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北 도발 시작…파주·백령도서 추락
2017년 주한미군 ‘사드’ 기지 일대 촬영
2022년 무인기 5대 용산 대통령실·국방부 침투
전투기 출격했지만 격추 못 해…2023년 ‘드론사’ 창설
2024년 北에 ‘삐라’ 살포…“‘오물 풍선’ 대응 vs 계엄 명분용”
2025~26년 민간인 무인기 사건, 정보사 연루 의혹 수사
“러-우 전쟁으로 北 기술 급성장…드론전 연구 시급”

30대 대학원생 오모 씨 외 2명이 북한에 보낸 무인기. 노동신문
이 사건은 30대 대학원생 오모 씨 외 2명이 2025년 9월 27일과 2026년 1월 4일 두 차례 북한 개성시 인근에 무인기를 보낸 사건이다. 두 대 모두 북한이 격추했다. 2026년 1월 10일 북한은 “한국은 무인기에 의한 주권 침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것에 대하여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수사기관은 오 씨가 북한에 드론을 보낸 이유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오 씨는 1월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방사능 측정을 위한 과학적 실험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군경합동조사TF는 2월 10일 “군 정보사령부와 국가정보원 등 18곳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씨가 군과 정보기관의 협력을 통해 북한에 드론을 보냈다고 보는 것이다.
통일부는 이 사건에 대해 북한에 ‘사과’하기도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월 10일 “이번에 일어난 무모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해 북측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는바”라고 말했다. 하지만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월 14일 오사카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브리핑에서 “북한(의 무인기) 관련해서는 냉정하고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며 “‘북한이 (먼저) 우리에게 무인기를 보낸 적 있다는 점’ 또한 정전협정 위반”이라 짚었다.
실제로 한국과 북한의 ‘무인기 도발사(史)’를 살펴보면 포문을 연 것은 북한이다. 처음 발견된 것은 2014년 3월로, 북한 무인기 2대가 각각 경기 파주시와 인천 옹진군 백령도에 추락했다.
2014년에 이미 北 무인기에 뚫린 서울 하늘

2014년 3월 경기 파주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부품. 부품에 적힌 글귀의 서체를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북한이 보낸 무인기로 밝혀졌다. 뉴스1
같은 해 4월 북한이 보낸 드론이 또 발견됐다. 강원 삼척시에서 “추락한 북한 무인기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2013년 10월 북한 무인기를 발견했으나 한국에서 날리던 무인기가 추락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3월 북한 무인기가 발견됐다는 보도를 보고, 과거 발견한 무인기가 이와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 추후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국방부의 조사를 통해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북한에서 보낸 것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조사 발표 직후에는 북한이 보낸 무인기가 아닐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2014년 4월 11일 국회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북한 무인기에 적힌 서체 중 한국 프로그램인 ‘아래아 한글’ 서체가 있다(위 사진 원 안 글씨 참고). 북한 무인기에 왜 한국 서체가 붙어 있느냐”며 “북한 무인기라고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누군가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2014년 4월 15일 설명 자료를 통해 “북한이 사용하는 문서 작성 프로그램 ‘창덕 워드’에서도 무인기에 쓰인 서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는 자료가 공개됐다. 북한 무인기 발견 1년여 전인 2013년 3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대 시찰 사진이었다. 이 사진 한편에는 무인기 날개로 추정되는 하늘색 물체가 보였다. 실제로 당시 한국에서 발견된 북한 측 무인기는 모두 하늘색이었다. 군 당국이 해당 사진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발견된 무인기와 같은 기종이었다. 이후 하늘색은 북한 무인기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공교롭게도 오 씨가 북한에 보낸 무인기도 하늘색으로 도색돼 있었다.
이후에도 북한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국내에서 발견됐다. 2014년 9월 백령도 서쪽 해안가에서 심하게 파손된 무인기가 한 대 발견됐다. 파주시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 기종에 하늘색이었다.
2017년 6월 9일에는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북한 무인기가 발견됐다. 국방부 조사 결과 이 무인기는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의 골프장을 정찰한 것이 밝혀졌다. 무인기 내 메모리 카드에서는 총 551장의 사진이 있었는데 이 중 사드가 배치된 곳을 찍은 사진도 10여 장 있었다.

2017년 6월 9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합동참모본부
THAAD 기지, 용산 대통령실까지 침투
북한은 2017년 5월 2일 북한 강원 금강군에서 이 무인기를 이륙시켰다. 주한미군이 사드 기지에 사격통제용 레이더, 발사대 2기, 교전통제소 등 핵심 장비를 반입한 지 불과 6일이 지난 시점이다. 무인기는 성주군 일대를 촬영하고 군사분계선(MDL)으로 북상하다가 연료가 떨어져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당시 국방부는 “2014년 북한 무인기 침투 사건 이후 소형 무인기를 새로운 군사 위협으로 간주해 방공작전 태세를 보완하고 있다”면서 “전방 지역에 소형 무인기를 탐지·추적·격추할 수 있는 장비를 조기 전력화할 것”이라 밝혔다.
국방부의 공언이 무색하게 5년 뒤인 2022년 12월 26일 북한의 무인기 5대가 다시 한번 한국 영공을 침범했다. 이날 오전 10시 25분 MDL을 넘은 5대의 무인기 중 4대는 강화도 인근 상공을 비행했다. 남은 한 대는 경기 김포시 애기봉과 파주의 오두산 전망대 사이를 통과해 서울 상공에 진입했다.
이 무인기는 서울 은평구를 지나 서울 시내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투했다. P-73은 당시 용산에 위치했던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반경 3.7㎞에 달하는 구역이다. 서울시청은 물론 서울 중구, 서초구, 동작구도 일부 포함된다. 한 대가 서울 한복판까지 진입하는 동안 나머지 4대는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강화도, 석모도 등 지역에서 교란 비행을 벌였다.
한국군은 전투기까지 출격시키며 대응했지만 북한 무인기를 한 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서울로 침투했던 무인기는 북한으로 돌아갔다. 국방부는 무인기의 정확한 복귀 시간을 분석했는데 최소 7시간 넘게 한국 상공에 머문 것으로 추측된다. 나머지 4대 무인기는 계속 강화도 인근에서 교란 비행을 하다 사라졌다. 국방부는 소실된 무인기들의 추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주변 해변을 수색했으나 잔해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
같은 날인 그해 12월 26일, 우리 군은 대응 차원에서 무인 정찰기 RQ-101 ‘송골매’ 2대를 군사분계선(MDL) 이북으로 투입해 정찰 작전을 펼쳤다. 이때 처음 한국 무인기가 북한 영공에 침투했다. 당시 북한은 이 침투에 전혀 대응하지 않았다.
北 무인기 막으려던 드론사, ‘계엄 연루’ 오명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2023년 3월 정부는 드론작전사령부(이하 드론사)를 신설했다. 무인기 방호체계 및 무인 공격 역량을 갖추는 것이 드론사의 목표였다.하지만 드론사가 무인기 전력을 갖추는 일만 한 것은 아니었다. 드론사는 2024년 10월 북한에 대북 심리전 전단(삐라)을 실은 무인기를 보냈고, 이 전단을 평양에 살포했다. 북한은 “한국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드론사는 물론 당시 한국 정부도 “한국에서 보낸 무인기가 아니라”고 발뺌했다. 남북 관계는 경색됐고 같은 해 10월 15일 북한이 동해선과 경의선 남북 연결 철도를 폭파하며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해 7월 15일 12·3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측 변호인은 “2024년 10월과 11월 중순까지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작전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해당 작전은 북한의 ‘오물 풍선’ 대응 차원이었을 뿐, 계엄과는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특검은 드론사가 비상계엄 명분을 만들기 위해 드론을 보내 남북 관계를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민간인 오 씨 외 3인이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일도 군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오 씨를 비롯한 민간인들이 정보사령부의 ‘공작 협조자’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1월 23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군 관계자가 의원실 보고에서 “오 씨를 공작 협조자로 포섭해 공식 임무를 맡겼다”며 “‘가장 신문사’를 차려 언론사 직함을 주고 활용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오 씨는 북한 관련 온라인 매체인 ‘엔케이(NK)모니터’와 국제 문제를 다루는 ‘글로벌인사이트’의 발행인으로 등록돼 있다.
용의자 오 씨는 여전히 “방사능 측정 등 과학적 실험을 위한 행동”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공군 관계자는 “무인기에 측정용 필름만 붙이면 방사능 측정이 가능하다”면서도 “북한에 민간 무인기를 보내면서까지 (개성시 일대의 방사능 농도가) 알아내야 하는 중요 정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2022년 무인기 동호회 회원이 자체 제작한 무인기를 띄워 북한 금강산을 수차례 촬영한 사실이 다시금 화제가 됐다. 대구에 사는 A씨는 북한에 3차례나 자체 제작 무인기를 보냈지만 한 차례도 적발된 적이 없다. 스티로폼과 유사한 EPP(발포폴리프로필렌)로 무인기를 만들었기 때문. 군 관계자는 “2m 이하의 초소형 무인기도 사실상 현재 기술로는 레이더 식별이 어렵다”며 “금속도 아닌 자체 제작 무인기가 유행이라면 이미 몰래 북한에 무인기를 날리는 민간인이 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북간 12년 드론 도발사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의 드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2014년에 처음 발견된 드론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추락할 정도도 기술 수준이 낮았으나 2022년 한국군이 놓친 드론은 한국군이 항공전력을 전개해도 잡아내지 못할 정도로 발전했다”며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을 하며 전장에서 드론을 사용하는 기술은 물론 러시아의 드론 기술까지 흡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도 드론 기술 발전 및 드론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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