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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쳐다보지도 마” 사회 좀먹는 권력의 위선

[황승경의 Into the Arte]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

  • 황승경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위는 쳐다보지도 마” 사회 좀먹는 권력의 위선

  • 진실은 멀리 있지 않다.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는 어디쯤에 있다. 보이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뿐. 광기로 흐려진 눈에 진실은 그저 허구의 모사품으로 비친다. 진실을 찾아 헤매지만 부질없다. 그만 멈춰라. 왜 깨닫지 못하는가. 당신은 이미 진실을 지나쳤음을.
영화 ‘돈 룩 업’에서 잇속을 채우기 급급한 권력자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을 호도한다.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에서 잇속을 채우기 급급한 권력자들은 진실을 외면하고 국민을 호도한다. [넷플릭스]

올해 1월부터 겨울잠을 자던 꿀벌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피해가 점점 늘어 실종된 꿀벌만 전국적으로 78억 마리에 달한다. 살충제, 질병 등이 원인으로 제기된다. 기후변화도 빠질 수 없다. 꿀벌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겨울을 봄으로 착각해 꿀을 채취하러 나갔으리라는 것.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은 먹이사슬 생태계를 붕괴시켜 식량 부족을 초래한다. 꿀벌은 이꽃 저꽃 옮겨 다니며 속씨식물의 수분(受粉·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붙어 열매를 맺게 하는 현상)을 돕기 때문이다. 실례로 2006년 미국에서 꿀벌 군집 붕괴 현상으로 인해 밀가루, 과일 등 식료품 가격이 폭등한 바 있다.

올해 인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의 해방과 일상 회복을 꿈꾸고 있으나 주변 곳곳에서 자연의 경고가 감지된다. 자연재해로 인한 ‘재앙’은 영화·드라마 등에서 단골 소재로 쓰인다. 지난해 12월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개봉된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도 이를 다뤘다.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거대한 혜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기후학자들의 주장을 되돌아보게끔 했다.

블랙코미디의 달인 매케이

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임박했음에도 대통령은 이를 정권 유지의 도구로 사용한다. [넷플릭스]

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임박했음에도 대통령은 이를 정권 유지의 도구로 사용한다. [넷플릭스]

‘돈 룩 업’의 애덤 매케이(54) 감독은 희극배우 출신이다. 20대 초반 잘 다니던 템플대를 뛰쳐나와 극단에 들어갔다. 희극은 부정과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동시에 웃음을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 비극은 모든 관객에게 동일한 내용과 의미가 전달되지만 희극은 관객의 생활 환경, 교육 정도, 시대에 따라 작가의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희극을 통해 익힌 유머와 풍자가 매케이표 작품의 큰 축이다. 극단 생활 이후 매케이는 TV 프로그램 SNL(Saturday Night Live) 수석 작가로 취업한다. 시청률 추이를 보며 대중의 취향을 파악한다. 퇴사한 뒤엔 영화산업으로 관심을 돌린다. 재미있지만 냉소적이고, 쉽지만 난해함이 그만의 작품 스타일이다.



2016년엔 미국 경제를 강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2015)의 감독과 각색을 맡아 아카데미상 각본상을 수상한다. 그는 시상식에서 엉뚱하게도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밝힌다.

“재벌에게 후원금을 받는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아야 돈에 휘둘리는 정부가 탄생하지 않는다.”

혹자는 이러한 그의 퍼포먼스를 차기작 예고로 분석하기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2년 후 매케이는 영화 ‘바이스’(2018)를 세상에 내놓는다. 그는 이 영화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실세 딕 체니 부통령을 잘근잘근 씹어버렸다.

체니는 이라크전쟁을 설계한 인물이다. 이라크전으로 여러 방산기업이 특수를 누렸다. 체니는 부통령이 되기 직전 5년간(1995~2000) 방산기업 핼리버튼(Halliburton)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바 있다. 이때 자그마치 4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체니 본인은 이에 대한 의혹에 결백을 주장했지만 핼리버튼으로부터 1800만 달러의 스톡옵션까지 제공받은 사실이 알려지는 등 여러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체니의 파렴치함을 평이한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연출하면 지루하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매케이 감독은 변화무쌍한 장면전환을 통해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뛰어난 연출 실력을 증명했다.

진실은 불편한 법

영화 ‘돈 룩 업’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포스터. [넷플릭스]

‘바이스’ 이후 매케이 감독은 오랜 시간 관심을 기울여온 환경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매케이 감독은 진실보다는 감정이 우선인 세상에 주목했다. 사실 인간은 논리적 근거나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둔 사실보단 감정을 자극하는 ‘카더라’에 더 적극적 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감성팔이’로 점철된 가짜뉴스에 호도당하기도 한다. 매케이 감독은 ‘물 만난 고기’처럼 사회를 좀먹는 위선과 횡포를 낱낱이 포착해 날카롭게 공격한다.

‘돈 룩 업’의 주인공은 미국의 두 천문학자다. 어느 날 미시간 주립대에서 우주 팽창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케이트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런스)는 새로운 혜성을 발견한다. 디비아스키는 혜성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일생일대의 영광을 얻는다. 기쁨도 잠시, 그녀의 지도교수 랜달 민디(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6개월 후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임을 계산하고 소스라친다. 혜성은 지름 6~9㎞ 크기. 지구와 충돌 시 생명체는 모두 괴멸이다.

민디는 서둘러 이를 NASA(미국 항공우주국)에 알리고, 디비아스키와 함께 백악관으로 호출된다. 잔뜩 긴장해 백악관에 도착한 두 과학자는 대통령 접견을 기다리지만 정작 대통령(메릴 스트리프)과 그의 참모들은 눈길조차 건네지 않는다. 온 신경을 중간선거와 대법관 인사청문회에 집중한 그들에게 지구 문제는 관심 밖이다.

다음 날에야 대통령 및 그의 아들이자 비서실장인 제이슨 올린(조나 힐)과 20분 면담이 성사된다.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대통령은 하버드대, 프린스턴대를 들먹이며 미시간주립대 소속 민디와 디비아스키를 대놓고 무시한다.(미시간주립대도 재학생만 4만8000여 명으로 미국에서 규모가 9번째로 크고 세계 대학 순위 85위의 명문이다.)

NASA가 사태 해결 방안으로 혜성 궤도 변경 프로젝트를 설명해도 대통령에게는 ‘소귀에 경 읽기’다. 대통령은 “일단 이 문제를 기밀에 부치고 3주 후에 있을 중간선거까지 기다려보자”고 제안한다. 막다른 길에 선 두 과학자는 1분 1초가 아깝다. 직접 나서서 언론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은 인기 TV 토크쇼의 게스트로 출연한다. 방송진행자도 대통령과 다를 게 없다. 심각한 지구의 현실보다는 가십거리 질문만 해댄다. 시청자도 민디와 디비아스키의 고리타분한 우주 이야기보다는 인기 가수 커플의 재결합에 더 관심이 많다. 주변의 냉대에 참다못한 디비아스키는 “이러다가 우리 모두 한꺼번에 죽는다”며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디비아스키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시청률은 곤두박질친다.

마취과 의사라는 생뚱맞은 이력으로 NASA 국장자리에 앉은 ‘낙하산’도 “혜성충돌설은 종종 발생하는 과잉반응”이라고 발언하며 쐐기를 박는다. 언론은 대통령과 가까운 마취과 의사의 말만 믿고 두 주인공을 ‘손절’한다. 과학은 치밀한 논증 과정과 합리적 추리를 거쳐 결론을 도출한다. 정확도와 정밀도에서 한계와 오차의 범위는 있을 수 있지만 필연적인 결과치는 의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두 과학자의 주장은 처참하게 희화화되고 조롱당한다.

사회를 좀먹는 狂氣

천문학자 디비아스키(왼쪽)와 민다는 진실을 알리려 고군분투하지만 외면당한다. [넷플릭스]

천문학자 디비아스키(왼쪽)와 민다는 진실을 알리려 고군분투하지만 외면당한다. [넷플릭스]

모든 게 끝난 듯했던 순간, 백악관에서 이들을 다시 부른다. 대통령은 이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했다고 고백하며 모든 국가적 역량을 가동해 위협에 맞서리라고 다짐한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던 두 주인공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이내 권력의 검은 속내를 알아차린다. 바닥을 친 지지율로는 중간선거에서 질 것이 자명하니 혜성 충돌 사태에 강력한 카리스마로 대응하는 모습을 연출해 반전을 꾀하려는 것.

불순한 의도가 눈에 훤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닌 민디와 디비아스키는 정부에 적극 협력한다. 대통령은 핵폭탄을 탑재한 위성을 발사해 혜성의 궤도를 변경하겠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한다. 공포에 휩싸인 전 세계인은 영웅인 척 뽐내는 미국 대통령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위기의식은 갈수록 팽배해지고 난무하는 음모론으로 세상은 더욱 혼탁해지지만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릴 만큼 승승장구한다. 혜성 폭파를 위한 우주선이 순조롭게 발사되고 세계는 감동한다. 그런데 사태가 갑자기 이상하게 돌아간다. 대통령의 후원자이자 우주기업 BASH의 CEO 피터 이셔웰(마크 라이선스)이 대통령과 독대를 마치자 대통령은 모든 비행선에 회항 명령을 내린다.

대통령이 밝힌 이유는 혜성에 엄청난 양의 희귀광물이 감지된다는 것. 혜성 폭파 계획은 전면 수정된다. 대통령은 드론으로 혜성을 조각낸 뒤 지구로 운반해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한다. 민디는 “검증 안 된 황당한 가설에 지구의 운명을 맡기는 것은 도박”이라며 노발대발한다. 이를 들은 디비아스키 또한 주변 사람에게 진실을 알리지만 국가 기밀 누설 및 폭동 선동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고 만다. 천신만고 끝에 석방되나 집에선 문전 박대 당하고 학교로 돌아가지도 못한다.

영화 속 대중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싶어 한다. 진실은 중요치 않다. 심지어 정부의 선전과 선동에 넘어간 국민 23%는 혜성의 존재가 버젓이 확인됨에도 아예 없다고 확신한다. 민디는 혼자서라도 총체적 난국을 타계하기 위해 백악관에 남는다. 수석 과학 고문으로 임용되지만 정권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권력을 쥔 자, 목소리 큰 자, 얼굴이 철판인 자들만 득세한다. 민디의 인내심도 끝내 한계를 드러낸다. 생방송에서 정부를 맹렬하게 비난하고 FBI에 체포된다. 혜성은 지구에 점점 더 다가와 육안으로 보일 지경에 이른다.

영화 ‘돈 룩 업’ 스틸컷.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스틸컷. [넷플릭스]

인류는 각자의 방법으로 종말에 대비한다. 민디와 디비아스키는 하늘을 보고 현실을 직시하라며 “룩 업(Look Up)”을 외친다. 대통령은 이를 공포심을 조장하는 음모론이라 주장하며 “돈 룩 업(Don’t Look Up)” 구호로 맞선다. SNS를 중심으로 세상은 ‘룩 업’파와 ‘돈 룩 업’파 둘로 나뉜다. 상식적인 대화는 불가능하다. 저마다 하늘을 향한 화살표와 땅으로 향한 화살표를 앞세워 상대를 힐난한다. 타국이 독자적으로 시도한 행성 폭파 계획마저 미사일 폭발사고로 수포가 된다. 이제 인류를 위한 마지막 카드는 이셔웰의 드론 프로젝트뿐이다.

결국 종말의 날이 다가온다. 민디는 디비아스키를 초대해 평소처럼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한다. 이 시간과 맞물려 모든 지구인의 염원을 담은 30대의 드론이 하늘로 솟아오른다. 철저한 과학적 설계 없이 경제적 목적으로만 제작된 드론은 하릴없이 폭발하거나 서로 충돌해 버린다. 그나마 혜성 표면에 착지한 몇몇마저 오작동한다. 지구는 허무한 종말을 맞이한다.

제목이 왜 ‘룩 업’이 아니고 ‘돈 룩 업’일까. 매케이 감독은 제목을 뽑아내는 데 뛰어나다. 전작 ‘바이스(Vice)’도 부통령(Vice-President)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악(惡)을 의미하기도 한다. 권력의 광기를 ‘위는 쳐다보지도 마’라는 의미를 담아 비꼰 것이다.

영화 속 인물은 모두 고상한 척하지만 어리석다. 이들의 이중성을 매케이 감독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풍자한다. ‘돈 룩 업’은 사회적 모순에 해학적 의문을 던지지만 저급하거나 유치하지 않은 블랙코미디다.

계획이 틀어지자 이셔웰과 대통령은 차례로 화장실에 간다는 핑계로 은근슬쩍 상황실을 빠져나와 지구 탈출 우주선에 탑승한다. 혼자 살겠다고 떠난 엄마(대통령)는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아들(비서실장)을 상황실에 두고 나온 것을 알아차린다.

진실은 현상 이면에 숨어 있다

‘돈 룩 업’의 쿠키 영상(엔딩 크레디트 후에 추가되는 짧은 에필로그 장면)도 압권이다. 하나는 2만2740년 동안 캡슐 속에서 동면 상태로 우주를 떠돌던 탈출자들이 새로운 행성에 도착하는 영상이다. 이들은 풍요로운 천혜의 자연환경에 안심하지만 곧 이곳에 서식하는 육식동물의 먹이로 전락한다.

두 번째 영상에서는 대통령의 아들 올린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는다. 필사적으로 엄마를 불러보지만 이미 사방은 초토화돼 적막만 흐른다. ‘관종(관심종자)’ 제이슨은 그 와중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찍으며 ‘구독’과 ‘좋아요’를 부탁한다. 당연히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떠오른다. ‘레미제라블’은 죄수들이 노를 저으며 ‘룩 다운(Look Down)’을 합창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래를 보는 것’은 죄수뿐 아니라 당시 민초 모두에게 해당되는 생존법. 힘없는 자들은 ‘감히’ 고개를 들면 권력자들의 눈에 뜨여 험한 꼴을 당하기 십상이니 아래만 봐야 했다.

세월이 지나 민주주의가 정착되자 유럽 대중 사이에선 고개를 들라는 의미의 ‘룩 업’ 구호가 성행했다. 당시 희극에서 주로 다루던 주제가 ‘룩 업’이다. 매케이 감독이 여기서 영감을 받아 ‘돈 룩 업’ 시나리오를 집필했을 수도 있겠다.

당장 지구가 직면한 문제는 권력, 진영과 같은 ‘헤게모니’가 아니다. 자연의 경고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돈 룩 업’이 진실을 외면하고 건전한 사회를 좀먹는 권력의 광기와 위선을 제거하는 특효약이 됐으면 한다.

황승경
● 1976년 서울 출생
● 이탈리아 레피체국립음악원 디플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문사,
성균관대 공연예술학 박사
● 국제오페라단 단장
● 前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 리포터, 월간 ‘영카페’ 편집장
● 저서 : ‘3S 보컬트레이닝’ ‘무한한 상상과 놀이의 변주’ 外



신동아 2022년 6월호

황승경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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