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호

내 유전자 정보를 돈 주고 산다

  •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입력2008-07-04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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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유전자 정보를 돈 주고 산다

    DNA 염기서열.

    지난 1월 스위스의 백만장자인 댄 스토이세스쿠는 미국의 ‘놈(Knome)‘이라는 회사에 무려 35만달러를 주고 자신의 DNA 염기서열 전체를 받기로 계약했다. 그가 이렇게 거금을 들여 자신의 DNA를 ‘구입’한 이유는 뭘까.

    그는 3월4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벤틀리(스포츠카)나 비행기 대신 내 유전자에 돈을 쓰기로 했다”면서 “주식 포트폴리오처럼 매일 내 유전자를 점검해 질병 위험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유전자 지도가 부유층의 새로운 ‘수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썼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개인의 DNA 정보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놈’은 하버드대 의대 조지 처치 교수가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세계에서 최초로 개인의 DNA 염기서열 전체를 해독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35만달러라는 거금을 내야 하지만 ‘부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상업적인 목적은 아니지만 지난해 6월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제임스 왓슨의 게놈도 세계 최초로 해독됐다. 그의 DNA 염기서열 전체는 작은 컴퓨터 디스크 한 장에 담겨 주인의 손에 건네졌다. 지난해 9월에는 생명공학 벤처회사인 ‘셀레라’를 설립한 크레이그 벤터의 게놈도 해독됐다.

    해독된 개인 유전자 정보는 개인에게 특정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를 미리 알아내거나 개인의 체질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개인별 맞춤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23쌍의 염색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17%는 왼손잡이이며, 14%는 절대 음감을 갖고 있고, 13%는 하지불안증후군에 시달리며, 22%는 젖당을 소화하는 효소가 없어 우유만 마시면 배탈이 나고, 67%는 암을 가족력으로, 19%는 알츠하이머병을 가족력으로 갖고 있다.



    이는 전체 DNA 염기서열의 0.1%인 염기 300만개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염기 300만개에 개인의 생김새부터 체질, 질병의 감수성 등 내가 남과 다른 이유가 담겨 있는 것. 한 예로 크레이그 벤터의 경우 게놈 해독 결과 심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스타틴스’라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23andMe’는 개인별 염기서열의 차이를 나타내는 단일염기다형성(SNP)을 분석한 뒤 의뢰인의 조상이 누구인지, 가족 간에 누가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지 유전적 혈연관계를 알려주는 흥미로운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령 내가 칭기즈칸의 후예인지, 아빠와 엄마 중 누구를 더 닮았는지 SNP를 대조해 알 수 있다. 가격은 999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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