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특집 | 文, 安, 黃 속도 내는 대선열차

“黃은 ‘내각의 김기춘’… 당선 가능성도 0%”

하태경의 강펀치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7-02-21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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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농단? 김기춘보다 잘못 더 커
    • 심판 보다 선수로 뛰는 게 말 되나
    • 보수와 ‘황교안의 극우’로 나뉠 것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2월 1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봉도사의 소름 돋는 예언’이 입길에 올랐다. 정봉주 전 의원이 1월 24일 채널A ‘외부자들’에 출연해 “반기문 진영(보수진영)의 후보가 바뀐다. 황교안으로”라고 예측한 것을 두고서다. 당시만 해도 반 전 총장이 링에 오르기도 전에 수건을 내던지리라고 예상한 이가 많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이 미국에서 돌아온 지 20일 만에 대선 경쟁에서 이탈한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보수진영에서 반 전 총장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몸값 치솟는 황교안, 최대변수로’ ‘보수 재집권 구원투수 되나’ 등의 분석이 쏟아졌다.



    몸값 치솟는다?

    한국갤럽이 2월 7~9일 전국 성인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29%로 1위를 차지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9%, 황 권한대행이 11%로 뒤를 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 조사에서 보수진영 후보 중 지지율 10%를 넘긴 이는 황 권한대행이 유일하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3%에 그쳤다. “반 전 총장 지지자 중 강한 보수 성향은 황 권한대행 쪽으로, 중도적인 이들은 안 지사 쪽으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많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맞서 태극기집회에 나선 이들이 배신자로 여기는 인사다. 그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황 권한대행’을 어떻게 생각할까. 2월 9일 하 의원에게 ‘황교안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를 들었다.   



    “소가 웃을 일”

    ▼ ‘황교안 대통령’ 어떻게 보나.

    “대통령이 될 자격이나 능력이 있느냐, 리더십을 갖췄느냐는 차치하자. 개인의 능력을 떠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탄핵 국면에서 심판 보던 사람이 대선에 출마한다? 그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심판으로 일하다 선수로 뛸 수는 없다.”

    ▼ 출마할 것 같나.

    “황 권한대행은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가 부당하다고 여기거나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을 결정하리라고 믿는 이들의 지지를 받는다. 박 대통령 지지자의 지지를 받기에 탄핵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출마를 선언하기 어렵다. 같은 이유로 탄핵 여부 결정 이전에는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힘들다. 탄핵이 결정된 후 출마를 선언한다? 비겁한 행동이다. 출마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지금 당장 권한대행 직을 그만두는 게 옳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물러나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국정 최고책임자가 된다.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월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 말도 안 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미친 짓이다. 스스로 사임하고, 이를 자기가 수리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또다시 자기가 임명하고, 대선에 출마한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하 의원의 견해도 정 전 원내대표와 비슷하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를 선언하면 역풍이 불 것이다. 그간 공정한 관리자가 아니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심판을 보다가 선수로 나선다는 게 말이 되나. 탄핵 결정 이전에 출마를 선언하는 게 그나마 낫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나서려면 선거일 30일 전에 권한대행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국정농단 책임질 인물”

    ▼ 황 권한대행이 출마조차 해선 안 된다고 여기나.

    “대선에 나가는 것은 개인 자유 아닌가. 황 권한대행도 참정권(국민이 직접·간접으로 국정에 참여할 권리)을 갖고 있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내각의 김기춘’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책임을 져야 하는 인물이다. 청와대의 김기춘, 내각의 김기춘에게는 나라가 이 꼴이 되도록 방치한 잘못이 있다. 내각의 김기춘에게 청와대의 김기춘 이상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없다.”  

    ▼ 없다?

    “0%.”

    ▼ 문재인 전 대표를 불안하게 여기는 보수 표심 결집이 일어날 수 있지 않나.

    “현재 정치 지형에서 황 권한대행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황 권한대행과는 어떤 보수 후보도 단일화하지 못한다. 보수 후보가 둘로 나뉜 상황에서는 승리가 불가능하다.”

    ▼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을 계륵(鷄肋·닭의 갈비를 가리키는 말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에 비유한다. 대선 출마 여부에 침묵하면서 다른 보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황 권한대행 탓에 다른 보수 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더디다는 것은 정확한 지적이다. 보수 와해의 책임 또한 황 권한대행에게 있다.”

    ▼ 황 권한대행이 보수주의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한다고 보나.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현안에 관해 확고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 국가를 가장 앞에 놓고 명확한 자신의 의견을 밝혀야 한다. 황 권한대행은 어떤 견해도 표명하지 않았다. 특별검사의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해 황 권한대행이 뭐라 했나.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식으로 대응했는데 최종 책임자가 황 권한대행 아닌가.”

    ▼ 낙선하더라도 출마를 통해 보수세력의 구심점이 돼 차기를 노릴 수 있다.

    “황 권한대행이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보수와 극우가 분화할 것이다. ‘황교안 중심의 극우’와 보수로 보수진영이 재편되는 것이다.”



    “黃 지지 기반은 극우”

    ▼ 황 권한대행이 극우인가.

    “황 권한대행의 지지 기반이 극우다.”

    ▼ 보수정치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보수의 분열이 구조화할 것이다. 중도·합리적 보수가 약화해서는 안 된다.”

    ▼ 하 의원은 맞불시위에 나선 이들 사이에서 적이 됐다.  

    “맞다. 그분들이 과거에는 나에게 동지 의식을 느꼈다. (탄핵 반대 시위에 참석한) 김진태 의원을 평가하는 것과 나에 대해 느끼는 게 비슷했다. 그분들은 통합진보당 해산을 통해 종북 세력을 몰아내는 일에 내가 앞장선 것을 높이 평가했다. 그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통진당 같은 종북 세력이지 않나. 내가 통진당 세력의 적이었다. 적의 적은 친구 아닌가. 같은 편인 줄 알았는데 아닌 것이다. 그분들은 ‘제왕적 보수’에 향수를 가졌다. 박 대통령이 어떤 잘못을 해도 감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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