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어떤 회사를 좋아할까. 먼저 그가 올해 주주 서한 보고서에 언급한 비즈니스 종류에 대해 살펴보자. 버핏은 비즈니스를 ‘위대한 비즈니스(The Great business)’ ‘좋은 비즈니스(The Good business)’ ‘최악의 비즈니스(The Gruesome business)’로 구분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비즈니스는 ‘위대한 비즈니스’다.
“진정으로 위대한 비즈니스는 ‘지속적인 해자(垓字)’를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해자가 있어야 투자 자본에 대해 빼어난 수익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해자란 적의 침입에 대비해 성 밖으로 둘러 파놓은 못을 말한다. 버핏은 이미 여러 차례 해자가 있는 비즈니스를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회사를 둘러싸고 있는 해자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판단하는 것이 내 첫 번째 관심사다. 물론 성과 해자가 크고, 해자 속에 피라니아(식인 물고기)와 악어가 많으면 더 좋다.” |
그럼 버핏이 말하는 해자란 무엇인가. 주주 서한을 읽어보자.
“저비용 생산자(게이코, 코스트코)이거나 강력하고 세계적인 브랜드(코카콜라, 질레트, 아멕스)를 소유하는 게 필수다.” |
게이코는 할인 자동차 보험회사이고 코스트코는 할인점이다. 코카콜라, 질레트, 아멕스는 각각 음료, 면도기, 신용카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를 구축한 회사들이다. 해자라는 단어에 버핏은 ‘지속적인(enduring)’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버핏은 변화가 심한 비즈니스를 싫어한다. 경쟁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해자라도 자주 다시 만들어야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해자가 아니라는 게 버핏의 생각이다.
꿈의 비즈니스 시즈 캔디
버핏은 위대한 경영자가 경영하는 비즈니스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물론 버핏도 위대한 경영자가 회사에서 유력한 자산임을 인정한다. 그런데도 버핏이 ‘CEO 주가’에 공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슈퍼스타 경영자가 좋은 결과를 낳더라도 그것이 곧 위대한 비즈니스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버핏이 생각하는 위대한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올해 주주 서한에서 버핏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소유한 캔디업체 시즈 캔디를 ‘꿈의 비즈니스’로 꼽았다. 시즈 가족들이 50년 동안 경영한 이 회사는 끊임 없는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게다가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반도체나 항공산업과 달리 비즈니스 사이클에 관계없이 이익이 꾸준히 성장할 뿐 아니라 재고 부담도 작다.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많은 자금을 투입할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강력한 브랜드에 꾸준한 현금흐름,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신규사업을 위해 큰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 환상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그가 이번 주주 서한에서 언급한 최악의 비즈니스는 1989년 투자한 항공업체 US에어다. 버핏은 “최악의 비즈니스는 급격히 성장하고 성장을 위해 커다란 자본이 필요한 반면 돈은 아예 벌지 못하거나 쥐꼬리만큼만 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항공산업은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데, 그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는 것이다.
버핏은 주주 서한에서 지분의 대부분을 갖고 있는 66개 회사와 일부만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을 구분해 정리한다. 물론 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든 일부 주식만 사들이든 비즈니스 자체를 사는 마인드로 접근한다. ‘투자항목(Investments)’에 분류된 기업을 보면, 카드회사 아멕스, 맥주회사 안호이저 부시, 코카콜라, 포스코, 할인점 테스코 등이 눈에 띈다.
이들 회사의 면면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창업 초기의 기업이 없다는 점이다. 헨리 웰스와 윌리엄 파고가 1850년에 설립한 웰스 파고 은행과 아멕스, 1837년과 1886년에 설립된 생활용품 업체 P&G와 코카콜라 등이 대표적이다. 버핏은 이를 두고 “초기 기업은 우리의 게임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즉 버핏이 투자 대상으로 선호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나 가격 경쟁력으로 검증된 회사들이다. IPO(기업 공개)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수많은 개인 투자자와 사뭇 다른 투자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