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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웰빙

소설가 안정효 - 낚시

인생을 낚아 글로 쓰니 월척이 따로 있나

  • 글·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소설가 안정효 -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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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안정효 - 낚시

간혹 간첩이 출몰하는 탓에 마을 사람들이 외지인에게 방을 내주기 꺼리던 시절부터 석모도를 찾았다. 그때 20대이던 동네 청년은 어느새 같이 늙어가는 지인이 됐다. 그는 석모도가 옛 풍경을 잃어가는 걸 안타까워했다.

평일이면 그는 오전 5시나 6시쯤 일어나 먼저 책상 앞에 앉는다. 가장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다. 맑은 정신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기 전에 글을 쓰기 시작해 10시나 11시까지 ‘정말 열심히’ 계속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나중에 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가장 맛좋은 음식을 제일 나중에 먹는 것만큼이나 미련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잡은 고기 중 제일 크고 싱싱한 것을 바로 회를 쳐 먹지 않고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서울까지 가지고 올라가면 물컹물컹해지고 말지 않겠냐는 이야기다.

11시 무렵이면 뒷산에 올라 숲 속을 한 시간가량 거닐다 땀을 흘리며 내려온다. 졸리면 낮잠을 자고,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면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러다 목요일쯤 되면 머리가 푸석푸석해지고, 글의 질도 갑자기 떨어진다. 낚시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의 생체시계는 꽤 정확한 편이다. 재충전할 시기를 정확하게 알린다.

그가 최근 펴낸 ‘인생4계’란 수필집은 낚시가 기둥 줄거리다. 그러나 고기 잘 잡는 법은 나와 있지 않다. 그는 ‘고기를 안 잡고도 즐거운 낚시’를 이야기한다.

“잡은 고기를 모두 놓아주거나, 아예 안 잡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한 마리만 잡아도 즐겁고, 잡는 마릿수만큼 즐거움이 늘어가기만 한다. 그것은 덧셈을 계속하는 행복이다.”

몸을 쉬게 해야 훨씬 더 많은 일을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숙제처럼 시작한 낚시. 쉬러 가서 물고기라도 한 마리 잡으면 덤인데, 낚시터의 군상에서 인생을 배우고, 그것이 글로 쓸 재료가 되니 이게 월척 아닌가.



소설가 안정효 - 낚시

안정효씨는 앞마당에 상추를 심었다. 삼겹살 구워 먹을 때 여린 상추 잎이 진가를 발휘한다. 손때 묻은 원서들과 영화 비디오테이프가 가득한 방 한편에 바둑판이 있다. 바둑은 한때 그가 즐기던 취미다.



신동아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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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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