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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분석

美, 한국 견제하려 디젤잠수함 과대평가?

北 SLBM 유일 대응수단은 핵/잠/수/함

  • 신인균 |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kdn0101@daum.net

美, 한국 견제하려 디젤잠수함 과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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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디젤잠수함으론 매복작전 불가능
  • ● ‘핵무기 보유국 = 핵잠수함 보유국’ 등식 깨져
  • ● 한국, 핵잠수함 건조 기술 이미 확보
  • ● 관건은 자주국방 의지와 돈(1조5000억 원)
8월 24일 북한이 쏜 SLBM이 500km를 비행하면서 북한은 핵무기의 궁극 단계 직전까지 도달했다.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은 잠수함이 물속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을 일컫는다. 북한은 이를 ‘북극성’이라고 명명하면서 미국을 자극했다. 미국 최초의 SLBM 이름이 ‘폴라리스(Polaris, 북극성)’인데 미국을 조롱하듯이 똑같은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냉전시대 패권 경쟁국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생산했다. 급기야 서로가 서로를 지도에서 지워버리고도 남을 만큼의 핵무기를 갖게 됐다. 따라서 대량 선제공격을 받으면 반격의 기회를 잃어 ‘공포의 균형’을 맞출 수 없게 됐다.

핵무기를 통한 공포의 균형은 반격의 기회가 있어야 보장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SLBM이다. 선제 핵공격을 받아 본토가 사라져도 보복 임무가 부여된 잠수함이 ‘멸망한 조국’을 대신해 바닷속에서 적국에 미사일을 날려주는 것이다.

최초의 SLBM은 소련이 만들었다. 소련은 1955년 디젤잠수함인 ‘줄루’급 잠수함에 스커드미사일을 장착해 미국을 놀라게 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1959년 12월 30일 최초의 핵무기 탑재 원자력잠수함 ‘조지워싱턴’을 개발했다. 조지워싱턴에 폴라리스 핵미사일 16발을 탑재해 소련에 대한 전천후 핵 보복 능력을 갖게 됐다. 이 SLBM 탑재 원자력잠수함을 전략원잠(戰略原潛, SSBN)이라고 한다.

소련도 이에 질세라 1967년 미국처럼 16발의 SLBM을 탑재하는 ‘양키’급 원자력잠수함을 건조했다. 소련도 마침내 제대로 된 핵 보복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이렇게 상호 간에 핵 보복 능력을 갖게 됐으니 핵 경쟁은 끝난 것인가. 아니다. 미국과 소련은 평소 적 해군기지 앞에 매복하고 있다가 적의 SLBM 탑재 전략원잠이 출항하면 이를 미행했다. 이들 잠수함은 추적하던 적 전략원잠이 미사일 발사 심도(深度)로 이동하거나 발사 조짐을 보이면 즉각 어뢰 공격으로 격침시키는 임무도 맡았다. 이런 원자력잠수함을 공격원잠(攻擊原潛, SSN)이라고 하는데, 공격원잠은 상대 잠수함을 미행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엔진 소음이 작아야 한다.



조용하지만 느리다

북한이 SLBM을 개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핵 보복 능력을 보유해 진정한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서다. 또한 SLBM은 반드시 보복 임무만 맡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핵공격 임무도 맡게 되는데, 현재 우리 군이 계획 중인 패트리어트(PAC)-3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등 지상요격체계는 전방 120도만 탐지하는 레이더의 각도 문제로 SLBM을 막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 군도 미국처럼 북한의 잠수함기지인 신포항 앞에 매복해 있다가 유사시 북한 SLBM 잠수함을 먼저 격침시켜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면서 원자력추진 잠수함 보유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21일 미국 해군 출신 잠수함 전문가 브라이언 클라크 전략예산평가센터(CSBA)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한국의 대응에 적합하지 않다”면서 “한국의 처지에선 디젤잠수함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최신 디젤잠수함과 원자력잠수함 중 어느 것이 우리 군에 더 나은가’라는 효용성 논란이 불거졌다.

클라크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한반도 주변 해역이 넓지 않기 때문에 미국처럼 대양작전을 하는 원자력잠수함이 필요치 않고, 현대식 디젤잠수함은 속도가 평균 20노트로 우수한 데다 소음이 작아 한국에 전략적 가치가 더 높다고 한다.

그의 말은 대부분 맞지만 전부 맞지는 않다. 우선, 디젤잠수함이 더 조용한 것은 사실이다. 디젤승용차를 운전해본 사람은 “디젤엔진이 뭐가 조용하냐?”라고 반문할지 모른다. 우리가 아는 디젤엔진은 휘발유 엔진에 비해 소음이 크다. 그렇다면 그 시끄러운 디젤엔진보다 원자력잠수함이 더 시끄럽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디젤잠수함은 디젤엔진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디젤엔진으로 충전한 배터리로 움직인다. 승용차로 비교하면 하이브리드 승용차에 가깝다. 하이브리드 차를 운전해본 사람은 배터리로 차가 움직일 때 얼마나 조용한지 잘 알 것이다. 그렇지만 배터리로는 빨리 달릴 수가 없다. 배터리로 빨리 달리면 방전도 쉽게 된다.



충전하다 발각되면…

클라크 연구원의 말 가운데 디젤잠수함의 속도가 20노트라는 대목은 틀렸다. 이는 매우 큰 오류다. 이로 인해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크게 잃는다. 디젤잠수함은 배터리로 가동되기 때문에 3노트 이하로 천천히 움직인다. 현재 한국 해군이 운용 중인 잠수함 중 ‘장보고’급은 이런 속도로 약 사흘간 움직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조용하다는 ‘손원일’급 잠수함은 이 속도로 2주 정도 작전할 수 있다. 또한 우리 해군이 개발 중인 3000t급 차기 잠수함 ‘장보고3’은 이 속도로 3주간 작전하는 것이 목표다.



디젤잠수함은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바다 위로 부상해 공기를 흡입해야 하며 디젤엔진을 가동해 충전한다. 만약 충전을 북한 해역에서 한다면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우리 잠수함이 NLL(북방한계선) 북쪽에서 충전하다가 북에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따라서 배터리에 상당한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NLL 남쪽으로 돌아와야 안전하다.

동해에 있는 우리 해군 1함대 기지에서 북한 신포항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280km다. 시속 3노트 정도로 수중 항해하면 이동하는 데 편도 2.5일, 왕복 5일 정도 소요된다. 일각에선 3000t급 잠수함으로 15일 이상 매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매복 임무를 하다가 북한 잠수함이 기동하면 미행을 해야 하는데 미행을 며칠간 지속할지 알 수 없고, 귀환 시 돌발 상황에 대비해 배터리에 여유를 둬야 하기 때문에 길어야 열흘 정도만 매복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2주간 작전할 수 있는 손원일급 잠수함은 신포항에 도착하자마자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배터리로 움직이지 않는다. 엔진을 돌리는 데 산소가 필요하지도 않다. 식량과 승조원들의 컨디션만 받쳐주면 장기간 매복하고 미행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과 소련은 이 임무를 모두 원자력추진 잠수함에 맡긴 것이다.

물론 클라크 연구원이 주장한 것처럼 한국 해역은 작기 때문에 디젤잠수함이 유리할 때도 있다. 디젤잠수함은 제공권(制空權)이 보장된 자국 해역에서 방어 임무를 하는 데는 아주 좋다. 조용하기 때문에 적 잠수함과 군함에 위협적이다. 제공권이 보장되면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 부상해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하지만 제공권이 없는 적진에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적의 대잠초계기나 군함에 들키지 않으려면 물 밖으로 나오지 않아야 한다. 상황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침투공격 임무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10일과 5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클라크 연구원의 발언은 한국에 전략무기인 원자력잠수함 보유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포석으로 비친다. 원자력잠수함은 강대국의 상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러시아로부터 리스한 원자력잠수함을 가진 인도 등 6개국만이 보유국이다.

공교롭게 이들 6개국은 모두 핵보유국이라 ‘원자력잠수함 보유국 = 핵보유국’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듯하다. 그러나 이 등식은 곧 깨질지 모른다. 최근 비핵국인 브라질이 프랑스로부터 원자력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력잠수함은 핵무기가 아니라 원자력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배다. 다만 그 배가 군사적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핵무기 범주에 넣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원자력잠수함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 해군은 3000t급 크기의 장보고3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는데, 척당 약 8000억 원의 예산이 든다. 장보고3 잠수함의 후기형에 디젤과 배터리 대신 소형 원자로를 탑재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여기에 탑재할 수 있는 원자로는 이미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담수화 및 중소형 도시 발전용으로 개발하고 있는 소형 원자로 SMART-P는 그 바탕이 러시아의 원자력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사인 OKBM에 있다. 이 원자로의 열출력이 65MwT 수준이라 인도의 아리한트(6000t, 85MwT) 잠수함이나 영국의 발리언트(4200t, 70MwT) 잠수함과 비슷하며, 미국 LA급(6000t, 120MwT) 잠수함의 절반 정도다. 3000t급 수준인 장보고3의 추진기관으로 적합하다.

다만 사용되는 핵연료의 농축도가 20% 미만이 될 것이므로 90%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미국, 영국, 러시아의 원자력잠수함보다 연료 교체 주기가 짧겠지만, 그래도 5년 이상 작전할 수 있다. 작전기간이 10일 안팎에 불과해 논란을 낳는 디젤잠수함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핵잠수함은 우리 군이 북한의 SLBM을 자체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무기체계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가 선박용 원자로로 개발한 KLT-40의 가격은 3500억~4000억 원. 우리가 원자력잠수함을 개발한다면 척당 약 1조5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계획된 장보고3 예산에다 척당 6000억~7000억 원을 더 지출해야 한다.



국제 제재 가능성 낮아

미국은 우리의 군사동맹국이지만 우리가 강력한 전략적 군사력을 갖는 것은 환영하지 않는 듯하다. 이는 클라크 연구원의 말에서도 감지된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핵 SLBM은 완성 직전에 이르렀고 우리는 그 어떤 대응수단도 갖고 있지 않다.

SLBM을 탑재한 북한의 작은 디젤잠수함으로는 동해를 빠져나가기 힘들다. 따라서 북한 SLBM의 현실적 목표물은 우리뿐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의 디젤잠수함은 배터리 충전 문제 때문에 북한 해역에서의 매복 작전에 제한을 받는다. 원자력잠수함 개발은 핵무기 개발이 아니므로 국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작다. 결국 우리의 자주국방 의지, 그리고 돈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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