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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의 지구촌 현장

테러·내전으로 초토화 한국인 성지순례 줄줄이 취소

위기의 중동 관광산업

  • 김영미 | 분쟁지역 전문 PD

테러·내전으로 초토화 한국인 성지순례 줄줄이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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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보이를 믿지 마라

예멘의 고(古) 건축물을 감상하며 걷는 트레킹 코스는 유럽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았다. 예멘 정부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유럽 각국 방송국에 예멘 관광부 장관 명의의 공문을 보내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해 수많은 유럽의 방송국이 예멘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알카에다와 연계한 무장조직, IS(이슬람 국가)가 창궐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백 개의 부족이 흩어져 서로 싸우고 납치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치안은 어수선해졌다. 예멘 정부는 관광객이 줄어들까봐 발만 동동 굴렀다. 사나 축제 같은 행사를 기획하며 관광객 유치에 힘을 기울였지만, 관광객을 노리는 폭탄 테러가 계속되면서 허사가 됐다.

예멘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이 사막 등 위험지역을 여행할 때 관광 경찰의 호위를 받도록 하는 콘보이(Convoy) 제도를 시행한다. 예멘뿐 아니라 관광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 국가 대부분이 이 제도를 운영한다. 관광객 처지에서는 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앞뒤로 호위해주니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고 정부로서는 최소 비용으로 관광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예멘 사건에서 보듯 콘보이가 붙어도 사고를 피해가지는 못한다. 이집트의 한 경찰 간부는 “콘보이를 하는 경찰이 비록 무장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전투가 벌어지면 대여섯 명에 불과한 관광경찰이 무장세력을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관광경찰은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기에 무장 공격에는 약할 수밖에 없다. 또 관광객을 공격할 정도의 무장세력이라면 숙련된 전사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막상 무장세력이 공격을 해오면 관광경찰의 콘보이는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무장세력과 관광경찰이 협력해 관광객을 공격하는 사례도 있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관광경찰의 임금은 대개 미화 200~500달러다. 무장세력이 제시하는 돈의 유혹에 많은 관광경찰이 넘어간다. 예멘타임스의 한 기자는 “예멘은 ‘아랍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사회 곳곳이 부패했는데 관광경찰인들 부패하지 않겠나. 콘보이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중동의 파리라 불릴 만큼 관광지로서 영광을 누린 나라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와 더불어 유럽 스타일의 노천카페가 즐비한 거리, 십자군 시절의 유적지와 시돈의 기독교 성지 등 유럽 관광객의 천국이었고 한여름에는 걸프 국가 사람들의 피서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지금 레바논의 관광산업은 초토화했다. 레바논은 2013년 7월까지 관광객이 전년에 비해 13.5% 감소했다. 2011년에 비하면 24.2%나 감소한 수치다. 관광산업의 레바논 GDP 기여도는 2009년 80억 달러(약 8조8700억 원)에서 2012년 40억 달러(약 4조4300억 원) 이하로 떨어졌다. 시리아 내전이 몰고 온 레바논 정국의 불안 때문이다. IS(이슬람국가) 때문에 레바논 동부 지역은 더 위험해졌다.

2014년 9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IS와 시리아 반군 알누스라전선은 반군 지도자가 체포된 것에 대한 항의로 레바논 국경 지역인 아르살을 공격, 알리 알사예드 등 레바논 병사 19명을 생포했다. 그리고 레바논 군인 한 명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곧이어 또 다른 레바논 병사 동영상을 내보내면서 “IS 수감자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이들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이 사건은 레바논 사람들을 경악게 만들었다. 베이루트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가이드를 하는 핫산(27)은 “참수 동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영상이 공개되고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예약된 단체관광 3건이 취소됐다. 누가 이 끔찍한 영상을 보고도 레바논에 관광을 오겠는가”라고 말했다.

테러리스트 된 관광장관

관광장관이 미국에 의해 테러리스트로 규정되는 황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미국 재무부는 미셸 사마하 전 레바논 정보·관광장관을 특별 임무를 지닌 국제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그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레바논 공격을 도왔다는 것이다. 사마하 전 장관은 레바논 당국에 의해 요인 암살을 계획하고 여러 곳에 폭발물을 설치한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관광업을 살리는 데 사력을 다해야 하는 관광장관이 오히려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관광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베이루트 시내 한 호텔 매니저는 “도대체 이 나라는 뭐가 잘못돼 장관까지 테러리스트가 되어 관광업을 망치는가. 지금 내가 근무하는 호텔에 관광객이 한 명도 없다. 이 사실을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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