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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웰빙

소설가 안정효 - 낚시

인생을 낚아 글로 쓰니 월척이 따로 있나

  • 글·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소설가 안정효 -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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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안정효 - 낚시

물고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다. 물고기가 잡히면 고마운 일이고, 안 잡혀도 아쉬울 건 없다. 그는 지금 자연과 교감하는 중이며, 그러면서 머릿속에 엉켜 있는 이야기 실타래를 풀고, 새 생각도 담는다.

“산란기라 통 안 잡히네. 누구 말마따나 섹스하는데 밥상 들이밀어야 소용없지.”

물에 담가놓은 살림망엔 배스 몇 마리가 체념한 건지, 졸린 건지 나른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붕어가 밑밥을 물어야 길어올리는 재미가 있는데…” 하는 걸 보니 배스는 몸바쳐 희생해도 영 대접을 못 받는 모양이다.

그의 곁에 앉아 있으니 풀냄새 물냄새 스멀스멀 올라오고, 얌전한 바람이 일으키는 작은 움직임들이 스쳐 지나간다. 물은 잔잔하지만 끊임없이 흐르고, 햇빛은 물에 부딪혀 반짝이며 번진다. 낚싯대가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보고 듣고 맡고 즐길 거리가 지천이다. ‘글 쓰는 사람은 아무 일 안 할 때 가장 많은 일을 한다’는 얘기가 낚시하는 그에게도 통한다.

“고기가 잡히면 재미있고, 안 잡히면 나 일하는 거고. 여기 오면 구상하기 좋잖아요. 한 이틀 낚시하면 메모가 주머니 가득 모여요. 그럼 얼른 가서 일하고 싶어지지.”

그가 주말마다 낚시를 가는 건 일주일간 글을 쓰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휴식은 휴식으로 끝나지 않고 일에 대한 욕구를 부추긴다. ‘휴식이 곧 재생산’이라 하지 않던가. 때문에 그는 낚시를 ‘숙제’라고 생각하고, 설날이건 추석이건 주말 낚시를 거르지 않는다. 결국 그의 낚시 취미는 지독한 일 욕심의 변형일지 모른다.



소설가 안정효 - 낚시

안정효씨 집 거실에 마련된 작업 공간. 20년 넘게 산 집인데, 최근 인테리어를 새로 해 마치 새집 같다. 책상 여기저기 메모지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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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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