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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 일 잊지 않으면 뒷일에 도움’(前事之不忘後事之師)

미국이 이란 제재에 앞서 되새길 교훈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앞서 한 일 잊지 않으면 뒷일에 도움’(前事之不忘後事之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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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이란 제재, 건재한 반미 정권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미국이 지금까지 대이란 경제제재를 단행했지만 이란의 반미(反美) 정권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이다. 2002년에 최초로 이란 핵개발 의혹이 제기되면서 쉘(Shell)과 토털(Total) 등 메이저 석유 기업들의 이란 진출은 급격히 줄었다. 2005년 강경보수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집권 이후 서방국가들과의 마찰은 곧바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이어졌고, 유엔안보리 결의 1737, 1803 같은 강력한 제재가 실시되자 지멘스와 HSBC, 도이체방크, 크레딧스위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이란에서 빠져온 상태다. 경제제재로 인한 이란의 고통은 서방의 예상보다는 크지 않다는 얘기다.

앞서 1979년 이란혁명 이후 미국 의회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12170(Executive Order 12170)’, 레이건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12613’, 그리고 가장 강력한 경제제재였던 클린턴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 12957’ ‘12959’ 등 33년간 각종 경제제재를 수없이 감행했지만 이란의 반미 정권은 건재하다.

서방과 유엔의 수많은 제재에도 이란이 건재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중국의 비협조다.

최근 ‘국방수권법’이 미국 상원의 만장일치로 통과했을 때도 중국은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지난 1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국내법이 국제법 위에 올라서는 것에 반대한다. 제재는 이란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정확한 방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앞서 2009년 11월 중국을 공식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대이란 경제제재 협력을 요청하면서, “중국이 이란산 석유 수입을 금지하면 부족분을 미국-사우디 석유협력프로그램으로 대체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오바마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했고, 이란 비난 성명에 동참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라”는 미국과 서방의 독촉에도 중국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중국은 수십 년간 지속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도 불구하고 2002~2009년까지 7년간 이란의 두 번째로 큰 무기 수입국이었다. 이란에 판매된 중국제 무기 중에는 C-802(중국 코드명 HY-2) 실크웜 대함 미사일과 HN-5 대공미사일 같은, 중국이 미국 해군과 공군에 대항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최첨단 무기들이 포함돼 있다. 중국은 미국이 금지하고 있는 첨단 산업 기술 이전도 계속해왔다.

실제 중국 국영기업이 이란에 실시한 기술 이전과 수출 금지 품목을 수출한 건수는 1997~2010년 사이 확인된 것만 89건에 달한다. 2010년 10월에는 미 국무부 로버트 아인혼 비확산 및 군축담당 특별 보좌관이 중국 베이징을 찾아 “중국 기업들이 이란에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프로그램을 지원한 사실은 명백한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이란 내수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의류, 식품, 전기, 전자, 자동차, 장난감 심지어는 히잡(hijab)까지 대부분의 소비재 공급을 도맡고 있다. 광산, 운송, 전력 등의 기간산업과 인프라 부문에도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이 이란의 최대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한 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중국은 서방의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각종 제재로 인해 투자를 철회한 주요 석유·가스전 인수에 적극 나섰고, 2006년에는 중국의 거대 석유기업 시노펙(Sionopec)과 25년간 무려 1280억 달러의 석유와 가스 공급계약을 맺을 정도로 에너지 부문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산 석유의 20%(연간 2억5300만t, 1일 약 55만5000t)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이는 EU 27개국 전체가 수입하는 양과 맞먹는다. 경제 제재에도 이란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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