며 경쟁하는 아파트촌과 달리 구도심 쪽에서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것은 기성복과 맞춤옷의 차이일 것이다. 급하면 안 보고도 구할 수 있는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넓이, 층수, 평당 단가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그 집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낡은 집은 낡은 집대로, 신축은 신축대로. 외관, 자재, 구조, 쓰임, 골목과 향, 꼭대기냐 평지냐에 따라 같은 동네, 심지어 한 골목에서도 사뭇 다른 가치의 집이 공존한다. 어떤 전문가는 신축된 옆집을 보면 자기 집을 얼마나 지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하던데 구도심에선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따라서 구도심의 땅을 찾을 땐 한 동네에서도 여러 군데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순례해야 하고, 그것도 마실 다니듯 자주 다녀야 한다. 처음엔 이런 점이 구태의연, 두루뭉술, 촌스러움, 답답함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지금은 편안함, 이웃, 여유, 정겨움으로 이해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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