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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명동 상인들 “간헐적 지원보다 전기·수도료, 세금부터 해결하라”

상인들이 말하는 ‘코로나 지원금 무용론’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이태원·명동 상인들 “간헐적 지원보다 전기·수도료, 세금부터 해결하라”

  • ● 열에 여덟은 폐업, 방문 손님 없어 야간 배달
    ● 무늬만 소상공인 대출, 문턱 높아 사채까지 손대
    ● 일회성 재난지원금보다 공과금·세금 유예 환영
    ● 영업시간 제한, “장사 포기하라”와 동의어
    ● 임대료 경감, 자영업자보다 임대인 지원이 효과적
    ● 장사할 여건 만들어주는 게 최선의 방역
코로나 사태 이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는 폐업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는 폐업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지호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월 25일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적극 검토해 달라”고 당부한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기획재정부 등 관련 기관이 ‘신중론’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공평하고 합당한 보상 기준 마련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고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2월 중순 이 제도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신중한 접근에 힘을 싣고 있다. 대신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가 큰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4차 재난지원금 선별지원을 서두르기로 했다. 지급 시기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인 3월이나 4월이 될 전망. 1차 재난지원금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지원도 선별지원 이후 적절한 시기에 시행할 방침이다.

4차 재난지원금 때문에 대규모 국채 발행 불가피

지난해 5월 지급한 1차 재난지원금(보편지원)은 14조3000억 원, 같은 해 9월 지급한 2차 재난지원금(선별지원)은 7조8000억 원, 올해 1~2월 지급한 3차 재난지원금(선별지원)은 9조3000억 원에 달한다. 선별지원과 보편지원을 병행하는 4차 재난지원금 규모는 20조 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지원 대상과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지난해 책정한 보편지원과 선별지원 예산을 단순 합산해도 그 액수가 20조 원을 넘는다. 

결국 4차 재난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20조 원 규모의 ‘슈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역대 추경 규모가 20조 원을 넘은 경우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추경(28조4000억 원)과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 재원 마련 등을 목적으로 편성한 3차 추경(35조4000억 원)뿐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목적 예비비는 약 2조 원밖에 남지 않았다. 당초 예비비 7조 원 중 약 5조 원이 3차 재난지원금과 코로나19 백신 구매 등에 쓰인 탓이다. 추경 재원 부족분은 적자국채(국가가 일반회계의 적자를 메우려고 발행하는 공채) 발행으로 충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경제전문가들은 재난지원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이 국가채무 부담을 늘려 재정건전성을 악화할 소지가 높다고 경고한다. 올해 연말 국가채무 전망치는 본예산 기준 956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국가채무 전망치(839조4000억 원)보다 100조 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처럼 올해도 재난지원금을 수차에 걸쳐 지급할 가능성이 높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손실보상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 규모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 “대규모 국채 발행은 국가채무 부담을 늘릴 뿐만 아니라 채권가격 하락, 국채금리 인상, 대출금리 인상을 부추긴다”면서 “우리나라는 가계대출 의존도가 높아 금리가 오르면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늘어난 은행권 가계대출 규모는 100조 원에 달한다. 

국가 빚을 늘려야만 지급이 가능한 재난지원금이 과연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을까. 현재 이들이 필요로 하는 절박한 지원은 과연 무엇일까. 서울에서 피해가 가장 심각한 상권으로 꼽히는 용산구 이태원동과 중구 명동의 ‘짠내’ 가득한 현장을 찾아 그 답을 구했다.





“사스나 메르스 때도 이 정도로 힘들진 않았다”

이태원 관광 특구.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 [지호영 기자]

이태원 관광 특구. 임시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 [지호영 기자]

2월 초순 마주한 이태원 관광특구는 낯설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인파로 북적이던 관광 명소가 숲속 절간처럼 적막했다. 문 닫은 점포가 수두룩하고, 가게마다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임시 휴업이나 임대 문의처를 알리는 안내문이었다. 드문드문 문을 연 상점도 손님이 찾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기 일주일 동안 있어보세요. 개시를 한 번도 못 해요.” 

이태원에서 30년 넘게 옷가게를 운영한 김미옥(가명·59) 씨는 “많이 힘드시죠?”라는 기자의 물음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태원은 지난해 5월 ‘클럽발 집단감염’ 확산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김씨는 “지난 1년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도 이렇게까지 힘들진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는 외국인이 오지 않으면 버티지 못해요. 임차료는 고사하고 생활비도 안 나와요. 1년은 가까스로 버텼지만 올해는 어려울 것 같아요.” 

자영업 손실보상제가 해법이 되겠느냐고 묻자 김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책”이라며 “자영업자가 해달란 대로 다 보상해 주면 나라가 망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세금부터 좀 깎아주면 좋겠다”며 “가게가 망하게 생겼는데 내야 하는 세금 액수가 엄청나다”고 털어놨다. 

“호주는 자영업자가 종업원을 데리고 있으면 종업원 인건비와 임차료도 지원해 줘요. 우리도 일회성 재난지원금 말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요.” 

‘횟집 사장님’ 이철민(가명·37) 씨는 영업시간 제한 해제와 임차료 지원을 바랐다. 이씨가 운영하는 횟집은 7개월째 밀린 월세가 보증금에서 계속 까이고 있다. 연중 정점을 찍는 12월 매출이 재작년 4000만 원에서 지난해 20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종업원 수를 5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종업원 인건비를 벌려고 배달 영업도 시작했다. 이씨는 일본의 방역 조치를 높이 샀다. 

“일본은 영업시간을 강제로 제한하지 않고 일찍 닫으라고 권장해요. 영업을 안 하면 하루 60만 원을 보상해 주고요. 그러다 보니 자발적으로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아요. 그게 남는 장사거든요. 우리 정부에 그런 보상까진 바라지 않아요.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될 테니까요. 보증금이 사라지면 더는 버틸 수 없으니 월세를 밀리지 않게만 보조해 주면 좋겠어요.(2월 15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내려가면서 카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10시까지 1시간 늘었다).”

이태원에서 피자와 맥주를 판 지 3년째라는 박영석(가명·45) 씨.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오후 5시 가게를 연 후 새벽 2~4시 문을 닫았다는 그도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문제를 제기했다. “술을 파는 업소에 밤 9시까지만 문을 열라는 것은 장사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전보다 매출이 90% 떨어진 이곳은 지난해 6월부터 영업을 중단했다. 이씨는 “100만~200만 원을 주는 일회성 재난지원금으로는 밀린 공과금 내기도 벅차다”고 꼬집었다. 이어 “업종마다 다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방역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자영업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빠른 백신 수급으로 감염 위험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증금 포기 점포 속출하는 명동

이태원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관광 코스이던 명동도 문을 닫은 점포가 즐비했다. 명동은 우리나라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상권이다 보니 이를 감당하기 힘든 가게 주인들이 보증금이 다 까일 때까지 버티다가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명동에서 보증금을 포기하고 나간 점포가 80%에 달한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다. 폐업 위기에 처한 일부 자영업자는 보증금을 다 날릴 것을 우려해 임대인의 동의 하에 미리 두 달치 임차료를 내고 가게를 비웠다는 말도 나온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상인들도 처지가 딱하긴 마찬가지다. 2009년부터 12년째 명동에서 회를 팔고 있는 정진환(가명·66) 씨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신용등급이 3등급에서 10등급으로 추락했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3월부터 임차료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장사가 안됐어요. 처음엔 현금서비스를 받아 아내와 번갈아가며 신용카드로 돌려막았죠.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상황이 점점 더 나빠져 은행으로 달려갔어요. 정부가 보장하는 소상공인 대출은 이자가 싸거든요. 근데 카드빚이 많다고 돈을 빌려주지 않았어요. 무늬만 자영업자를 위한 대출이었던 거예요. 결국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신용카드도 더는 만들 수 없었어요.” 

정씨는 결국 사채에 손을 댔다. 코로나 사태만 아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정씨 부부가 운영하는 횟집은 아침 8시부터 새벽 4시까지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하루 매출도 200만~300만 원에 달했다. 점심 장사가 전부인 요즘은 그 10분의 1 수준인 20만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씨는 “11개월 동안 임차료를 내지 못해 보증금은 물론 그동안 번 돈도 다 까먹었다”며 “수억 원의 권리금을 지불하고 명동에 들어왔는데 이제는 빈손으로 나가야 할 판”이라고 속상해했다. 그가 정부에 바라는 지원은 돈다발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로 신용불량자가 된 자영업자들이 재기를 꿈꿀 수 있도록 소상공인 대출 문턱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시급

2019년 12월 명동 중심가 대로변에 식당을 연 김애정(가명·43) 씨는 개업하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터져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었다. 월 임차료가 3000만 원에 달하는데 매출은 동네 상권만도 못하기 때문이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종업원을 다 내보내고 이모와 같이 식당을 꾸리는 그는 “1년 새 10년은 늙은 것 같다”며 “지금은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빨리 종식되지 않으면 보증금을 다 까먹고 거지가 될 판이다”고 밝혔다. 김씨가 택한 호구지책은 배달 영업. 수익은 크지 않지만 야심한 밤에도 시간의 구애 없이 음식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그는 “재난지원금보다 공과금 납부 유예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전기요금을 석 달 밀렸더니 끊겠다고 연락이 오더군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자영업자가 전기요금, 전화요금. 수도요금, 가스비를 못 내 고통받더라고요. 이런 공과금을 깎아주든지 면제해 주든지 하면 좋겠어요. 국세, 지방세 같은 세금 감면도 절실하고요.” 

명동에서 3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최재헌(가명) 씨는 “매출이 80% 줄었다”며 “기업 회식을 유치할 수 있게 영업시간 제한 조치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임대인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정도로는 자발적 임대료 경감을 유도하기 어렵다”며 “외국처럼 정부가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직접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를 이끄는 박인복 회장도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영업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백신접종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만 해선 안 된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장사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의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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