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호

“文, 경제 분야 관심 부족… ‘포용적 국가’는 선언에 불과”

[인터뷰] 김호균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9-11-19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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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주도성장 너무 빨리 포기했다!

    • 대기업,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부터 해소했어야

    • 김상조, 재벌개혁 의지 있긴 있었나

    • 文 정부 들어 소득불평등 더욱 커져

    • 학생들조차 복지국가 믿지 못해

    • 촛불정부의 핵심 공약, 장관· 부처들이 뭉개고 있다

    • 갈수록 느는 관피아…천수답 농부 같은 정부는 곤란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나라다운 나라 건설’을 기치로 내세우며 80%에 가까운 국정지지율을 기록했던 문 정부가 지금은 좌파 인사들에게조차 비판받는 상황에 처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 결국 후퇴했고, 현 정부가 줄곧 강조해오던 ‘공정의 가치’ 또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검찰 수사로 빛을 바랬다. 

    10월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경제정의와 재벌개혁’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실련 산하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이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부가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장기적 전략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사이 불평등은 더욱 심화됐다”고 쓴소리를 했다. 

    지난해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경제정의를 방해하는 요소로 △재벌의 경제적 집중과 시장지배력의 남용 △정경유착 △경제적 기회 불균등 △갈등적 노사관계 등을 꼽는다. 

    김 교수는 “(조 전 장관은)교수 시절부터 ‘강남좌파’로 불리며 개혁적 좌파의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번 검증 과정에서는 ‘강남생활’만 남고 ‘좌파’는 실종됐다”고 말했다. 11월 6일, 지난 25년간 경실련에서 경제정의와 재벌개혁을 주장해온 김 교수를 명지대 교수실에서 만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 과정을 지켜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조 전 장관의 사퇴 자체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끝까지 업무를 수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검찰개혁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기에 그분만 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성 면에서 보면 사퇴하는 게 맞았다. 그동안 조 전 장관이 주장하던 좌파적 공정성, 민주주의, 인권주의 등의 면모들이 가족 비리라는 의혹에 가려진 게 안타깝고 일정 부분 실망스럽다.”



    너무 빨리 포기한 소득주도성장

    - 같은 교수로서는 어떤가. 

    “(조 전 장관이)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고, 정의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사람이 젊은이들에게 큰 절망감을 안겨줬다는 게 안타깝다. 조 전 장관 딸 대학 입시 의혹과 관련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들이 촛불 시위를 했는데, 다른 학교 학생들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반대 시위를 하지 않은 게 아니다. 그들은 포기를 한 거다. 너무 허탈해서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못했을 뿐이다. 사회 모든 길목을 일부 기득권자들이 다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큰 절망에 빠졌다.” 

    - 그동안 ‘경제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왔는데, 문 정부 들어 변한 게 있나.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 하지만 임기 초와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당초 가졌던 의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물론 야당 공세 등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정부가 투지를 보였어야 한다. 너무 빨리 포기해버린 게 안타깝다.” 

    - 어떤 정책들이 그런가. 

    “소득주도성장과 주52시간 근로제가 대표적이다. 소득주도성장은 대통령 공약 전면에 놓여 있던 정책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좁은 정책으로 접근한 게 패착이라고 생각한다. 소득주도성장의 3가지 축은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하지만 이것들이 오히려 자영업자에게 직격탄을 날리는 꼴이 돼버렸다.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에 취약한 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다. 대기업과 중소, 영세상인 간의 ‘동반 성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만 높이다 보니 오히려 비정규직은 그나마 있던 일자리마저 잃게 됐다.”

    공정위, 처음부터 재벌개혁 의지 크지 않았다

    - 어떤 준비가 필요했다고 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가 먼저 해소됐어야 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가 후려치기, 특허 갈취 등이 대표적이다. 가맹점의 경우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지불 능력이 크지 않은 점주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기에 앞서 가맹 본점의 불공정 행태부터 정비했어야 한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얘긴가. 

    “그렇다. 처음 공정위는 재벌개혁에 제대로 칼을 들이댈 것처럼 했지만 결국 포기해버렸다.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재벌의 ‘자발적 개혁’을 천명했는데, 이는 결국 처음부터 재벌개혁 의지가 크지 않았음을 뜻한다. 불공정한 기업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그에 응당한 과징금도 부과했어야 하지만, 이런 게 거의 실행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속고발권은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직접 고발해야만 검찰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는 제도로, 전속고발권이 있는 한 피해자의 구제가 어렵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미스터피자 갑질’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자, 지난해 8월 공정위와 법무부가 중대한 담합행위에 대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법적 정비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다가 또 흐지부지 없었던 일이 돼버릴 것 같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 빨리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이 일을 그르쳤다는 비판도 있다.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비단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는 이것이 향후 어떤 결과를 불러 올지를 내다보고, 미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만들어놨어야하는데, 이번 정부 역시 그러지 못했다. 개혁은 의욕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을 것이다.” 

    - 주52시간 근로제는 제대로 안착될 것 같나. 

    “그렇지 않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52시간 탄력근로제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하는 걸 보고, 이것도 여차하면 물거품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경제평론가들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입에 달고 사는데, 이는 결국 정규직을 없애자는 것과 같다. 저성장 국면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다시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 결국 선진국이 된다는 건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지금껏 기업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적은 임금을 받고 많은 일을 하길 바랐다. 이러한 부당한 구조가 고착화돼버렸고, 노동자들은 더는 물러설 데가 없게 됐다.” 

    - 11월 민노총이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사 간 타협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이 민노총 출신이라는 점에서 노조의 의견을 경청하는 위원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한번 ‘기울어진 운동장’이 균형을 되찾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경사노위는 대화와 타협의 기구인데, 이걸 잘 하려면 서로 ‘주거니 받거니’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경사노위는 사용자단체 의견만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패착은 최저임금 인상과 탄력근로제를 따로 협상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안건을 동시에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양보와 요구를 조율했어야 하는데, ‘최저임금 속도 조절한다’ ‘탄력근로제도 완화한다’라고 미리 결론을 다 지어놓고 해당 사안을 국회로 옮긴다고 하니, 민노총은 양보만 강요당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끝내 협상에 나오지 않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부터 지켜져야

    11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경총 등 경제 5단체가 모여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11월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경총 등 경제 5단체가 모여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 주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는 기업이 인력을 자동화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생산 현장에서 로봇을 가장 많이 쓰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중요한 대전제는 노동자 임금은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으로 대체할 게 아니라 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는 게 맞다. 하지만 연공서열 방식의 무조건적인 임금 상승은 문제가 있다. 재직 기간이 길다고 임금만 높일 것이 아니라 임금이 올라가는 속도에 맞춰 생산성과 숙련도가 같이 높아지도록 관리하는 것 또한 기업의 책무다. 로봇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 현 정부 들어 노사 간 갈등이 더 심해졌다는 비판이 있다. 

    “기업이 욕심을 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흔히들 노동시장 안정을 위한 선(先) 조건으로 ‘고용안정’을 외치지만,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임금 차별이 해소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사람을 쉽게 해고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지난 3월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소득불평등을 꼽았다.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고 있다는 게 마음 아프다.” 

    - 소득불평등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고용했다가 1~2년 뒤에 해고하는 현상 또한 함께 사라질 거다. 현재 기업들이 기존 근로자를 자르고 신입을 뽑는 이유가 임금을 적게 줘도 되기 때문인데,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지면, 굳이 사람을 자르고 새로 뽑을 이유가 없다.” 

    - 포용적 성장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나. 

    “글쎄, 확신하기 힘들다. 10월 17일 문 대통령은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는데, 이날 나온 메시지가 실망스럽다. 경제 활력과 민생 등을 운운했는데 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 나온 내용들과 다르지 않다. 저소득층에 대한 구제책이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건 실망스럽다. 이는 ‘촛불정부’의 사명과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과연 포용적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문 정부의 퍼주기식 복지정책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나라가 그리스 짝 난다’는 주장인 거 같은데,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첫 번째, 저소득층 지원을 반대하는 행위 자체가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국가는 복지를 확대할 의무를 지닌다’고 헌법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복지 확대는 국가가 짊어져야 할 당연한 책무다. 과거에 김무성 의원(자유한국당)이 ‘복지를 많이 해주면 국민들이 게을러진다’고 발언한 적이 있는데, 이야말로 탄핵감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복지정책의 확대가 국민의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 역시 말이 안 된다. 그리스 디폴트 사태는 투기자본의 농단으로 그리스 정부가 재정위기에 봉착해서 일어난 것이지 복지정책 확대를 근본 원인으로 볼 수 없다. 더욱이 체계적 복지정책으로 유명한 스웨덴이나 폴란드는 망하기는커녕 선진국으로 각광받고 있지 않나.”

    文 대통령, 아랫사람에게 싫은 소리 못해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40% 내외로 선진국과 비교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재정을 너무 긴축적으로 사용해왔다. 저소득층 지원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복지 이론에서 보더라도 글로벌 경제위기 등 대외적인 충격에 강한 나라가 바로 복지국가다. 경기침체로 실업자 소득이 줄어들어도 사회보장이 이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내수에 큰 차질이 생기지 않고 다시 성장 사이클에 올라탈 수 있다. 복지정책이 생산적이냐 비생산적이냐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있어왔지만, 사회복지학계는 복지지출이 많아질수록 생산성도 올라간다고 본다. 당장은 비생산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10년, 20년 뒤에는 생산성과 숙련도가 훨씬 높아진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 이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퍼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도 복지를 늘리는 걸 반대한다. ‘나중에 너희가 수혜자가 될 텐데 왜 반대하느냐’고 물으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할 것 같아서요’라고 답한다. 학생들 스스로 자신감이 있다는 건 높게 평가한다. 취업에 성공해 세금을 많이 낼 수 있는 위치에 오를 것이란 전제하에 나오는 발언이니 말이다. 하지만 위기는 누구에게나 불현듯 찾아올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가 손을 잡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황당하겠나. 복지는 과격하면 과격할수록 좋다.” 

    - 현재 우리나라 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더욱이 이번 정부마저 국가적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게 실망스럽다. 최근 정부는 주택연금 가입연령을 60세에서 55세로 낮추겠다고 했는데, 이는 정부가 노인 빈곤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 개인의 마지막 자산이라 할 수 있는 집을 담보로 ‘네 인생은 네가 책임져라’ 하는 것 아니겠나.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빈곤 노인은 마지막까지 국가가 보살펴줘야 한다. 집 한 채 덜렁 남은 사람들에게 집까지 다 내놓고 가라고 하면, 결국 그 자식들은 아무런 재산도 물려받지 못하고 결국 금수저와 흙수저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 기대가 커서인지 현 정부에 대한 여권 내 비판도 강해지고 있다. 

    “대통령께서 누누이 강조한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적 국가’라는 비전이 선언에 불과할 뿐, 구체적인 정책으로 구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 개개인의 삶 속에 쏙쏙 스며들어야 하는데 그게 되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결정적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대통령의 뜻이 아래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것 같다. 장관이나 각 부처가 정책의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아니면 본인들 선에서 깔아뭉개는 것일 수도 있다. 정책을 실행하기로 결정했으면 해당 부처에 대한 계속적인 점검이 필요한데, 청와대 비서진조차 그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모든 걸 다 챙길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인터뷰할 때도 원고가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전문가이지만, 경제 문제에는 관심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 청와대와 부처 간 엇박자가 문제란 얘긴가.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부분에서도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예를 들면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 원칙)를 적극 도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는데, 정작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대통령 지시가 충실하게 이행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성격상 아랫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것 같다.”

    관피아가 더 늘었다

    현재 우리 경제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바닥을 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GDP) 역시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3.2%(2017), 2.7%(2018)에서 갑자기 1%대로 급격히 떨어진 것인데, 하락한 성장률이 내년을 넘어 장기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특히 아픈 부분이 일자리와 투자다. 김 교수는 ‘1% 성장’의 주원인으로 기업의 투자 부족을 꼽는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이 하지 않으면 정부 스스로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민의 안전 혹은 건강과 직결되는 부분은 민간이 아닌 정부가 직접 공기업을 설립해 책임져야 한다는 애기다. 

    김 교수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건을 보더라도 정부가 직접 나서서 관리해야 하는 분야가 분명히 있다”며 “제약사 신약 검사도 식약처가 직접 검사를 실시하는 게 아니라 특허 출원 업체가 외부 기관에 검사를 의뢰해 그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하는 형식이다. 그러니 인보사 같은 사태가 터지는 거 아니겠나. 국제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의 논리에 맡길 게 있고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 공기업을 늘리면 공무원 수가 더 늘어나지 않겠나. 이에 대한 비판이 많은데. 

    “공무원 수는 더 늘려야 한다. 서민 복지 확대를 위해서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다만 그들이 자신이 맡은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지, 공무원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공무원과 공공기관 채용을 늘리고 복지도 확대해가야 한다. 특히 민간 기업은 리스크가 너무 커서 하지 못하는 걸 정부가 공기업을 세워 연구개발뿐 아니라 직접적인 생산 활동도 활성화해야 한다. 하늘에서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 농부 같은 정부는 곤란하다.” 

    - 문 정부 임기가 절반 정도 남았다.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번 정부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관(官)피아 문제다. 그래서인지 현 정부 들어 관피아가 더 늘어났다. 사법부에서부터 시작된 전관예우가 행정부에까지 확산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관피아는 우리 사회의 경제정의를 훼손하는 가장 큰 축이다. 현재 여권에서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과 더불어 검찰의 전관예우 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부장검사 이상은 퇴직 후 몇 년간 변호사 개업을 금지하거나, 굳이 재취업을 원한다면 국선변호사 혹은 교수처럼 공익적인 활동만 가능하게끔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고자 하는 길을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좀 더 치밀하고 합리적인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신동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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