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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세계경제는 점점 좋아진다는데 왜 우리 삶은 점점 팍팍해질까

경제위기의 본질

  • 김동은 | 마시 코리아 부사장,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객원교수 조태진 | 변호사

세계경제는 점점 좋아진다는데 왜 우리 삶은 점점 팍팍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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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걷어차기

또한 심각한 고령화 저출산 문제로 2060년경 청년 한 명이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해야 하는 인구 구조의 변화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다. 특히 인구 구조의 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미리 계획을 세우고 대비했어야 할 문제인데, 우리의 경우 그 시기를 놓쳐버려 앞으로의 후폭풍이 더욱 우려되는 바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현재 1000조에 달하는 가계 빚이 정부 빚으로 흡수되는 경우다. 2009년, 과거 200년에 걸친 전 세계 금융위기 사례를 조사한 카르멘 라인하르트와 케네스 로고프에 따르면 경제위기 이전에는 가계와 기업 등 민간에 몰려 있던 빚이 경제위기 이후 정부 빚으로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정부가 가계·기업 빚을 떠안아 정부 빚이 GDP 대비 90%를 넘을 경우 심각한 수준의 경제위기 상황이 최소 23년 이상 계속되고, 이 기간 중 실질 GDP 성장률이 당초 기대치보다 매년 평균 1.2% 이상 하락하고, 빚을 모두 갚을 즈음엔 이미 실질 GDP 성장률이 당초 기대치보다 평균 25%가량 하락한다는 사실 등도 함께 밝혀냈다.

정부 빚이 위험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은 단지 정부 재정이 부실해진다는 의미를 넘어 해당 국가가 만성적인 경제 침체, 경제위기 상황으로 접어듦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정부 빚은 GDP의 30%대를 유지한다. 하지만 그동안 간과되고 있다 최근 문제의 심각성이 집중 부각되는 공기업 빚, 고령화 저출산에 따른 복지비용 증대, 연금 고갈 등 정부 빚을 급격히 늘릴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나라 역시 조만간 ‘정부 빚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세계경제위기는 지금, 아니 앞으로도 오랜 기간 해소되지 않을 세계경제의 고질이 돼가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이 같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모색해 실행에 옮기기보다는 어떤 편법을 써서라도 지금 당장의 위기를 잠시라도 면피하려고만 한다. 고통스럽게 ‘어렵고 힘든 길’을 가기보다 공동체의 운명이야 어찌 되든 나 하나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쉽고 달콤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모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이러한 임시방편적 경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이를 ‘Kicking the Can down the road’ 즉 ‘깡통 걷어차기’라 표현했다. 또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외면한 채 길 위의 깡통을 앞으로 차내듯 다음 세대, 다음 세대로 자꾸만 전가하다가는 결국 세계경제가 나락에 빠지고 말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도 덧붙였다. ‘쉽고 달콤한 길’에만 의존한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해결책을 크게 반성하며,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용기를 갖고 기꺼이 ‘어렵고 힘든 길’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대안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한 방향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쳐온 세계경제를 본래의 균형 잡힌 형태(Back To Balance)로 바로잡아가는 것이다. 이는 지금껏 우리가 살아온 세상이 ‘불균형적’이며 ‘비정상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 현재 우리가 맞이한 모든 불행은 오랜 세월 누적된 국가, 기업, 가계 전반에 걸친 불균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는 전혀 문제 되지 않던 일들이, 우리의 욕망과 이기심이 넘쳐 균형을 잃는 순간 한꺼번에 망가져 버렸다. 새로운 시대 우리가 찾아야 할 삶의 해답이란 화려하고 근사하며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다. 정부, 기업, 개인이 그동안 ‘쉽고 달콤한 길’의 유혹에 빠져 모든 것이 불균형으로 치닫기 전의 상태, 즉 균형점으로 되돌아가는 일이다. 현재의 왜곡된 시스템을 본래대로 되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세상은 다시금 균형 있게 발전해나갈 것이고, 사회 구성원 각자가 노력한 만큼 성장하고 분배받는 세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극단으로 치우친 패러다임은 무엇이며, 되돌아가야 할 균형점은 어디인가? 먼저 국가는 왜곡된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깨닫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적 자본주의를 되살려야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신자유주의만이 자본주의가 나아갈 유일한 길인 양 믿으며,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승자독식주의에 젖어 살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구조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수 없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신자유주의적 폐단을 바로잡고 정상적인 자본주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기업들 역시 한시바삐 ‘주주 이익 극대화’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젠가부터 ‘주주 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유일한 존재 이유이자 복음인 양 온 세상에 울려 퍼졌지만, 그 합당성은 어디서도 증명된 바 없고 뚜렷한 역사적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기업은 의사 결정을 할 때 주주 이익 극대화를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두어왔으며, 정작 기업 생산에 직접 관여한 이해관계자들(노동자, 소비자, 협력 업체, 지역사회 등)은 기업의 성과로부터 소외됐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 기업 문화 특유의 문제점인 대기업 총수 이익 극대화, 대기업·정규직 노동조합 이익 극대화의 늪에서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기업은 특정 기득권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사유물이 아니라, 기업 구성원 모두가 공유해야 할 사회적 공기(公器)다. 지금껏 기업은 이해관계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면서 마치 시혜(施惠)하듯 굴었지만, 앞으로는 점차 필수적인 절차로 인식될 것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지난 삶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지금껏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생산하고, 필요 이상으로 많이 소비해왔다. 욕망을 부추기는 시대적 흐름 속에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에 빠져서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조화를 이룬 행복을 잊고 살아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점점 과거와 같은 경제적 번영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지금처럼 물질적 풍요로부터 모든 행복을 찾으려는 삶의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인본주의적 자본주의

국가나 기업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는 나 하나의 욕심을 위해 공동체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잘살아야 나도 잘살 수 있다는 상생과 중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이러한 가치가 미덕으로 권장되는 ‘선택사항’이었다면, 이제는 모두 함께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 자체가 무너져버리고 마는,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 되었다. 그만큼 우리가 처한 시스템적 한계상황이 위태롭고도 절박하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인지해야 한다.

언뜻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기는 하나 너무나 윤리적이고 공자님 말씀과도 같은, 다소 허무해 보이기까지 한 이 도덕적 해결책이 현실적으로 가당키나 한 이야기냐 반문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느낄 만큼 우리는 이미 ‘바른 길’에서 너무나 멀리 벗어나 있고, 다시 ‘바른 길’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히 세계경제위기로부터, 우리를 짓누르는 불행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멀리 있다 생각하는 정답은 실상 우리 안에 이미 들어있는 것이다.

신동아 2014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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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 | 마시 코리아 부사장,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객원교수 조태진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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