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단독] 李할머니 수양딸 “내 신상 공개한 사람들 고소하겠다…합의·선처 없다”

“김어준, 억측으로 어머니와 내 명예 훼손, 오만하다”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입력2020-05-27 1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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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모 씨가 밝힌 2차 기자회견문 작성 과정 전말

    • 지인 7~8명 공동 회견문 작성 보도 사실 아냐

    • 호텔 방에 있지도 않은 최용상 대표가 배후 인물?

    • 해당 언론사에 정정기사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수양딸로 알려진 곽모 씨는 27일 “2차 기자회견 전날 밤 7~8명이 모여 회견문을 공동으로 작성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호텔 방에서 내가 어머니(이용수 할머니) 구술을 받아 회견문을 작성한 것이 팩트”라면서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26일 한 언론이 7~8명의 지인이 모여 2차 기자회견문을 작성했다는 A씨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를 근거로 방송인 김어준 씨는 27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누군가 할머니에게 왜곡된 정보를 드린 게 아니냐”며 “수양딸께서 혼자 정리했다고 한 이후 7~8명이 협업해 작성했다는 보도도 있던데 누구 말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를 이를 “고생하는 수양딸에게 드리는 김어준의 질문”이라고 했다.


    “지인 7~8명 공동 회견문 작성, 사실 아냐”

    곽씨는 27일 ‘신동아’와 전화 인터뷰에서 “김어준 씨가 제기한 ‘기자회견 배후설’ 의혹을 해소하고,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근거로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를 바로잡겠다”면서 기자회견문 작성 과정 전말을 공개했다. 

    -당초에는 할머니가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 측과 기자회견문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혁수 시민모임 대표가 2차 기자회견문을 작성해보겠다고 말하기에 어머니가 ‘알겠다’고 답했다. 24일 아침 어머니가 운전기사를 자처하는 A씨에게 답답하다며 대구를 벗어나고 싶다고 요청했다. 나는 그날 서울에 볼 일이 있어 혼자 자동차를 몰고 대구에서 서울로 이동했고, 어머니와 A씨는 어머니의 남동생이 거주하는 경기 수원시로 향했다. 일을 본 뒤 그날 오후 어머니, A씨와 합류했다. 어머니가 시간이 늦었으니 서울에서 하룻밤 묵자고 해 서울 종로구청 인근 S호텔로 이동했다. 정확한 시간이 기억나지 않지만 호텔에 도착했을 때 저녁이었다.” 

    -호텔에는 누구누구 모여 있었나. 

    “우리가 호텔 방 2개를 잡았는데, 방 한 곳에서 어머니와 내가 묵었다. 나머지 방은 A씨와 지인이 사용했다. 24일 저녁 호텔에 모인 지인은 나와 A씨, 서울에 머물던 어머니의 일대기를 찍는 다큐멘터리 작가, 진관 스님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지인 중 ‘회견문 작성 전문가’도 있었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그 기사를 보고 그런 직업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호텔 방에 있지도 않은 최용상 대표가 배후 인물?”

    -지인들이 호텔에 온 이유가 뭔가. 

    “어머니가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진관 스님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S호텔에서 조계사가 가깝다. 스님이 어머니한테 인사를 드리고 잠깐 머물다가 돌아갔다. 다큐멘터리 작가가 여성인데, 이전에도 수차례 어머니의 옆을 지키며 같이 잠을 잘 만큼 친근한 사이다. 어머니가 서울로 올라왔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일제강점기 피해자 관련 단체 대표 B씨와 C씨,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가 24일 저녁 어머니를 뵙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당시 어머니가 기력이 쇠한 데다 시간이 너무 늦어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했다. B씨와 C씨, 최 대표는 25일 아침 7시 호텔 로비에서 어머니한테 인사를 드리고 잠깐 대화를 나눈 게 전부다.” 

    이 대목에서 곽씨는 “김어준 씨가 누군가 자신의 입장을 반영한 왜곡된 정보를 어머니한테 줬을 수 있다며 그 배후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최 대표를 지목했는데, 그 사람은 호텔 방 안으로 들어온 일조차 없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기자회견문의 배후 인물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기자회견문은 언제 어떻게 작성했나. 

    “24일 저녁 호텔 방에서 어머니가 대뜸 ‘기자회견문을 작성해봐라’고 했다. 어머니는 시민모임 측에서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가지고 계셨고, 그걸 읽어보니까 첫 대목부터 ‘윤미향’이 등장했다. 어머니는 자신이 2차 기자회견에서 강조하고 싶은 내용부터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7일 1차 기자회견 때처럼 감정적으로 이야기하다 중요한 내용을 빠뜨리면 어쩌나 염려하신 모양이다. 그래서 핵심 요지만 추려서 정리하기로 했다. 어머니가 불러주는대로 내가 받아 적은 뒤 이를 어머니한테 다시 보여주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컨펌을 받았다. 내가 내용을 추가하거나 문장을 고쳐 쓰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해당 언론사 측에 정정기사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그렇다면 기자회견문을 지인 7~8명이 공동으로 작성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닌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연락해 정정기사를 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했고, 그로 인해 ‘2차 기자회견문이 지인들의 공동 작업물의 결과라더라’라는 내용의 가짜뉴스까지 퍼지고 있다. 해당 언론사 측에 정정기사를 내주지 않으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겠다고 했더니 ‘제소하라’고 하더라. 황당했다.” 

    해당 언론사 측은 “곽씨의 정정보도 요청에 곽씨 입장을 다룬 별도 기사를 쓰겠다고 했으나 정정보도를 고집해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며 ”우리도 기자회견문 작성 때 현장에 함께 있던 관계자의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만큼 사실 관계를 따져야 했고, 일방적인 정정보도를 할 처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25일 2차 기자회견장에는 왜 참석하지 않았나. 

    “볼 일이 남아서 서울에 더 머물러야 했다. 25일 아침식사를 한 뒤 어머니와 A씨 두 분만 대구로 향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어머니가 시민모임 측에서 작성한 기자회견문을 발표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머니가 대구로 내려가는 도중에 생각을 바꾸신 것 같다. 나는 그 사실도 모르고 25일 오전 서혁수 시민모임 대표에게 전화해 ‘어머니가 시민모임 측에서 작성한 기자회견문을 발표하실 거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기자회견장에 들고 나온 건 내가 쓴 회견문이었다. 깜짝 놀랐다.”


    “김어준, 추측과 억측으로 어머니와 내 명예 훼손…오만하다”

    -김씨는 ‘누군가 할머니에게 왜곡된 정보를 줬다’는 식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추측과 억측, 자신만의 생각으로 판단하며 어머니와 나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다. 오만한 행동 아닌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당신의 신상정보가 떠돌아다니는데. 

    “내 허락도 없이 이름, 나이, 가족 등 개인 신상을 적은 게시물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 활동 중인데, 내 정보를 유출한 이가 민주당 당원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잘못을 물을 것이다. 증거를 모으는 대로 경찰서에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계획이다. 이는 어머니 일과는 별개다. 나는 어머니와 달리 관대하지 않은 사람이다. 합의도, 선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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