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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잿더미의 유산

세계 역사를 조종한 CIA의 모든 것

  • 김성곤 서울대 교수·미국문화/한국 아메리카학회 회장 sukim@snu.ac.kr

잿더미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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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의 유산

‘잿더미의 유산’ : 팀 와이너 지음, 이경식 옮김, 랜덤하우스, 999쪽, 3만5000원

미국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는 50개의 각기 다른 나라의 연합체라고 할 수 있다. 각 주가 자치권을 갖고 있고 국가에 준하는 조직이 있으며, 주에 따라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식으로 생각하고 미국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는 실수를 저지르기 십상이다. 예컨대 “미국은 사형제도가 시행되는 나라다”라는 문구는 아예 성립조차 되지 않는 표현이다. 사형제도를 폐지한 주도 있고 폐지하지 않은 주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보기관들

만일 미국의 각 주가 하나의 국가와 같다면, 연방정부는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인가? 미합중국 연방정부는 미국을 대표해 외교와 국방을, 그리고 나라 살림과 연방법을 관할하는 곳이다. 그래서 연방정부는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재무부와 법무부가 주축이 된다. 우리와 다른 것은 이 네 부서에 각기 수사권을 가진 정보기관들이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미 국무부는 미합중국의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로서 주로 외교관들이 근무하지만, 그 안에는 정보를 담당하는 조직과 요원들도 있다. 네 부서 중 가장 규모가 큰 국방부는 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라는 거대한 정보기관을 갖고 있다. 세계 각지에 1만2000여 명의 요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 조직의 목표는 세계 각국의 군사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지금은 독립기관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국방부 산하에는 NSA(National Security Agency)라는 거대한 정보기관이 있다. 1951년에 창설되고 1952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NSA는 오늘날 CIA의 두 배 크기로 성장했으며, 철저히 베일에 둘러싸인 정보기관으로서 ‘No Such Agency’라는 별명도 얻었다.

법무부에는 연방수사기관인 FBI가 있다. 1908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8명의 재무부 산하 시크릿 서비스(Secret Service) 요원 8명을 법무부에 파견했는데, 이들이 바로 FBI의 모태다. FBI는 1924년 J. 에드거 후버가 초대국장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그 외에도 법무부 소속 수사기관으로는 1973년에 창설된 마약수사국(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이 있으며, 1789년에 창설된 연방보안관인 US 마셜(Marshal)이 있다. US 마셜은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담당하며, 도망자(fugitive) 추적 및 연방 죄수 호송 등을 맡고 있다.



재무부에는 주류/담배/총포 단속국인 AFT(Alcohol, Tobacco, and Firearms)와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시크릿 서비스(Secret Service)’가 있다. 시크릿 서비스는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한 1865년에 창설됐으며, 요원들은 대통령 및 국가요인 경호를 담당하지 않을 때는 위조지폐 및 위조수표 관련 수사를 하며, 1984년부터는 신용카드 사기, 2002년부터는 컴퓨터 인터넷 사기를 수사하고 있다. 1920년대 금주령시대에 밀주로 막대한 돈을 번 시카고의 유명한 갱 알 카폰(‘카포네’가 아니라 ‘카폰’임)을 체포한 엘리엇 네스도 바로 재무부 소속 수사관이었다. 9·11사태 이후 2003년에 국토안보국(Depart ment of Homeland Security)이 창설됨에 따라, FBI와 Secret Service의 수사업무 일부는 국토안보국으로 이관됐다.

창립부터 최근의 위상 격하까지

미 국방부의 검은 돈을 파헤친 저서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뉴욕타임스 기자 팀 와이너의 전미도서상 수상작 ‘잿더미의 유산(Legacy of Ashes)’은 그중에서도 가장 막강한 정보기관이던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을 주축으로 하는 냉전시대가 시작되면서 미국은 전문적인 정보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그러나 CIA의 창설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CIA의 전신인 OSS(전략사령부·Office of Strategic Service s)를 이끈 윌리엄 도노반 장군(그는 전쟁 중의 활약 덕분에,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전설적인 총잡이 ‘와일드 빌’의 이름을 따서 ‘’와일드 빌 도노반’이라고 불렸다)은 전문 정보기관이 필요하다는 긴급제안을 하지만, 처음에는 대통령과 각료들, 그리고 동료 장성들로부터도 불신을 받았다. 그 조직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반민주주의적 기관이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무부, 시민단체, 노동조합 및 할리우드에 침투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가 커지자 1947년 7월26일 트루먼 대통령은 국가보안법에 서명하고 9월18일 CIA가 탄생하게 됐다. 당시 미국은 이 국가보안법에 의거해 국가안보회의(NSC)를 만들었고, 국방부를 신설했으며 공군을 독립조직으로 승격시켰다(그전에는 해군부와 해군장관이 있었고, 육군은 ‘전쟁부(U.S. Department of War)’에 속해 있었으며, 공군은 육군에 속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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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서울대 교수·미국문화/한국 아메리카학회 회장 suki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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