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낮은 단계 연방제’가 김정은이 추구할 ‘통일대전’ 서막

6·25 70주년, 6·15 20주년 ‘통일대전이 다가온다’

  •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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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06-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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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핵·미사일, 中 패권적 민족주의 위협

    • 코로나 이후 심화하는 新냉전시대

    • 핵·미사일 지렛대로 두 갈래 통일대전 추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4월 1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4월 1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한반도에서 남북 간 체제 대결은 6·25전쟁을 통해 1차로 폭발했다.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를 신호탄으로 소련, 동유럽 사회주의권이 패망하면서 한국은 북한에 대한 우위를 갖게 됐다. 사회주의권의 붕괴는 구(舊)냉전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후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20여 년간 지속됐다.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의 성과를 바탕으로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면서 미국 중심의 패권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른바 G2로 부상하면서 도전이 시작됐으며 동아시아에서는 2003년 한반도를 대상으로 한 동북공정, 몽골을 대상으로 한 북방공정을 통해 패권적 민족주의를 표출했다. 

    북한은 1980년대 말부터 남북 체제 대결에서 한국에 뒤처졌으며 소련,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 이후 외교적 고립을 겪었다. 1990년대 중후반에는 최악의 경제난까지 경험했다. 북한은 선군정치 노선에 입각해 ‘군사대국’ ‘핵국가건설’을 목표로 고난의 행군에 나섰다. 

    북한은 2017년 동북아 정세의 게임체인저가 된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성공시켰다. 이를 기반으로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6·19 북·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현실적으로 ‘핵국가 지위’를 확보했다. 남북 간 체제경쟁에서 북한이 군사적, 외교적 우위를 획득한 셈이다. 이와 같은 한반도 정세의 근본적 변동에 따라 한국의 안보는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였다.

    코로나 이후 심화하는 新냉전시대와 한반도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지난해 출간한 저서 ‘트럼프와 중국’에서 미국은 건국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전략적 적(敵) 또는 경쟁자를 극복하면서 미국의 역사를 발전시켜 왔다고 밝혔다. △첫째, 영국과의 독립전쟁 △둘째, 노예해방을 위한 남북전쟁 △셋째, 반파시즘 제2차 세계대전 △넷째, 반공산주의를 위한 소련과의 냉전이 그것이다. 깅리치는 중국공산당의 패권적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적 국가주의와의 전쟁을 다섯 번째 응전으로 꼽았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로 떠올랐다.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몽과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전략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2016년 ‘미국우선주의’ ‘경제민족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과 함께 중국의 패권 도전을 제압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발발한 미·중 무역전쟁은 그 서막이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무역전쟁의 핵심 브레인으로서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을 포함한 다수 선진국이 중국에 있는 공장의 이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냉전시대의 특징은 미·중 간 패권전쟁의 진행과 함께 세계적 차원에서 민족국가 간 무한적 국익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것이다. 중국의 ‘중화민족패권주의’, 미국의 ‘미국우선주의’, 러시아의 ‘러시아대민족주의’, 인도의 ‘힌두민족주의’,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일본의 보통국가론, 터키의 민족주의 등이 그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민족국가 단위의 무한적 경쟁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같은 경쟁은 세계적 차원에서 미·중 간 패권전쟁에 착종해 몇 가지 중요한 전선을 만들어내고 있다.

    패권전쟁 한복판에 놓인 한반도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적 애국주의’ 대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적 민족주의’,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대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적 국제질서’가 부딪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싼 한국, 미국, 대만 등의 자유주의적 방역국가 대 중국 중심의 권위주의적 방역국가, 미국 중심의 디지털 자유주의 대 중국 중심의 디지털 권위주의는 또 다른 전선이다. 

    사드(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한 갈등,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된 문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논란, 화웨이 장비 도입을 둘러싼 논쟁 등 한국은 패권전쟁의 다양한 전선 한복판에 놓여 있다. 

    한국은 이 같은 전선에서 ‘패권적 민족주의’ ‘권위주의적 국가주의’라는 중국의 위협에다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덧붙여져 심각한 안보상의 위기에 처해 있다. 앞서 언급했듯 세계적 차원에서 미·중 신냉전시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비롯했지만 한반도에서는 2002년 2차 북핵위기와 2003년 중국의 패권적 민족주의인 동북공정 가동으로부터 이미 신냉전시대가 시작됐다. 

    한반도 신냉전시대는 탈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해 등장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등이 시효를 상실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가전략을 요구한다. 한국의 보수 세력 대다수는 1980년대 냉전시대 사고에 머물러 있고, 한국의 진보세력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탈냉전시대에나 적용될 햇볕정책을 고집하는 양상이다. 최근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보수 정부, 진보 정부를 엎치락뒤치락 거치면서 한국은 북한의 핵 위협 및 중국공산당의 위협에 대한 대응에 실패했다. 반면 북한은 2017년 동북아 정세의 게임체인저가 된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을 성공시키면서 남북 간의 체제경쟁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남북 간 체제경쟁 역사에서 한국은 1980년대 말 이후 오랫동안 북한에 대해 우위를 보여왔으나 2018년부터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이 군사적, 외교적 우위를 점한 형국이다. 이 같은 현실은 6·12 북·미 정상회담과 6·19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국제사회에 각인되게 된다.

    군사력 역전과 북한의 통일전략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서의 순서는 △첫째, 북·미관계 정상화 △둘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 △셋째, 한반도 비핵화 약속으로 이뤄져 있다. 북한이 현실적 ‘핵국가’로 진입했음을 미국이 일정 부분 인정한 것이다.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017년 미국의 북한 폭격 가능성에 대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의 반격 능력 때문에 한반도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2019년 “북한을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국은 6·19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을 현실적 핵국가로 거의 인정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북·중관계는 기본적으로는 동맹이지만 1992년 한중수교 이후부터 2013년 친중파 장성택 숙청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외교적으로 최상급 대우를 하면서 핵국가 북한과 새로운 국가 간 관계를 재정립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변화는 6·19 북·중 정상회담을 설계하고 실무적으로도 주도한 중국공산당의 전략가 왕후닝(王寧·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의 정상회담 때 모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왕후닝은 배웅까지 직접 챙기는 등 다른 정상회담에서는 볼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이렇듯 북한은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내용적으로 ‘전략국가’ 대우를 받은 반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양쪽으로부터 북한에 못 미치는 외교적 대우를 받았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북한은 2016년 4차 핵실험 직후 열린 36년 만의 노동당 당대회에서 ‘조국통일에 관한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1980년대 말 이후 북한의 통일 관련 언급이 남북 간 체제 대결에서 수세적 상황을 덮기 위한 말로만의 협박이었다면 2016년 당대회의 통일에 관한 주장은 체제 대결에 대한 자신감에 기초한 실질적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북한 주도 ‘조국통일’의 두 갈래 길

    지난해 1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해 1월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노동신문]

    김정은은 2018년 신년사에서 통일에 관한 언급을 이례적으로 12번이나 했다. 나아가 북한은 2018년 1월 평창올림픽에 참가한 김여정의 ‘미소 외교’로부터 시작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치의 중심이 김정은인 것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한반도 정세 변화가 2018년을 새로운 한반도 정치시대 ‘원년’으로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지낸 맥 매스터는 2019년 10월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배경에 대해 “북핵은 단순한 방어적 목적이 아니다. 북한은 공산주의 체제 아래 한반도 통일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무장의 완성을 선언했다. 2019년에는 한국을 대상으로 한 준전략형 무기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대구경 조종방사포 등의 실험을 진행했다. 북한이 미국 등에 대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억지능력, 반격능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한국에 대한 군사 행동을 통한 무력 통일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 군사 옵션을 통한 통일 추진은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평양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추구할 2가지 행로 중 그 가능성은 30% 안팎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조국통일을 최고 강령으로 삼은 노동당의 ‘무력 사용까지도 불사하는’ 통일 의지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블라디미르 레닌은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의 명구 “전쟁이란 다른 수단을 가지고 하는 정치의 계속이다”를 자주 인용하면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 명구를 전쟁의 의의를 밝히는 근본적인 이론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은 레닌의 이론으로 무장한 집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경제력, 군사장비 등이 우세한 한국이 명심해야 할 것은 “물질력이 목제의 칼집이라고 한다면 정신력은 시퍼런 칼날이다”라는 클라우제비츠의 또 다른 명구다.

    핵·미사일 지렛대로 통일대전 추구

    북한은 무력 통일의 최대 장애물이 미국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 수년 동안 자신들이 베트남처럼 친미비중(親美非中)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워싱턴에 전달했다. 

    북한은 또한 무력 통일 시도가 가져올 리스크를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이 추구할 2가지 행로 중 70% 가능성 안팎은 연방제적 통일이다. 

    연방제적 통일 추진의 기본적 방법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합의서인 6·15공동선언이 바탕이 될 것이다. 6·15공동선언 2항에서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범여권이 개헌 가능선인 의석수 3분의 2에 근접하는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북한의 김정은 체제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6·15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낮은 단계의 연방제’ 형식으로 단계적 통일을 지향할 가능성이 높다. 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에서 북한은 군사적, 외교적 우위를 앞세워 북한 주도의 통일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로 분석된다. 

    4월 김정은 유고설을 두고 논란이 일었으나 북한 체제는 서기실을 중심으로 수령-당-대중 통치 시스템이 안정돼 있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지렛대로 통일대전을 추진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구냉전시대, 탈냉전시대를 지나 미·중 신냉전시대에 돌입했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고 구조적 차원에서 북한의 전략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응 전략을 정확하게 마련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핵에 대응할 미국과의 핵공유제 도입, 각종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미 공동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수도권 방어를 위한 사드 추가 도입, 북핵 해결 시까지 한미연합사 개편 중단, 미·중 신냉전시대에 대응할 신(新)한미동맹체제의 구축, 국가정보원의 정보력과 국군의 국방력 강화를 위한 자강적 안보전략 수립 등이다.

    구해우
    ● 1964년 출생
    ● 고려대 법대 졸업, 고려대 대학원 법학박사
    ● 민화협 청년위원장
    ● SK텔레콤 북한담당 상무
    ●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객원연구원
    ●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 국정원 북한담당기획관
    ● 現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 저서 : ‘통일 선진국의 전략을 묻다’ ‘미중 패권전쟁과 문재인의 운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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