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호

책 속으로 |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벌거벗을 용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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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02-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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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거벗을 용기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이에게 바치는 조언

    김경록 지음, 흐름출판, 312쪽, 1만5000원

    김경록 지음, 흐름출판, 312쪽, 1만5000원

    ‘인생을 살아라/ 젊거나 늙거나/ 저 참나무처럼.’ 

    영국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참나무’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느 계절에나 버릴 것 없는 참나무처럼 인생을 산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봄에는 초록으로 눈부시고, 여름에는 무성한 잎을 자랑하며, 가을엔 황금색 잎과 열매로 쓸모가 있다. 겨울엔 잎 다 지고 ‘벌거벗어도’ 우뚝한 둥치와 가지로 당당하다. 

    어느 시기에나 잘 사는 게 쉽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인생 후반전에 ‘벌거벗은’ 뒤에도 과연 참나무처럼 당당할 수 있을까. 은퇴 뒤의 삶을 일찍부터 준비한 사람이라면 건강한 관계와 튼튼한 노후 자산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은 은퇴를 앞두고, 혹은 은퇴한 뒤의 삶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늦은 때란 없다.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모자란 부분들을 ‘보수(리노베이션)’해 나가면 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이 ‘벌거벗을 용기’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김 소장은 경제학자이자 은퇴 연구 전문가로 지난 7년간 연구소를 이끌었다. 이 책에서 그는 삶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를 성찰, 관계, 자산, 업(業), 건강으로 나누고 각각에 대해 지혜로운 조언을 들려준다. 

    첫째, 제대로 ‘성찰’하라. 인생 후반전에는 20~30대와 달리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프로이트가 ‘낮의 잔재’라고 불렀던, 나를 억눌러온 후회와 화해해야 한다. 명함, 책임감, 자존심은 내려두고 진짜 나를 만나야 한다. 



    둘째, 사회적 ‘관계’를 탄탄히 만들어라. 노후가 되면 사회에서는 벽에 부딪히고, 집에서는 겉돈다. 인간관계는 좁아져만 간다. 탄탄한 관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당신 말이 옳소, 내 마음도 그렇소.” 상대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셋째, 자산을 불려라. 돈은 현실이자 자존심이다. 마지막까지 당당하려면 돈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투자, 노후 설계, 자산 배분, 연금, 상속에 대해 마치 축구감독이 된 것처럼 체계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 이 책에는 인생 전환기의 자산관리법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들이 소개된다. 

    넷째, 안정적인 ‘업’을 갖춰라.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퇴직과 함께 일자리 노마드족이 돼 소득이 급감하고 직업 안정성이 떨어진다. 창업을 하더라도 소자본 창업의 덫에 빠져 3년 안에 절반이 넘게 폐업한다. 인생 후반의 실패는 만회할 길이 없다. 긴 안목을 갖고 전문성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갖추는 1인 1기 전략이 필요하다. 

    다섯째, 건강을 유지하라.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중요하다. 자산을 관리하듯 내 몸의 상태를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시간 관리와 걷기법 등 저자가 전문가를 통해 검증한 다양한 건강관리 방법이 소개된다.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 
    제시 노먼 지음, 홍지수 옮김, 살림출판사, 466쪽, 2만3000원 

    1950년대 미국 보수주의를 일으켜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책 ‘보수의 정신’을 쓴 러셀 커크는 근대 보수주의의 시조로 18세기 영국 정치인 에드먼드 버크를 꼽았다. 이 책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그의 평전이다. 영국 현직 하원 의원인 제시 노먼이 방대한 자료를 기초로 버크의 생애와 사상, 보수의 현재적 의미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지혜로운 여자가 답이다
    이정옥 지음, 연인M&B, 352쪽, 1만8000원 

    언론인 출신인 저자가 ‘여성성’에 대한 성찰을 풀어낸 책.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끌어올린다’(괴테 ‘파우스트’), ‘인간은 두 가지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언제 시작할지 아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 멈출지를 아는 것이다’(파울로 코엘료 ‘오, 자히르’) 등 명구와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명화 192점이 수록돼 있다.

    미혼모의 탄생: 추방된 어머니들의 역사
    만들어진 ‘미혼모’ 잔혹사

    권희정 지음, 안토니아스, 343쪽, 1만8000원

    권희정 지음, 안토니아스, 343쪽, 1만8000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8~2015년 한국에서 해외로 입양된 아동은 16만7000여 명에 달한다. 세계 국제입양 아동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전쟁도 기근도 사라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아동수출국’이다. 이런 오명을 지우기 위해서일까. 한국 사회는 ‘금의환향’한 일부 귀환 입양인들의 삶을 ‘성공한 해외 입양’과 같은 표현으로 상찬한다. 

    하지만 이런 조명 밖 그늘에는 입양된 국가는 물론 한국에서도 경계인으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다수 입양인이 있다. 십수만의 아이들은 왜 바다 건너 낯선 땅으로 보내졌을까. 

    인류학 박사인 저자는 그 배경에 당시 한국사회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미혼모’ 개념이 있다고 지적한다. 1960년대까지 미혼모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낯선 말이었다. 일부다처제와 느슨한 혼인관계의 유습이라는 분석이다. 아이를 낳은 여성이 혼인했는지가 사회적으로 문제 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법률혼 관계에서 출산했는지 여부가 점차 중시되며 ‘결혼하지 않은 엄마’ 즉 미혼모의 양육권은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미혼모는 ‘불우 여성’, 그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고아’로 규정됐다. 국가는 미혼모가 낳은 아동을 기혼 무자녀 가정에 입양시켜 미혼모와 난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했다. 사회의 낙인 속에서 법적인 남편이 없는 여성은 양육 의지나 능력과 관계없이 아이를 국내외로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2008년부터 5년 동안 미혼모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 잃은 여성의 면면은 ‘성적 방종’이나 ‘무책임’과 등치되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거리가 멀었다. 저자는 미혼모란 개념과 낙인이 20세기 중반 후 만들어졌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역사적 맥락을 추적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혼모의 아이를 ‘베이비스쿱(Baby Scoop)’ 즉 국자로 퍼가듯 입양 보낸 미국부터 높은 입양 수수료를 목적으로 ‘입양 장사’가 판친 1980년대 한국까지 깊이 있게 분석한다. 

    “왜 ‘미혼부’는 없는가”라는 일침처럼 미혼 출산의 낙인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었다. 모성을 박탈당한 여성들의 목소리에 학문적 시민권을 부여한 ‘미혼모 담론의 고고학’이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폭력과 정의
    안경환·김성곤 지음, 비채, 332쪽, 1만3800원 

    법은 정의를 강제한다. 이는 상대에게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1999년 서울대에 개설된 강의 ‘법과 문학과 영화’는 폭력과 정의라는 법의 두 얼굴을 소설과 영화로 성찰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강의를 공동으로 맡았던 두 교수가 쓴 책. ‘필경사 바틀비’, ‘채식주의자’ 등 소설 20편과 ‘굿 윌 헌팅’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 영화 36편을 다룬다.


    실력, 정말 공정한 기준일까?
    박남기 지음, 내인생의책, 120쪽, 1만2000원 

    현대사회에서 ‘만능열쇠’처럼 쓰이는 실력주의의 그림자를 살피고, 해법을 모색하는 책. 저자는 광주교대 총장을 지낸 교육학자로, 현재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각종 문제는 실력주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서 생기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완벽한 실력주의를 구현하려 할수록 실력주의 사회의 균열이 심화할 것이라는 경고에 귀 기울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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