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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신당 합류는 무책임한 일… 이준석과 의리보다 도리 택해”

국민의힘 남은 천아‘용’인 김용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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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4-02-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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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현 지도부,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책임

    • 韓 비대위, ‘김건희 리스크’ 언급할 만큼 전향적

    • 신당이라는 경쟁자는 국민의힘 혁신 동력

    [영상]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호영 기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호영 기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측근이었다. 두 사람은 오랜 기간 함께 했다. 2017년 바른정당에서부터 한솥밥을 먹었다. 이 대표가 2021년 6월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했을 때, 그는 최고위원에 올라 함께 지도부를 이끌었다. 이 대표가 곤경에 처했을 때도 곁을 지켰다. 2022년 7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추진하면서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잃자 김 전 위원은 “절차와 당원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대위 체제 전환을 끝까지 반대했다.

    지난해 3월 그는 천하람, 허은아, 이기인 세 명의 개혁신당 최고위원들과 국민의힘 지도부 선거에 나섰다. 이 대표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지도부 입성을 노린 것. 세간에선 이들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따 ‘천아용인’이라고 불렀다.

    12월 이준석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둘 사이는 갈라졌다. 천아용인 중 김 전 위원만 국민의힘에 잔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천’ ‘아’ ‘인’ 3명이 설득에 나섰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는 “(개혁)신당 창당은 명분이 없고,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합류를 거절했다.

    “10개가 달라도 1개가 같으면 함께할 수 있는 것이 정치 아닌가.”



    지난해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한 말이다. 함께 목소리를 내던 동료들과 어쩌다 멀어지게 됐을까. 1월 11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국민의힘에 잔류한 이유를 “개인적인 의리보다 도리를 먼저 생각해서 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지지율 낮아도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

    개혁신당 합류보다는 국민의힘 잔류가 더 합당하다는 의미인가.

    “대선 당시 지도부에는 현 정권에 대한 책임이 있다. 국민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적격이라고 설득했고, 그 결과 당선했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실책을 한다면 그 지도부가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고언을 듣지 않는다 해서 아예 새 당을 만들어 맞서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보수정당에서 바른정당이라는 신당을 만들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상 대통령의 지위를 잃게 된 상황이었다. 새 당을 만들어 보수정당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법이 보장하는 임기가 남았다. 집권 기간에 비해 지지율은 낮아도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다. 그 선택에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면 당에 남아 책임을 져야 한다.”

    이준석 대표와 함께 당에 쓴 소리를 오래 해 왔다.

    “지금까지는 당이 변하지 않았으나, 총선을 앞둔 지금은 변해야만 살아남는다. 이번 총선에 다수당을 놓치면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

    총선 예비고사라고 불린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태우 전 구청장을 다시 공천해 참패했다.

    “당 지도부의 실책이다.”

    대통령이 선거를 두 달 앞둔 지난해 8월 김 전 구청장을 특별 사면했다. 사실상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하라고 당에 요청한 것처럼 보였다.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면 당이 이를 막아야 한다. 당시 대표였던 김기현 전 대표가 직을 걸고서라도 김 전 구청장 공천을 막았어야 했다.”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전면 쇄신해 총선에 대비하자’며 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혁신위 합류를 요청했으나 그는 이를 고사했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김용태 전 최고위원에게 혁신위 합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동아DB]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김용태 전 최고위원에게 혁신위 합류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동아DB]

    혁신위 합류는 당을 바꿀 기회였는데 왜 고사했나.

    “혁신위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지도부가 아니라 혁신 방안을 제시하는 기구다. 혁신위가 아무리 좋은 혁신안을 내도 당 최고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지난 지도부 체제에서는 혁신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봤다. 당직을 제안 받는 것은 영광이나,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보여 고사했다.”

    김 전 위원은 “사실 혁신위 출범 자체도 비판했다”며 말을 이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내외적으로 지도부 사퇴 압박이 있었다”며 “혁신위는 지도부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혁신위 합류 고사 이유를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김 전 최고위원의 생각이 맞았다. 혁신위는 ‘중진·친윤 인사 수도권(험지) 출마’ ‘우세지역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 ‘상향식 공천’ 등 다양한 혁신안을 내놓았으나 지도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커졌고 결국 12월 21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동훈, 김경율 입 빌린 듯

    이기인, 김용태, 천하람, 이준석, 허은아(왼쪽부터) 5인의 지난해 11월 회동 모습. [뉴스1]

    이기인, 김용태, 천하람, 이준석, 허은아(왼쪽부터) 5인의 지난해 11월 회동 모습. [뉴스1]

    벌써 세 번째 비대위다.

    “이준석 대표가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 두 번의 비대위를 거쳐 김기현 전 대표를 필두로 새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지지율은 계속 떨어졌다. 당이 통렬하게 반성할 지점이다.”

    만약 이 대표와 당시 지도부가 물러나지 않고 임기를 다했다면 어땠을까.

    “김 전 대표 지도부보다는 지지율이 높지 않았을까(웃음).”

    당 지지율 하락에는 김 전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보나.

    “그렇다. 대통령을 제대로 옹호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잘못된 부분을 제대로 지적하지도 못한 애매한 지도부였다.”

    대통령의 측근이자 전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과 검찰에서 함께 일했고, 현 정권의 법무부 장관이었으며 지금의 낮은 국정 지지율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는 인사다. 과거의 지도부와 비슷하게 정부의 실책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당내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현 정부의 리스크 중 하나를 해결하려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있다. 나는 지난 지도부 체제에서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제2부속실 재설치 및 특별감찰관 도입 등을 통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대위는 이 해결책을 먼저 내놓았다.”

    한동훈 위원장은 1월 10일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경남도당 신년 인사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2부속실 설치’를 건의하고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원들도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 언급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1월 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결을 위해 대통령실과 당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지도부에서 아무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원장이 직접 리스크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

    “비대위원의 언급만으로도 전향적이라는 평가를 할 만하다.”

    김 전 최고위원이 설명을 이어갔다.

    “많은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당대표와 같은 직무라고 생각하고, 최고위원과 비대위원이 같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명백히 다르다. 최고위원은 선출직이다. 당원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니 당대표의 눈치를 덜 본다. 비대위원은 비대위원장이 지명한 인사들이다. 대부분의 발언은 비대위에서 합의를 거쳐 나오게 된다.”

    비대위원장이 비대위원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나.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 (비대위원장의 의사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김경율 비대위원과 한동훈 위원장의 의사가 다르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1월 17일 김 비대위원은 다시 한 번 김건희 여사 문제를 거론했다. JTBC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사과를 언급했다. 1월 21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봉합 수순을 밟았다.


    경쟁자 생긴 건 국민의힘에 호재

    신당 이야기를 해보자. 개혁신당, 개혁미래당 등 신당 창당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평가를 할 시점은 아니지만 (신당이)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벽이 많다.”

    어떤 벽이 있다고 생각하나.

    “고정 지지층이 빈약하다. 양대 정당과 달리 대안 세력인 만큼 중도층 유권자에게 어필하는 부분이 크지만, 고정 지지층은 거의 없다. 그만큼 지역구 의석 당선이 어렵다.”

    결국 선거는 중도층 유권자의 선택이 당락을 결정하는 것 아닌가.

    “고정 지지층이 없으면 후보를 모으기가 어렵다. 양대 정당은 수도권 열세 지역에서도 기본적으로 전체 유권자의 15%가량 고정 지지층이 있다. 즉 낙선하더라도 선거비용 보전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신당은 고정 지지층이라는 안전벨트가 없다.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겠으나, 지역구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도층 유권자가 신당에 결집한다면 여당에는 타격이 클 것 같은데.

    “오히려 당에는 호재라고 본다. 신당이라는 유력 경쟁자가 생겼으니 여당 혁신에 더 큰 동력이 생겼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자체 조사 결과 당장 총선을 치르면 서울에서 6석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러 신당이 출범한 지금은 서울에서 몇 석이나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나.

    “신당이 출현하면 열세 지역에서도 민주당과 표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에 열세 지역이 많은 여당에는 기회인데, 이 기회를 잡으려면 국정 지지율이 높아야 한다. 총선은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얼굴로 치르는 선거인 만큼 대통령과 정부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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