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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과신 금물, 스페인처럼 한순간 무너질 수도"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의 국가 부채 진단

  •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ckh@fki.or.kr

"재정 과신 금물, 스페인처럼 한순간 무너질 수도"

  • ● IMF 기준 한국 정부부채 비율 무려 108.2%,
    ● 정부부채 OECD 37개국 중 6번째 빠른 증가
    ● 보건복지 지출 100% 늘어날 동안 경제 규모 27% 증가
    ● 정부부채에 공기업 부채, 연금충당부채 누락
    ● 스위스 등 비(非)기축통화국, 정부부채 비율 낮게 유지
    ● 경기부양책 실패로 결국 구제금융 신청한 스페인
    ● 풍족한 자원만 믿다 빚더미에 앉은 베네수엘라
    ● 팬데믹 이후 세계경제는 부채 관리가 관건
[GettyImage]

[GettyImage]

1866년 임금이 된 지 3년째를 맞은 고종은 경복궁 재건을 위해 새로운 화폐인 당백전(當百錢)을 대량 발행했다. 당백전의 실질가치는 당시 널리 쓰이던 상평통보의 5~6배에 불과했지만 명목가치는 100배에 달했다. 왕실의 위신을 높이기 위해 경복궁을 재건할 돈이 필요한데, 국가재정은 취약하고 증세로 감당이 안 되니 국가신용으로 당백전을 대량으로 찍어 조달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시중에서 당백전은 외면당했고 화폐가치는 폭락했으며 물가는 폭등했다. 백성의 삶이 피폐해지면서 당백전은 결국 6개월 만에 폐기됐다. 

조금 과장된 사례일 수 있지만 국가재정이 감당하지 못할 무리한 지출은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실패한다는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세계사적으로도 수많은 국가가 무리한 재정지출과 빚 부담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다양한 논쟁이 오가는 현실이 특히 우려스러운 것도 그런 역사적 교훈 때문이다. 하지만 매월 최대 24조 원을 들여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매출·임차료 보상)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그 재원을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한국은행이 사들이는 방식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가채무가 2024년까지 매년 100조 원 넘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기획재정부 2020년 중기재정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매월 수십조 원의 빚을 더 내 쓰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자는 얘기다. 

이처럼 한시바삐 재정을 투입해 대규모 부양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의 밑바탕에는 ‘우리나라는 정부부채 비율이 낮아서 괜찮다’는 인식이 깊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 정부부채(중앙·지방정부와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 합계) 비율이 2019년 국내총생산(GDP)의 4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평균인 80.9%를 크게 밑돈다는 논리가 그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경제전문가는 이처럼 단편적 논거를 들어 “충분히 빚을 더 내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한다. 도대체 무엇이 왜 위험하다는 것일까. 

우선 국가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수준이 다르다. 미국이나 일본은 정부부채 비율이 100%, 200%를 넘어도 감내할 수 있는 반면, 아르헨티나 같은 나라는 정부부채 비율 90% 수준으로도 채무불이행 사태를 맞았다. 이들 나라 간 가장 근본적 차이는 기축통화국 여부다. 미국, 일본 같은 기축통화국은 자국 통화로 채권을 발행하면 자국 내 수요 기반이 탄탄한 데다 전 세계가 채권을 사주기 때문에 재정적자를 내도 채무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낮다. 시장 불안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정부부채 IMF 기준 108.2%…이미 선진국 수준

반면 기축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는 대외 여건이 나빠지면 환율과 수출이 크게 흔들리고 경상수지 적자 위험이 커져 위기 때마다 나라 전체가 출렁일 수밖에 없다. 비(非)기축통화국들이 정부부채 비율을 낮게 유지하려고 몸부림을 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2019년 OECD 회원국 중 비기축통화국(13개)의 정부부채 비율은 평균 54.3%로 기축통화국 평균 98.2%의 절반에 불과하다. 호주달러를 쓰는 호주(45.8%), 유럽연합(EU)에 속하나 유로화를 쓰지 않는 스위스(38.1%), 스웨덴(46.5%) 등 주요 비기축통화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원화를 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우리 정부의 부채 비율이 40%대라는 통계 또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부채 비율에는 중앙·지방정부 등만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처럼 막대한 부채를 지며 정부의 핵심 공약을 수행하는 공기업 부채가 빠져 있고, 정부가 매년 수조 원씩 보조하는 공무원·군인연금 관련 연금충당부채도 제외됐다. 우리나라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GDP의 20.6%, 군인·공무원 연금충당부채는 49.2%로 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OECD 7개국 중 가장 높다. IMF 등 국제기구는 이를 모두 합산해 정부부채를 산출할 것을 권고하는데, 이 경우 우리나라 정부부채 비율은 무려 108.2%(2019년 기준)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적 특징도 정부 부채와 관련한 큰 도전 요인이다. 당장은 선진국에 비해 고령인구(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5.8%로 낮아, 복지지출이 적고 재정압박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등으로 인해 30년 후 고령인구 비중은 38%로 높아져 세계 1위 수준에 이른다. 10명 중 4명이 고령자로 복지 수요가 폭증하기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해도 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은 2020년 12.1%에서 2050년 25.3%로 2배 이상 늘어나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하고 정부부채가 치솟을 전망이다. 일본의 정부부채 비율이 계속 불어나는 주된 요인도 고령화에 따른 막대한 복지 부담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43.9%를 기록한 우리나라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부채의 합) 비율이 2040년 100%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부채 규모뿐만 아니라 증가 속도도 문제다.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우리나라는 위기 상황이 아닐 때도 추경을 편성하며 과도하게 빚을 늘려왔다. 2015년 이후 추경을 매년 편성했고 지난해에는 1년에 4차례 실시해 ‘재정 중독’에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통계에 따르면 2000~2019년 우리나라 정부부채(금액)는 연평균 11.1% 늘어 OECD 37개국 중 6번째로 빠르게 증가했다. 우리보다 증가 속도가 빠른 곳은 터키, 라트비아, 칠레,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뿐이다. 

결국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공기업 부채 같은 잠재 부채가 많으며,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을 종합해 보면, 정부부채 비율은 이미 선진국에 준한다고 봐야 한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데 정부부채 비율로 선진국과 단순 비교해 정부가 빚을 충분히 더 내도 된다고 간주하는 접근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경제성장 없는 복지 확대는 경제 나락 지름길

2016년 7월 17일 한 남자가 베네수엘라를 떠나 콜롬비아 국경으로 넘어가기를 기다리는 군중 위에 서 있다. 콜롬비아 당국은 2017년 12월 22일 약 55만 명의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콜롬비아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2016년 7월 17일 한 남자가 베네수엘라를 떠나 콜롬비아 국경으로 넘어가기를 기다리는 군중 위에 서 있다. 콜롬비아 당국은 2017년 12월 22일 약 55만 명의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콜롬비아에 살고 있다고 밝혔다. [AP=뉴시스]

당장의 정부부채 규모가 낮다는 일부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재정을 과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능력에 벅찬 지출을 감행했다가 한순간에 무너진 사례가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부 유럽 국가들이 낮은 정부 부채 비율을 믿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치다가 심각한 재정위기에 직면했다. 건실한 재정 상태를 자랑하던 스페인이 대표적이다. 스페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경기 부진 및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공투자 확대, 주택 구매 지원 등 경기부양책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재정정책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재정적자만 누적되면서 2008년 47.7%에 불과하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2012년 93.5%로 4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가신용등급은 AAA에서 BBB-로 9단계 하락했고, 국채금리는 4%대에서 7%대로 올랐다.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금융시장에 불안 심리가 확산하자 스페인은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축복의 땅’ 베네수엘라 경제가 망가진 것도 풍족한 자원만 믿고 국가재정을 함부로 쓴 데서 초래됐다. 경기가 좋을 때 무상교육, 의료지원, 저소득층 보조금 지급 등 복지 지출을 잔뜩 늘려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베네수엘라는 2010년 전후 주력산업인 석유산업의 침체로 경제가 부진의 늪에 빠지고 세수가 줄어들어 재정 상황에 맞게 복지 혜택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복지 축소라는 이른바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법. 유가가 다시 상승하기만을 기다리며 안이하게 국정을 운영한 결과, 재정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나라가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았다. 

2010년 GDP의 3.2%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한 이후에도 적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 2018년 31.0%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정부부채 비율은 25.0%에서 182.4%로 치솟았다. 정부부채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국가신용도와 통화가치는 추락했고,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치솟은 수입품 가격이 국내 물가 폭등을 일으켜 민생경제는 파탄 났다. 

스페인과 베네수엘라가 범한 우(憂)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2010년대 들어 우리나라 복지지출은 경제 규모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보건복지 지출이 2013년 99조 원에서 2020년 198조 원으로 100% 늘어날 동안 경제 규모는 27% 증가에 그쳤다. 선심성·무상 복지는 한번 맛을 들이면 끊기 힘든 ‘마약’과도 같다. 복지 수요는 계속 늘어나게 되고, 유권자에게 이를 되돌려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 확대는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릴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복지 예산은 국가재정이 어려울 때도 줄이기가 어렵고. 대부분 소모적인 지출로 이어져 비생산적이다. 그 때문에 과도한 복지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나라 살림은 긴 시계(視界)에서, 경제 역량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과도한 부채는 항상 금융위기로 막을 내린다

코로나19 위기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글로벌 부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글로벌 GDP 총액 대비 가계·기업·정부의 글로벌 부채 합계 비율이 1년 만에 32.5%포인트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쌓인 부채 누적 상승분 26.2%포인트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우리나라 역시, 1년 동안 GDP 대비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합계 비율이 21.5%포인트 올랐다. 주요국에 비해 코로나19 피해가 적었던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가계(100.6%)와 기업(110.2%) 부채 비율은 이미 세계 평균치(각각 65.3%, 103.0%)를 대폭 상회했으며, 정부부채 비율도 공기업 및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면 100%를 넘는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급격히 늘어난 글로벌 부채를 두고 세계 석학들의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영란은행 총재를 지낸 머빈 킹 뉴욕대 교수는 “기업, 국가 채무불이행이 늘면 금융시스템으로 위기가 옮을 수 있다”고 평가했고,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많은 국가가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이미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었는데, 경제회복이 더뎌지면 빚 갚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부채는 항상 금융위기로 막을 내린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발 금융 문제와 가계부채가 복잡하게 얽혀 발생했고, 유럽 재정위기는 국가채무 증가로 촉발됐다. 우리나라 외환위기는 달러 유동성 고갈에 금융권, 기업의 높은 부채가 맞물려 발생했다. 

경제가 위기를 맞았을 때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것이 ‘탄탄한 재정’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환율과 금리가 폭등하던 무렵에도 ‘건전한 재정’이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국가채무 비율이 GDP의 11.4%로 낮았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에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해외 자금조달에 연달아 성공해 자금 숨통을 터주었고 동시에 대내적으로 부실한 부문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제를 조속히 정상화할 수 있었다. 지금은 선제적인 빚 관리로 위기 방어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다.

선별 지원이 보편 지원보다 경기부양 효과 커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가 2월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4차 재난지원금 등과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을 계속 압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세균 국무총리(오른쪽)가 2월 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4차 재난지원금 등과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을 계속 압박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재난지원금 논쟁이 한창이다.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는 지출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경기 부진으로 당장 증세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 대규모 국채 발행을 단행하면 많은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국채금리가 뛰어 시중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이미 막대한 부채로 원리금 상환에 허덕이는 민간 부문이 채무불이행에 내몰릴 위험이 있다. 동시에 국채의 시중자금 흡수에 따른 구축효과가 민간 부문의 투자·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의 불씨를 꺼뜨리고 재정지출 확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일각의 요구처럼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 매입에 나서는 것은 어떠할까? 실물경제는 그대로인데 통화량만 늘어나면 자칫 대외신인도 손상으로 외환자금 이탈, 환율 급등, 물가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2016년 기업 구조조정 재원 조성을 두고 한국은행 발권력 활용 논쟁이 벌어졌을 때 한국은행 노조가 “국채를 발행하면 후대에 부담을 지우는 것인데, 발권력을 동원하면 후대 자체가 없어진다” “당백전을 발행했던 조선을 기억하라”며 강력하게 반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원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재정부담은 큰 데 반해 소비 진작 효과는 약하고, 코로나19에 따른 취약계층의 피해 회복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재난지원금의 카드 소비 창출 효과는 4조 원으로 투입 재원(11조1000억~15조3000억 원) 대비 효과가 최고 36%에 그쳐 피해 업종 구제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4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엔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실시했는데, 일본종합연구소는 이에 따른 추가 소비 창출 효과가 투입 예산 대비 23.6%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 지원이 소득 보전 및 경기부양 효과가 높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 경제정책연구소(CEPR)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3월 90%에 달하는 국민에게 1인당 최대 1200달러에 달하는 재난지원금을 주었는데, 실업자 대상 조건부 지원이 보편적 지원보다 재정승수 효과가 6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헤리티지재단은 ‘일부 피해 계층 외에는 대다수 국민이 재난지원금을 소비 대신 저축에 사용하면서, 미국의 가계저축률이 급등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으며,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코로나19 피해 계층과 저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이 높음을 지적하면서 이들에 대한 지원 확대가 경기부양 효과를 더 높인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업종이나 국민에 대한 지원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 예산이 한정돼 있고 앞서 언급한 국가채무 증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한다면, 재정지출의 비용 대비 효과를 면밀히 따져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불가피한 부분에 재정이 지출되는 경우에도 예산 낭비나 비효율을 최소화하는 세출 구조조정을 동시에 단행해 재정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무분별한 재정지출을 억제할 수 있는 엄격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무리한 재정지출과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부작용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효율적인 재정집행 방안을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한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 ckh@fk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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