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호

가을은 肝 다이어트의 계절

  • 글: 송호진 세란병원 내과 과장

    입력2003-08-25 14: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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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은 肝 다이어트의 계절
    소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가을. 직장인이라면 퇴근길 알싸한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때가 되었다. 그러나 이 ‘가볍게 소주 한 잔’이 한 달만 계속돼도 간질환의 시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른바 알코올성 지방간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계절이 온 것이다.

    흔히 폭음이 알코올성 지방간을 부른다고 알고 있지만, 매일 소주 한 잔이나 맥주 1000cc를 한 달 동안 마시면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이는 휴간일(休肝日)을 주지 않아 간이 피로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간은 유독물질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분해, 처리해 알코올의 당으로부터 남겨진 지방독이 간에 쌓이지 않도록 자정한다. 그런데 재충전 시간을 주지 않으면 그 능력이 떨어져 지방독이 그대로 간세포에 쌓이게 되는 것. 통상 술로 인해 간 무게의 5%가 넘는 지방이 간에 쌓이면 알코올성 지방간이라 하는데, 가을철 지방간 환자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뱃살이 인체에 좋지 않듯, 지방덩어리는 간에도 문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다른 간질환과 구별이 쉽잖은 데다 외부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모르는 새 위험수위에 이른다. 알코올성 지방간을 조기치료하지 않으면 열에 하나는 곧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행된다. 또 지방간을 발견하고도 계속 폭음하면 간세포가 죽어 지방조직이 섬유화되는 간경화로 진행되기 쉽다.

    따라서 계속된 음주로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고 오른쪽 옆구리가 뻐근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은 간 초음파검사와 간효소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끊음과 동시에 기름기 많은 음식을 제한하는 간 다이어트를 하면 한두 달 후 정상으로 회복된다.

    하지만 간효소치(GOT·GPT)가 정상을 넘어 지방간염으로 진단된 사람은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다. 이때는 금주는 물론이고 간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지방간 환자 중에는 약물치료를 기대했다가 식이요법 처방만 받고 실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간혹 이런 실망이 빨리 치료하려는 욕망으로 이어져 흔히 민간요법에 의존하거나 시중에 나와 있는 강장제들을 찾게끔 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간요법에서 사용하는 약제나 간에 좋다고 하는 건강보조식품 등이 독성간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

    알코올성 지방간엔 간 다이어트만한 처방이 없다. 간이 걱정된다면 술을 끊고 볼 일이다.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적당한 음주’란 용어를 삭제하고 ‘덜 위험한 음주’란 용어를 추가했다. 알코올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니 술을 마시더라도 한 번에 석 잔 이하만 마시는 것이 좋겠다. 명심할 것은 적어도 3일에 한 번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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