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영상] “胎內 10개월, 생후 첫 1시간 人生에 끼치는 영향 지대”

이교원 강북삼성병원 교수

  • 최창근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국내뉴스 에디터

    caesare21@hanmail.net

    입력2024-02-06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자연출산센터·태교대학 운영

    • 출산은 공포·고통이라는 잘못된 인식 깨고 싶어

    • 저출산 문제 태교 재인식으로 극복해야

    [영상] 출산은 공포‧고통 아닙니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소멸한다.” ‘급격한’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2023년 12월 3일 발표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 사회: 극단적 인구 구조의 원인과 영향,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 출산율은 0.8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출산율 하락 속도도 가파르다. 출산율은 1960년 5.95명에서 2021년 0.81명으로 86.4% 감소해 감소율 1위를 기록했다.

    이교원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교(胎敎)가 저출산율 문제 극복의 처방전”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조영철 기자]

    이교원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태교(胎敎)가 저출산율 문제 극복의 처방전”이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조영철 기자]

    ‘태아가 행복한 나라’가 먼저다

    ‘인구절벽’을 넘어 ‘대한민국 소멸’을 논하기까지 저출산 위기 속에서 “태교(胎敎)가 저출산율 문제 극복의 처방전”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는 의사가 있다. 이교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이교원 교수는 경북대 의대 졸업 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의대 교환교수로 활동했다. 2014년 태교·출산 문화 확대, 산모·태아 건강 증진 기여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사랑수 탄생 분만법’의 창시자이기도 한 이교원 교수는 어머니 자궁과 유사한 환경에서 아기가 스트레스 없이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분만법으로 호평 받고 있다. 2013년부터는 강북삼성병원에 ‘이지버스 태교대학’을 개설해 태교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가 쓴 ‘이교원의 사랑수 탄생’에는 다음 구절이 있다.

    “우리 사회의 아픔과 질병, 갈등과 불행의 많은 부분은 태아가 받은 무관심에 있다. 우리가 모른 척한 그들의 과거는 사랑의 결핍이란 현재를 낳고 미래의 위험을 조성했다. 삶을 순조롭게 시작하는 것은 우리의 많은 갈등과 고민을 푸는 출발점이다. 평화와 번영, 정의와 도덕, 인권과 복지, 자유와 평등, 행복과 사랑을 태어나 수십 년을 살면서 그것들을 힘들게 외칠 게 아니라, 태내 열 달간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주면 된다. 우리가 주장하는 ‘어린이가 행복하고 청년이 행복하고 어른과 노인이 행복한 나라’는 먼저 태아가 사랑받는 ‘태아가 행복한 나라’가 있어야 가능하다.”



    출산은 고통이 아닌 축복이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이교원 교수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한국 출산율이 매년 세계 최저 수준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 의사로서 어떻게 보나요.

    “여성 사회 활동이 활성화하면서 육아 자체가 힘들어졌습니다. 여성의 ‘일과 육아 병립(竝立)’ 여건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합니다. 저도 3년간 군 복무를 했지만 여성의 임신 10개월과 양육 2년이 군 복무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임신 기간과 초기 양육 기간 2년을 국가 차원 중요 과제로 선정해 정책 대안을 마련하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 봅니다.”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임신·출산 인식도 문제라고요.

    “기업 최고경영자(CEO), 공공기관장, 각 분야 리더의 임신·태교, 출산·양육의 중요성 재인식과 실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가 관점에서 볼 때 출산은 또 다른 국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장래에 직결된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국가·사회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충분한 보상이 따라야 합니다.”

    이교원 교수는 사회 구성원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의 일반적인 직장에서 여성은 임신하면 자리가 불안해짐을 느끼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직장 동료도 마찬가지죠. 한국에는 결혼·장례 문화는 존재하는데 임신·출산 문화는 부족한 듯합니다. 아기를 가지고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면 가족은 물론 주변에서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임신·출산한 여성이 직장에서 미안함을 더는 느끼지 말아야 합니다.”

    현대의학의 한 분야인 산부인과에서 태교에 관심은 적은 듯합니다. 태교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도 사실 태교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분만 자체가 힘들고 때론 무섭기도 했습니다. 2003년 미국 UCLA 의과대학 연수 시절 수행했던 줄기세포 연구가 태교로 이어졌어요. 연수 이듬해부터 한국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지속하다 해당 분야 원로 교수로부터 논문 한 편을 받았습니다. 실험용 쥐를 3개 그룹으로 나눠 실험한 내용이었죠. A그룹에는 클래식 음악을 하루에 2시간씩 들려줬습니다. B그룹은 아무것도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C그룹은 소음을 들려줬습니다. 세 그룹 쥐가 새끼를 낳은 후 뇌를 해부해 본 결과 A그룹 쥐의 뇌신경은 발달돼 있었습니다. 반면 B그룹은 보통이었고 소음을 들려준 C그룹은 뇌 자체가 발달되지 않았습니다. 충격적이었죠. 이후 아기가 엄마 배 속에 있는 기간의 돌봄, 즉 태교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고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생애 첫 1시간이 중요한 이유

    태내에서 10개월, 생애 첫 1시간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전에는 자궁 내 10개월의 태아 시기의 ‘신체’에만 집중하고 고찰했습니다. 신체가 완성되고 대기하는 시기라고만 여겼죠. ‘정신’ 분야가 빠진 것이었습니다. 태아기는 뇌 발달 관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저서에서 “뇌의 생성-성숙-완성 단계는 태아기부터 만 3세까지 이루어지며 태아기와 출생 시 스트레스는 아기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한 이교원 교수는 ‘바커 가설’을 소개했다. 데이비드 바커(David Barker) 영국 사우스햄튼대 의과대학 교수가 1992년 영국 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한 가설이다. 논문에서 ‘체중 2.5kg 미만 저체중아는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인기의 건강은 태아기에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바커 교수는 태아기가 평생 건강을 결정한다고 제시했는데 오늘날은 정설로 인정받습니다. 자궁 내에서 건강은 물론 지성, 지능, 인성 등 인간이 갖추어야 할 모든 부분이 결정됩니다. 태아기에 특정 자극을 받으면 태아의 뇌에 저장됩니다, ‘각인(刻印)’입니다. 태아의 뇌는 백지 상태의 저장장치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태아 시기에 어떠한 환경에 노출되는지가 평생을 좌우합니다.”

    그는 “생애 첫 1시간도 중요하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갓 태어난 아기가 폐호흡을 시작할 때 차가운 공기에 노출됩니다. 중력도 느끼게 되고요. 태내와 전혀 다른 환경에 노출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수반됩니다. 아기를 양수와 같은 온도의 물에 담가 태내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서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대학 병원장을 지낸 프레드릭 르봐이예(Frederick Leboyer)가 창시해 ‘르봐이예 분만법’이라 하는 것이죠. 모든 사람은 탄생 시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를 최대한 줄이는 분만법입니다. 아기에게 생애 첫 순간에 ‘이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죠.” 이교원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랑수 분만법’을 창시했다.

    ‘사랑수 분만법’을 소개해 준다면요.

    “태교에 관심을 가진 후부터 에모토 마사루(江本勝)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로부터 받은 감명을 다시 한번 떠 올렸습니다. 그러다 에모토 마사루 씨에게 ‘양수 결정(結晶) 사진을 촬영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제가 일본에 가서 양수 결정 사진을 직접 촬영했습니다. 양수에 각기 다른 자극을 주고 결과를 촬영했는데 놀라웠죠. 양수 결정에는 외부 자극이 그대로 투영됐기 때문입니다. 이후 태아가 세상에서 처음 만나는 ‘물’을 기존 일반수에서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사랑수’로 대체했습니다. 사랑수를 만들 때 산모, 가족, 의료진은 덕담을 건넵니다. 편지를 읽거나 노래를 들려주는 경우도 있죠.”

    2009년부터 현재까지 1000명 이상 아기를 사랑수 분만법으로 받았다는 이교원 교수는 자신이 경험한 효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랑수 안에서 아기가 우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성인이 온천욕을 즐기면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듯이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은 ‘무선 공명(共鳴) 통신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물은 우리 유전자의 핵심인 DNA와 결합해 존재하기도 하고요. 그 연장선상에서 저는 사랑의 메신저로 물을 택했습니다. 저만의 태아 사랑 방법이기도 하고요. 물은 무엇보다 태아가 살던 환경입니다. ‘수중분만’도 같은 맥락에서 행해지고요.”

    이교원 교수는 “사랑수는 생애 최초의 이타적 세리머니”라고도 했다. “갓 태어난 아기에게 ‘아가야. 네가 살던 곳 알지? 여기도 똑같아. 따스하고 편안하지? 걱정마.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너를 사랑해’ 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만 ‘말’로는 전달할 수 없죠. 말을 배우지 못한 아기에게 ‘사랑’이 담긴 따뜻한 물 한 동이가 백 마디 말보다 낫습니다.”

    이교원 교수의 또 다른 직책은 강북삼성병원 자연출산센터 ‘이지버스(EASY BIRTH)센터장’이다. 그가 운영하는 ‘이지버스 태교대학’은 50회를 넘기며 성가(聲價)를 높이고 있다.

    이지버스센터의 여타 산부인과와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출산 시 마취제를 사용하는 무통분만을 지양(止揚)하는 것입니다. 다른 산부인과와 가장 큰 차이점이죠. 산모로부터 듣는 대표적 질문이 ‘왜 무통분만을 하지 않고 생고생을 해야 하나?’인데, 사실 자연 출산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과 공명(共鳴)하는 아름다운 삶

    그는 출산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모두 ‘출생 트라우마(birth trauma)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트라우마를 최소화하는 것이 자연 출산입니다. 자연 출산의 개념은 간단치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무통주사를 맞지 않고 출산하는 것이지만 왜 필요한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근본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현대의학의 맹점인 획일화·표준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실에선 무통분만은 보편화 추세이고 제왕절개 출산도 늘어만 갑니다.

    “장시간 출산 고통을 겪느니 처음부터 제왕절개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산모가 늘고 실제 제왕절개 출산율이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전 ‘출산=공포·고통’이었다면 ‘출산=축복·즐거움’으로 바꾸는 것이죠. 출산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주지할 점은 그 고통이 산모의 몸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출산 시 산모의 몸에서는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 옥시토신과 엔도르핀이 대량 분비됩니다. 산모에게 유익한 호르몬이죠. 저는 이를 ‘옥시토신 샤워’로 개념화했습니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 ‘이타심 호르몬’입니다. 엔도르핀도 마찬가지입니다. 산고(産苦)가 지속될수록 체감하는 고통 지수를 줄이기 위해 산모의 뇌에서는 엔도르핀이 분비됩니다. 자연산 모르핀이라 할 수 있죠. 엔도르핀의 별칭은 ‘웃음의 호르몬’입니다. 자연 출산 과정에서 산모와 태아는 옥시토신과 엔도르핀에 노출되는 것은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이지버스 태교대학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교대학은 2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 무료 강의입니다. △출생 트라우마와 사랑수 탄생 △음악태교 △음식태교 △공명 버딩과 리버스(Rebirth) 등을 강의합니다. 임산부와 남편, 출산 계획이 있는 부부, 예비부부, 의사, 간호사, 조산사 외에도 ‘현재의 나’에 대해 궁금하거나 ‘미래의 나’를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참석 가능합니다. 강의를 통해 무엇보다 저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선(善)을 이끌어내고자 합니다. 선악이 모호한 세상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려면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부모 되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죠. 태교 관점에서 부모의 역할은 태아가 세상과 공명(共鳴)하며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능력을 갖추게 돕는 것이라 봅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느끼는 사명감이나 보람은 무엇인가요.

    “태교를 연구하면서 ‘내가 왜 산부인과 의사가 됐나’가 명확해졌습니다. 이전에는 분만이 힘들고 위험하다고만 생각했습니만 태교의 중요성을 인식한 후 가치관·직업관이 바뀌었습니다. 요즘도 새벽 2~3시에 출근해서 분만하는 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예전보다 덜 힘들 뿐이죠. 다만 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감격해 눈물 흘리는 산모, 첫눈을 뜬 아기를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됐기 때문이죠.”

    이교원 교수는 분만 의료수가 현실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수가에는 분만 비용만 포함되지 분만 전 평균 8시간의 진통 시간 동안 의료진의 진료와 돌봄 비용은 반영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는 전국 시군구 42%가 달한다는데 이와도 무관치 않다고 봅니다. 의사가 돈 이야기 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수가 현실화는 정책적으로 필요합니다.”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출산은 고통이다’라는 잘못된 신화(神話)를 다시 쓰고 싶습니다. ‘출산은 경이롭고 행복하며 축복이다’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싶어요. 산부인과 분만실을 ‘고통의 현장’에서 ‘축복의 장’으로도 바꾸고 싶습니다. 인식이 바뀐다면 출산율도 자연 제고될 것이라 믿습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