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걸으며 전기 만들고 체온 모아 난방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8-04-03 19: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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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으며 전기 만들고 체온 모아 난방

    무릎에 다는 전기발생장치.

    최근 인간의 몸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캐나다 사이먼 프레이저대 막스 도넬란 교수는 사람이 걸을 때 발생하는 역학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를 고안했다. 이 장치를 달고 걸어 다니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생김새는 무릎에 대는 부목과 비슷하다.

    사람은 걸을 때 바닥을 박차며 추진력을 얻은 뒤 땅에 내디디기 직전 속도를 줄인다. 이때 근육이 움츠러든다. 도넬란 교수는 이 동작으로 톱니를 돌려 전기를 만들었다.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가 감속할 때 브레이크의 운동에너지를 마찰열로 방출하지 않고 축전지에 저장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도넬란 교수에 따르면 한쪽 무릎에 이 장치를 달고 평소 속도로 걸으면 5W의 전압을 얻을 수 있다. 빨리 걸을 때는 최대 13W까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휴대전화로 30분 동안 통화할 수 있는 전력이다.

    도넬란 교수의 장치는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PS부터 야간 투시경까지 최근 육군 보병의 필수품 중에는 전원이 필요한 첨단 장치가 많다. 대체로 13kg이 넘는 무거운 배터리를 배낭에 짊어져야 한다.

    반면 이 장치는 한 개의 무게가 1.6kg 정도로, 보병이 양쪽 무릎에 착용한다고 해도 3kg을 조금 넘는다. 배낭 무게는 줄이면서 전기를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셈이다.



    스웨덴의 국영 철도회사는 출퇴근 시간 기차역에 북적이는 사람들이 내뿜는 열기를 난방에 사용할 계획이다. 스톡홀름의 중앙역을 오가는 승객들이 만들어내는 온기로 인근 13층 건물에 난방을 공급하겠다는 것. 이 역은 하루 유동인구가 25만명으로 겨울에도 실내 온도가 높다.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들의 체온으로 따뜻해진 공기를 빨아들일 통풍기를 설치한 뒤 이 공기로 물을 데워 파이프를 통해 건물까지 전달한다. 비용은 약 4000만원으로 일반적인 난방시설을 설치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몸을 전선처럼 사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인체통신기술도 있다. 송신기와 수신기를 몸 사이에 두고 이 둘의 전위 차를 측정해 신호를 주고받는다. 이때 몸에 흐르는 전류는 0.00001mA로 위험하지 않다. 가령 개인정보가 담긴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거나 PDA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면 악수를 하는 동시에 서로의 명함을 주고받고 서류 파일을 전달할 수 있다. 시계나 PDA에 저장된 정보가 손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는 이런 기술을 적용한 출입문 시스템을 곧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IC카드나 전자키를 찾기 위해 주머니나 핸드백을 뒤질 필요 없이 손잡이를 살짝 건드리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몸에 흐르는 정전기가 열쇠의 신호를 자물쇠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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