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첨가물의 병용섭취에 대한 연구보고서(아래)와 9월29일 ‘당정합동 식품안전 +7’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오른쪽 두 번째).
멜라민은 질소 함량이 풍부한 흰 결정체인데, 플라스틱 접착제나 화학비료 등에 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중국 우유 생산자들이 이를 우유에 섞은 게 문제가 됐다. 생산자들은 우유의 양을 늘리기 위해 물을 타는데, 그러면 우유의 단백질이 묽어진다. 우유를 구입하는 회사에선 단백질 함량을 검사할 때 질소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느냐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를 안 생산자들이 묽어진 우유에 멜라민을 섞어 단백질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는 우유로 바꾼 것이다.
물론 국내를 포함,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멜라민을 식품에 넣을 수 없는 화학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멜라민은 그 자체로는 소금 정도의 독성밖에 갖고 있지 않다. 멜라민만을 섭취할 경우 몸무게 60kg의 성인이 200g 정도(라면 한 봉지 120g)를 먹어야 치명적 독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멜라민으로 유아가 사망한 이유는 분유를 주식으로 하는 유아가 고농도의 멜라민(최고 2563mg/kg)에 노출됐고, 이것이 화학물에 보통 존재하는 시아누르산(cyanuric acid)과 결합해 신장 결석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멜라민 위험한 건 ‘칵테일 효과’ 탓
즉 멜라민의 위험성은 화학물질의 ‘칵테일 효과(cocktail effect)’로 인해 생겨난 이상 현상이다. 칵테일 효과란 말 그대로 두 가지 이상의 화합물을 섞을 때 예상치 못한 어떤 유해성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이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색소, 보존료, 산화방지제, 향료, 유화제, 감미료 등 식품에 첨가할 수 있도록 합법적으로 허가된 것뿐 아니라 다른 수많은 화합물질이 이런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년 전 보존료인 안식향산나트륨이 비타민C와 결합해 외부의 빛 등을 받아서 발암의심물질인 벤젠으로 변한다는 게 밝혀져 비타민 관련 음료품들이 리콜되는 소동이 있었다. 이 또한 칵테일 효과로 인한 것이었다. 또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이 첨가물의 칵테일 효과를 분석한 결과 식품에 색감을 좋게 하기 위해 첨가하는 청색1호와 인공조미료인 MSG, 그리고 퀴놀린 황색과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조합에서 신경 흥분독성 효과가 나타났다. 신경 흥분독성은 신경세포가 외부 물질에 의해 손상받거나 죽는 현상을 말하는데, 간질 발작, 뇌졸중, 퇴행성 신경질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은 개별 식품첨가물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두 가지 이상의 물질이 함께 섭취돼 체내에서 어떤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최근에 와서야 연구를 시작했다. 해외에서도 점차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타르색소의 칵테일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식품첨가물의 병용섭취 연구 결과
식약청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안홍준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식품첨가물의 병용섭취(竝用攝取)에 대한 안전성 평가 연구’에 따르면 타르색소 청색1호와 황색4호가 함께 쓰일 경우 일일섭취량(실제 최대섭취량 기준)의 1000배 수준인 고용량에서 신경세포의 형태가 바뀌는 현상 등이 관측됐다.
2007년 식약청이 부산대 약대 이재원 교수팀에게 의뢰해 이뤄진 이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실험에서 뇌 해마(기억을 관장하는 부위) 쪽에 관찰된 신경세포가 실험이 지속되면서 전체적 구조가 뚜렷하지 않으며, 구멍이 뚫리는 병리학적 형태 변화가 나타났다. 또 해마의 성체줄기세포에서 새로 형성된 세포의 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해마에서 활발하게 일어나는 새로운 신경세포의 형성(해마 신경재생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다만 단일 타르색소가 신경계 및 내분비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