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호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시장이 커지는데 가만히 있으면 되겠습니까”

  • 이혜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ehappy@donga.com│

    입력2009-05-07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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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어진 티셔츠, 가죽이 허옇게 일어난 허리띠, 분뇨 자국으로 얼룩진 바지, 구멍난 고무 장화. 돼지 키우는 사람들은 이런 차림으로 허름하게 살 것만 같다. 분뇨 치우다 밴 냄새를 물큰 풍기면서. 그런데 이렇게 고생할 줄로만 알았던 축산업자들이 베트남에 진출해 큰돈을 번다고 한다. 어찌 된 영문일까.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다비-CJ 제네틱스 종돈장 전경.

    한국 축산업계가 처음 베트남에 진출한 것은 2001년이다. 다비육종과 양돈업자들이 공동 출자해 한포크 돼지농장을 만들었다. 그 뒤 이들은 다시 CJ와 연합해 2004년, 다비-CJ 제네틱스 종돈(種豚)장을 개설했다. 그 사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대규모(5000두) 돼지농장도 두 개 더 늘었다. 사료공장도 생겼다. CJ사료는 2001년 월 1만t 규모의 사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는데, 이후 선진사료, 우성사료, 대상사료가 진출했다. CTC바이오, 우진 등 동물약품업체도 나섰다.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을 벗어나 신흥국가로 눈을 돌린 것이다.

    베트남 농업농촌개발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육류소비량이 2001년 20kg 정도였으나 2006년에는 26kg까지 증가했다. 연간 8%대의 경제성장률과 1.5%대의 인구성장률을 감안하면 2018년에는 40kg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불황 없는 축산업

    놀라운 것은 돼지고기가 베트남 전체 육류소비량의 75%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끔성(소스 바른 돼지고기를 밥에 얹은 것), 성헤어능(돼지갈비), 쌀국수(쌀국수에 고기 얹은 것)를 자주 먹어서다. 고기 값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순으로 비싼데, 돼지고기를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베트남의 돼지 사육 규모도 2900만두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3배 수준으로, 중국 미국 브라질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돈육(豚肉)시장이다.

    그러나 베트남의 돼지농장들은 대부분 영세하다. 규모가 1만두 이상 되는 농장은 20여 개뿐이다. 사료를 먹여 키우는 농가가 반도 안 된다. 대부분은 과거의 우리처럼, 먹다 남은 음식으로 돼지를 기른다.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돈사에서 일하고 있는 현지 직원.

    현재 베트남 축산업계에는 해외 기업인 CP와 산미구엘이 독주하는 상황이다. 필리핀계 회사 산미구엘은 대규모 돼지농장을 꾸리고, 화교자본인 CP는 계열화 사업을 통해 현재는 40만두를 기르는데 앞으로는 100만두로 늘릴 예정이다.

    게다가 축산업계는 불황도 없다.

    “전염병이라도 돌면 돼지를 다 도태시키기도 하지만 잘만 관리하면 리스크가 적은 게 또 이 산업입니다. 재고도 안 남는데다가, 직원들이 분규를 일으키는 경우도 드뭅니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가 끊길 이유도 없고, 수요도 일정합니다. 게다가 외상없이 늘 현금 거래를 하니 경기를 안 탑니다.” (다비육종 윤희진 대표이사 · 64)

    그중에서도 다비-CJ 제네틱스(이하 다비-CJ)의 행보가 눈에 띈다. 오래전에 진출한 프랑스의 하이브리드 종돈장이 현지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종돈장으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 까닭이다. (종돈이란 씨돼지로 새끼돼지를 낳는 어미돼지와 수퇘지를 말한다.) 얼마 전에는 베트남 수의국에서 미구엘 농장에 이어 두 번째로 ‘위생적 생산농장’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호치민시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진 빈증성 벤깟군에 위치한 이 농장은 2004년 현지법인으로 인정받아 돈사(豚舍) 신축공사에 착수했다. 현재는 돼지 1만여 두를 종업원 55명이 기르고 있는데, 2008년에는 순이익이 65만달러에 달했다. 농장의 총 면적은 10만5600㎡(3만2000평)으로, 전체 출하(出荷) 돼지 중 우수한 3분의 1은 종돈으로, 나머지 3분의 2는 비육돈(식용 돼지)으로 내보낸다.

    재래종 돼지가 80%

    게다가 두 달여 전에는 종돈판매사무실을 개관했다. 농장 안이 아닌, 농장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사무실에서 종돈을 팔기로 한 것이다. 위생 때문이다. 종돈 구매자들이 자주 농장에 들르면 방역(防疫)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신발에 묻은 돼지 분(糞), 직원이 반입한 음식을 통해서도 병균이 옮을 수 있는 걸 감안하면 당연한 조치다.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이 발병해 돼지 전체를 도태시키지 않기 위한 것이다. 다비-CJ의 경우, ‘농장에 들어가기 전 샤워를 마치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지만 매번 이렇게 하는 것도 번거로울 뿐 아니라,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방역이 되는 것도 아니다.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축산업계 대부로 불리는 ㈜다비육종 윤희진 대표이사.

    다비-CJ의 진출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돈육시장은 축소되고 있는데, 베트남은 이제 막 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돼지를 키운 경험으로 다시 한번 신흥시장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돈도 벌면서 우리나라의 선진 기술도 알려줬으면 합니다.” (윤희진 대표이사)

    국내 최대의 종돈회사인 다비육종에 베트남 시장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베트남에는 재래종이 절대다수로 개량된 돼지가 20%뿐이다. 재래종은 출하체중이 50~60kg이고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1kg을 찌우는 데 먹여야 하는 먹이(사료) 양도 많았다. 개량종에 대한 수요가 느는 건 바로 이 때문인데, 이때 꼭 필요한 것이 씨돼지, 즉 종돈이다. 튤립을 꽃피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종자를 사듯 양돈업자들은 종돈을 산다는 원리다.

    베트남에서 농장을 운영하면 생산 비용이 적게 든다. 한국의 경우 전체 경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인데, 베트남에서는 5%도 안 된다. 투자비용-베트남 정부에 50여 년간 빌린 땅의 임차료, 축사 짓는 데 들인 인건비와 건축비 등-도 한국의 절반밖에 들지 않는다.

    또한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치안도 좋고, 기반시설도 갖춰진 편이다. 사료와 약품도 현지 진출한 다국적기업에서손쉽게 구할 수 있다. 베트남에 진출하기에 앞서 캄보디아, 중국,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연해주 등을 다녀왔지만 캄보디아는 전력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의약품, 기술자가 없었고, 우즈베키스탄은 시장이 불안하고 연해주는 정치가 불안했다.

    베트남행을 결정됐다고 해서 일이 만사형통으로 풀린 건 아니다. 땅을 빌리는 과정에 면서기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공무원들이 자료 공개를 꺼려 정보 얻기도 어려웠다. (라이벌이 될) 기업농을 방문하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농장 10여 곳을 방문해 돈사 형태는 어떤지, 종돈은 어디서 구입하는지, 분뇨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질병은 어느 정도인지, 임금은 얼마인지, 여름에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준비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수의사도 베트남으로

    다비-CJ의 베트남 진출 밑그림을 그린 윤희진 대표는 축산업계 대부로 통한다. 서울대 축산과 출신으로 1968년, 전자산업과 함께 축산업을 양대 신규 투자 사업으로 삼은 삼성에 입사해 기업농 관리를 배운 그는 선진사료를 성장시키고 연간 30만5000두 분의 종돈과 정액을 보급하는 다비육종을 만들었다. 관제조합만 있던 우리나라에 돼지농장 주인들이 주도하는 최초의 계열회사업체인 도드람양돈사업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지냈고, 전국양돈세미나를 개최하며 선진기술을 적극 도입해 한국양돈사(史)를 다시 썼다. 돼지 구제역 파동 뒤에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구 돼지콜레라박멸대책본부)를 만들기도 했다.

    “결벽증이 있는 제가 돼지를 어떻게 키울까 싶었는데, 도리어 그걸 활용해 위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종돈장 시장을 개척해왔습니다. 잘할 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재미있게 할때 행복을 느낀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잘하는 종돈 일을 계속할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그래서 더 큰 시장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현지에 체류하는 직원들도 3개월에 한 번씩 베트남에 들르는 윤 대표 못지않은 열의를 갖고 있었다.

    “수의사지만 앞으로 축산문제를 총괄하는 축산 컨설턴트가 되고 싶습니다. 대학 때부터 반려동물이 아닌 사업동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다비에 입사해 돼지농장에서 일했는데, 경험을 쌓고 싶어 6개월 전 베트남으로 왔습니다.” (김태연 다비육종 수의사·30)

    “5년 전만 해도 젊어서 그랬는지 광활한 시장에서 한번 일해보고 싶었습니다. 제가 논산에서 하던 돼지농장도 당시 상황이 안 좋았는데, 이참에 새로운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성장시켜놓고 보니 흐뭇합니다.” (윤우식 다비-CJ 제네틱스 현지법인장 · 39)

    다비-CJ 농장의 특징은 건물 레이아웃이 좋다는 것이다. 평지에 돈사 26동(1동의 길이는 각 75.6m)이 이열 종대로 13동씩 있다 보니 사료차가 건물 외벽으로만 다녀,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 방식을 그대로 적용해 돼지를 52주로 나눠서 주간별로 관리한다. 적정온도도 다르고(갓 태어난 돼지는 32℃, 어미돼지는 24℃가 적정한 온도다.) 걸리는 질병도, 치료법도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쿨링시스템이다. 더위가 심해서다. 팬(fan)의 강도와 물의 양에 따라 온도가 조절된다. 물 사용량은 한국의 10배다. 번식돈사와 이유자돈사, 비육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돈사구조와 환기시스템도 다르다.

    분뇨처리 방식도 뛰어나다. 돼지 오줌은 침전조를 통과한 후 메탄 발효를 시키는 라군(lagoon) 시스템을 거친다. 오염수가 일반 수영장 크기의 웅덩이, 라군 6개를 거쳐 맑은 물로 변하려면 총 6개월이란 시간이 걸린다. 라군 안에는 바실루소라는 유기물을 넣어 호기성 발효를 돕는다. 또한 태반, 분뇨 등을 발효시킨 바이오 가스를 에너지로 쓰고 있다.

    외모가 돼야 뽑힌다

    일반 농장에 비해 직원 학력도 월등히 높다. 직원 대다수가 호치민대, 홍방대, 달랏대의 축산과 수의과 출신이다. 교배팀, 분만자돈팀, 육성비육팀, 공무팀으로 나뉜 55명은 다른 농장 직원보다 임금을 20% 더 받고 있는데, 절반이 여성이다. 팀별 회의를 자주 하는 이들은 농장 옆 기숙사에 사는데 만족도가 높아, 이직률이 낮다.

    베트남에선 보통 종돈 분양할 때 계약한 마리수보다 5%를 더 주는데, 이 농장은 돼지 출하한 달 내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법을 택했다. ‘이 농장에서 출하한 돼지가 잘못되었을 경우, 새로운 돼지를 다시 주는 식’이다. 그렇다고 잘못된 돼지를 다시 받지는 않는다. 병을 옮길 수 있어서다.

    또한 현지 입맛을 고려해 종돈을 공급하고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비계가 적은 피에트레인(PP) 종 돼지를 절대적으로 많이 생산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지에 가보니 피에트레인 종자를 쓴 돼지가 비쌌습니다. 모색(毛色)이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것인데, 성장도 빠르고 (비계가 적은) 근육형이라 인기가 좋았습니다.” (윤우식 현지법인장)

    블루오션, 베트남 돼지농장에 진출한 사람들

    다비-CJ 제네틱스 현지 직원들은 대부분 축산과 출신으로 절반이 여성이다.

    물론 다른 종류의 종돈도 파는데, 어찌됐든 종돈을 팔기 위해선 혈통관리가 필수다. 근친도가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므로 ‘교배일지’를 잘 적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하지만 한정된 돼지만 가지고 종돈을 생산할 경우 근친도는 올라갈 수밖에 없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종돈을 생산하기 위해 또 다른 종돈을 공급해야만 한다.

    “우리가 500마리 중에서 3%를 선발해 종돈으로 쓰고 나머지는 비육돈(식용)으로 쓴다고 하면, 거기(종돈 수출국)는 5000마리, 5만마리 중에서 3%를 선발합니다. 선발 강도가 다르니 그곳의 종돈이 우수할 수밖에 없지요. 종돈 수입은 1년 만에 할 수도 있고 5년 만에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3년 전에 미국에서 듀록, 영국에서 요크셔, 랜드레이스, 피에트레인, 한국에서 이원(二元) 교잡종을 들여왔습니다.”(윤희진 대표이사)

    종돈으로 선발되려면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암놈의 경우 새끼 여러 마리에게 젖을 물려야 하므로 젖꼭지는 7쌍이 있어야 하고, 모색에 검은 점이 있으면 안 된다. 수놈은 고환이 짝짝이면 안 되고, 허리가 길수록 좋다. 수퇘지는 암퇘지보다 더 까다롭게 고른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체중을 재서 1kg을 찌우는 데 필요한 사료 비율을 측정해, 생산성이 높은 것을 택한다. 이런 것은 종축개량협회의 도움을 받아 선별하는데 암놈은 3마리에 1마리, 수놈은 10마리에 1마리가 종돈으로 뽑힌다. 종돈은 순종이기도 하고, 이원(二元)교잡종이기도 하다. 수퇘지 종돈 가격은 비육돈의 3배 수준이다.

    껌 씹으며 계단 못 올라

    이렇듯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어려움 또한 많다. 특히 현지 직원 관리가 어렵다. 인센티브를 줘도 같이 나눠 먹는 식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동기 부여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잦은 도난 사고. 인건비에 비해 약값과 돼지값이 비싼 까닭이다.

    “돼지 종돈 한 마리만 가져가도 월급 6개월치가 되니, 현지 수의사도 돼지를 훔쳐가다 걸렸습니다. 사료 포대에 돼지를 넣어 오토바이 탄 친구에게 8마리를 넘기던 수의사가 순찰중인 공안한테 바로 잡혔죠. 약을 모아두다 들켜 퇴사한 여직원도 있고요.”(윤우식 현지법인장)

    7만달러를 들여 담 위에 3m 높이의 철조망을 올린 것이 방역 때문만은 아니란 얘기다.

    무엇보다 답답한 건 사람들의 안이한 자세다. 한국 직원들은 돼지가 도망가면 잡으려고 뛰는 게 보통인데 현지 직원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

    “공산주의의 폐해라고 보는데 베트남에 ‘껌 씹으면서 계단 못 올라간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의미를 알겠어요.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기 어렵다는 거겠죠.”(윤희진 대표이사)

    “팬(fan)이 안 돌면 돈사에 습기가 차고 더워져 돼지가 죽을 수도 있는데, 팬이 망가져도 자기 일 아니라고 그냥 둬요. 그래서 왜 보고 고치지 않느냐고 물으면, 자기는 사육사지 전기기술자가 아니라고 답해요. 다시 그런 일이 생겨 물으면 (충전식) 전화기에 돈이 없어서 연락 못 했다는데, 답답하죠. 돈이 아까워 전기공을 부를 수 없다는 직원도 있고. 그럼 제가 그래요. 그 사람 오는 데 돼지 한 마리 값도 안 들지만, 안 오면 돼지 10마리가 죽을 수도 있다고. 시범조로 몇 명 퇴출시켰더니 지금은 나아졌어요.”(윤우식 현지법인장)

    일해도 티가 잘 안 나는 양돈업 특성 탓에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도 여럿이다. 김태연 수의사는 “돼지가 사료를 자주 먹으니 사료를 안 주고도 줬다고 말하고, 주사를 안 놓고도 놨다고 말하는 직원들을 보면 답답하다”고 했다. 태반만 벗겨줘도 살 수 있는 새끼를 돌보지 않아 죽이곤, 분뇨 포대에 넣는 직원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직원을 발견하는 일은 쉽지 않다. 동료의 보복을 두려워하는 조직문화 때문이다. 덕분에(?) 윤 법인장은 당뇨와 공황장애를 앓게 됐다.

    윤 법인장은 재작년부터 문제를 일으킨 직원에게 시말서를 쓰라고 한 뒤 풀을 뽑게 한다. 자존심이 센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난 돼지 키우는 사람이지 풀 뽑는 사람이 아니”라며 스스로 그만둔다.

    물론 이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다비-CJ 농장 근처에서 가나농장을 하는 정회철(52) 사장은 “물론 그런 사람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즐겁게 사는 직원이 더 많다”며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보면 나 자신도 밝아진다”고 했다.

    다비-CJ에 취직한 지 2년 반이 지났다는 웬 티투짱(26)은 “빈증농업전문대에서 축산과를 졸업하고 다비에서 일하다 사내결혼을 했다”며 “분만사 일을 했는데 내가 임신하자 전산기록원으로 발령을 내준 회사가 고마워, 앞으로도 열심히 다니고 싶다”고 했다.

    어딜 가나 공무원들과의 문제는 있다. 농장에서 1km 떨어진 곳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데 1년이 걸리는가 하면, 아프다며 병문안 오라는 공무원도 있다.

    리스크가 많다?

    윤희진 대표는 한국 사람들이 진취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신흥시장에 진출하는 사람이 적은 건) 리스크가 많다고 보는 거겠지요. 용기가 없던가. 한국에서도 돈 벌 기회가 많은데 굳이 베트남까지 갈 필요가 없을 거라 생각해서일 겁니다. 우리 직원들조차 베트남사업장에 진출하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1.5배의 임금을 준다고 해도 고생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반년이고 1년이고 가질 않아요.”

    그럼에도 하나 둘 한국 직원을 파견하는 것은 더 큰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는 다비-CJ, 한포크에 이어 제3농장을 건립하고, 인프라가 갖춰지면 수퇘지 대신 정액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한 인재육성을 위한 양돈교육연수원센터도 세울 생각이다. 이는 인근 학교에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식량 확보가 아닌 시장 확대 차원에서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식량 확보 차원에서도 이런 진출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이 점점 커지는데 가만히 있으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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