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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문선명 리더십의 비밀은?

유기체 국가<북한> 유기체 종교<통일교> ‘리더십 X파일’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김정일, 문선명 리더십의 비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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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문선명 리더십의 비밀은?

통일교에서 문선명 총재는 대가정의 참부모로 여겨진다.

“유일체제와 독재체제는 다른 개념이다. 유일체제는 리더와 구성원의 유기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다. 유일체제에서 조직은 리더와 구성원의 유기적 관계에서 형성되며 조직 안에서 리더와 구성원은 하나의 유기체다.”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그는 김정일과 잭 웰치 전 GE 회장,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리더십이 일치단결한 유일체제로 조직을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본다.

“리더십은 조직에서 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 속에 이들이 하나로 묶여 ‘일치단결’의 힘이 나오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유일체제 리더십에서 리더의 역할은 유일체제 리더십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먼저 조직을 장악하고, 다음 조직을 강화시키며, 그리고 조직이 재생산되게끔 하는 것이다.”(박후건 저, ‘유일체제 리더십’중)

그의 설명대로라면 잭 웰치 전 회장,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성과를 거둔 것은 조직을 유일체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웰치 전 회장은 ‘조직 장악’ ‘조직 강화’ ‘조직 재생산’을 효과적으로 마친 리더로 꼽힌다.

북한의 유일체제는 기업의 그것과는 성격이 달라 보인다. 북한의 유일체제 리더십은 오히려 종교 공동체를 닮았다. 북한은 김일성을 ‘어버이’로 부르는 대가정을 형성했다. 현재 북한의 국가체제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유기체를 지향한다.



통일교는 종교의 영역에서 유기체를 구축했다. 통일교에선 문 총재를 ‘참부모’라고 부른다. 통일교가 미국에서 한때 신도수를 늘린 것은 개인주의화한 미국인들에게 공동체적 가치를 제공한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국제연합(UN)에 가입한 국가인 반면 통일교는 기독교에서 갈라져 나온 종교다. 그런데 두 조직은 놀라울 만큼 닮은 구석이 많다. 두 조직이 모두 유기체 시스템을 구축한데다, 북한 체제가 유사종교적이기 때문이다. 조직을 유기체적 구조로 재구성한 리더십엔 공통점이 발견되게 마련이다.

백두광명성

문 총재는 1920년 평북 정주시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문 총재는 열다섯 살이던 1935년 4월17일 부활절 새벽 묘두산에서 기도하던 중 예수의 계시를 받았다.(1995년 8월26일자) 통일교는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만 실패한 메시아로 간주한다. 예수의 실패를 만회하려고 하나님이 보낸 재림주가 문 총재다.

문 총재는 광복 직후 ‘평양으로 가라’는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문 총재가 거처를 옮겼을 때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만큼 기독교 교세가 강한 곳이었다.

김일성은 1912년 평양 근교 평남 대동군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은 미션스쿨인 숭실중학을 졸업하고, 기독교 계통의 명신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북한에서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과 함께 ‘조선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김일성의 생모 강반석은 장로로서 창덕학교 교장이던 강돈욱의 둘째딸로 죽을 때까지 기독교 신자였다. 반석(盤石)이라는 이름은 성경의 베드로를 가리킨다.

북한은, 김일성이 열네 살 때(1926년) 결성했다는 타도제국주의동맹을 현대사의 출발로 본다. 이 조직은 존재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설이다.

김정일은 김일성 우상화 작업을 지휘하면서 후계자 자리를 획득했다. 그러곤 신화로 격상된 김일성의 위치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김정일도 종교 혹은 신화 수준의 상징을 가졌다. 1961년부터 북한에서 발견된다는 이른바 구호나무들엔 항일유격대 전사들이 일제강점기 때 새겼다고 선전되는 글귀(‘겨레여 백두산에 백두광명성 솟았다’ ‘백두광명성 삼천리를 비친다’ 등)가 적혀 있다. 북한이 발사한 인공위성 광명성 1,2호는 이 글귀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김정일은 주체사상을 해석하고, 발전시키면서 사회정치적 생명체론을 내놓았다. 이 이론은 사람의 생명은 육체적 생명, 정치적 생명으로 나뉘는데 사회정치적 생명은 육체적 생명보다 귀중하고, 육체적 생명은 유한하나 사회정치적 생명은 수령·당·대중이 통일체를 이루면 영생한다는 것이다. 수령은 거대한 유기체인 사회정치적 생명체의 뇌수다.

민족의 태양

북한에서 김일성은 ‘민족의 태양’이라고 불린다. 군국주의 일본의 덴노제에서 일왕은 일본의 건국신(神)인 아마테라스신(天照大神)의 재현이다. 일제도 일왕을 우상화할 때 욱일승천하는 태양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찰스 암스트롱 교수는 “북한 사회는 불가분성의 일심동체다. 김일성 개인숭배는 일왕숭배와 스탈린주의에 기독교적 요소, 유교의 가족주의가 결합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효(孝)라는 덕목은 개인숭배에서 가장 한국적인 요소다. 태양신의 이미지는 일본신이 북한식으로 변용됨으로써 ‘민족의 태양’이 됐다”고 밝혔다.

사회학에서는 개인숭배는 주체와 객체의 상호작용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상호되먹임(feedback)은 국가나 사회 조직이 가진 역사, 전통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북한에서 수령은 어버이면서 대가정의 가부장(家父長)이다. 김일성 가족은 경배하는 조상의 지위에 올랐으며 국가 제사의 대상으로 격상됐다. 북한의 가부장제는 모성적이기도 하다. 어버이란 단어엔 부성과 모성이 결합해 있다. 수령은 특별하게 성(性)을 구분할 때를 제외하곤 ‘아버지’가 아닌 ‘어버이’로 불린다. 이를 두고 동아시아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은 스스로를 ‘김일성 민족’이라고 여긴다. 북한은 민족주의 정서가 강하다. 김일성도 “민족주의를 하고자 공산주의자가 됐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북한에서 민족은 한민족이 아니라 ‘백두광명성’이 이끄는 김일성 민족을 가리킨다.

‘조선의 어머니’는 김일성 민족의 어머니다. 김일성의 생모 강반석,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이 조선의 어머니. 조선의 어머니는 ‘어머니 조국’이라는 북한식 개념과도 맥이 닿는다. “어머니로서 여성의 이미지, 즉 정숙한 여성을 숭상하는 것은 유교적 전통과 관계가 있다”고 암스트롱 교수는 분석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가족을 보듬는 유교적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북한의 문학, 드라마에 나오는 여성은 하나같이 가정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

인간도 개조가 가능하다면서 이뤄지는 북한의 자아비판은 종교행위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북한에서 실시되는 자아비판의 형식과 구조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간증을 닮았다. 김일성은 1989년 고(故) 문익환 목사를 만났을 때 “삼일예배날(수요일) 어머니와 함께 예배당에 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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