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김민경 ‘맛 이야기’

계절의 화사함, 피클로 새콤하게 살아나다

  •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입력2020-06-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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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클을 만들어 두면 핫도그 등 각종 요리를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다. [Gettyimage]

    피클을 만들어 두면 핫도그 등 각종 요리를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다. [Gettyimage]

    배달음식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닌데, 그나마 가장 주문 비중이 높은 메뉴를 꼽으라면 피자다. 피자를 주문하면 작은 콜라 한 캔, 피자 도우를 찍어 먹는 크림 같은 소스, 매운 핫 소스, 곱게 간 치즈 가루, 피클 두어 팩이 함께 온다. 먹고 나면 피클 한두 팩은 꼭 남는다. 피클 국물에 푹 절은 오이는 아삭거림이 덜하고, 지나치게 달고 신맛에서도 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집어 먹기엔 별로인데, 다른 요리에 활용하기에는 꽤 쓸모 있다. 

    피클 오이를 잘게 썰고, 양파도 비슷한 양을 준비해 잘게 썬다. 길쭉한 소시지에 칼집을 넣은 다음 버터에 데굴데굴 굴려가며 표면이 툭툭 터지도록 굽는다. 핫도그 빵 가운데 소시지를 끼우고, 양파와 오이 피클을 듬뿍 얹고, 그 위에 케첩과 머스터드를 쭉 뿌린다. 마지막으로 후추까지 솔솔 흩뿌리면 아재도 아이도 좋아하는 핫도그가 뚝딱이다. 마요네즈로 버무려 만드는 감자달걀샐러드에 물기 꼭 짠 피클을 다져 섞으면 새콤달콤함이 더해져 맛에 재미를 더한다.

    재료를 가리지 않는 피클의 포용력

    여름에 풍부한 각종 채소, 과일은 모두 좋은 피클 재료가 된다. [Gettyimage]

    여름에 풍부한 각종 채소, 과일은 모두 좋은 피클 재료가 된다. [Gettyimage]

    피클은 새콤함이 도드라지는 초절임이다. 소금과 설탕으로 맛의 균형을 잡고, 피클링 스파이스나 다른 향신 재료를 넣어 독특한 향을 더하면 시판 피클보다 훨씬 산뜻한 피클을 만들 수 있다. 피클링 스파이스는 피클 하면 떠오르는 복합적이며 오묘한 향을 만들어주는 혼합 향신료를 말한다. 회향, 겨자, 코리앤더(고수), 후추, 월계수 잎, 계피, 정향, 생강, 딜, 메이스 같은 여러 가지 향신료를 섞은 것으로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피클링 스파이스로 일관된 향을 내기보다는 피클을 만드는 주재료에 따라 월계수 잎, 후추, 계피, 생강, 허브 등을 조금씩 바꿔가며 개성 있게 만들어 보는 재미가 더 좋다. 

    피클은 장아찌나 잼보다 재료의 폭이 넓다. 간장에 짭조름하게 조려 반찬으로 즐겨 먹는 우엉과 연근은 아삭아삭한 맛 덕분에 피클 재료로 아주 좋다. 쌉싸래하며 깨끗한 맛이 나는 재료니 월계수 잎과 통후추 몇 알만 넣어 은은하게 향을 내는 게 좋다. 밥반찬으로 산뜻하게 먹고 싶다면 마른 고추나 청양고추를 넣고, 양식 요리에 곁들일 계획이라면 로즈메리처럼 향이 진한 허브를 넉넉히 넣어도 된다. 연근과 피클은 잘게 다져서 유부초밥이나 주먹밥 만들 때 조금씩 넣으면 아삭한 맛이 나고, 새콤달콤하게 입맛을 돋우기 좋다. 우엉피클은 가늘게 썰어 단무지 대신 꼬마김밥 재료로 활용해도 잘 어울린다. 

    강원도에서 풍작이 난 아스파라거스도 피클로 만들어 먹기 좋은 재료다. 먼저 아스파라거스의 딱딱한 밑동을 잘라 낸다. 잘라 낸 밑동은 버리지 말고 물에 넣고 푹 끓여 채소국물을 만든다. 콩나물국, 조개탕, 어묵탕 등을 끓일 때 사용하면 시원한 맛이 한결 살아난다. 대가 굵은 아스파라거스는 껍질이 단단할 테니 필러나 칼로 살짝살짝 벗겨 낸다. 손질한 아스파라거스에 소금을 뿌려 20분 정도 절인 다음 물에 살짝 헹궈 물기를 닦는다. 절이지 않고,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아스파라거스를 20초 내로 데쳐 찬물에 헹궈 준비해도 된다. 원하는 배합으로 만든 피클 주스를 뜨거울 때 아스파라거스에 부어 2~3일 맛을 들인 다음 먹는다. 



    아스파라거스와 셀러리, 오이 등을 섞어 피클로 만들어도 잘 어울린다. 가느다란 미니 아스파라거스를 구했다면 밑동과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소금에 절일 필요도 없이 피클 주스만 부어 맛을 들여도 충분하다.

    콜라비, 서리태로 만드는 여름 피클

    나는 종종 섬유질이 풍부하고 비타민과 단백질까지 있는 건강한 채소 콜라비를 야심차게 구입하곤 한다. 무 같은 맛이 나면서 아삭하고,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이 적은 이 단단한 채소는 그러나 결국 냉장실 안에서 굴러다니기 일쑤다. 콜라비는 피클 재료로 딱이다. 보통 막대 모양으로 잘라 피클을 만들지만 얇게 썰어서 만들면 훨씬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느다란 채를 치거나, 쌈용 무처럼 넓고 얇게 썰어도 된다. 피클이 된 콜라비는 피클이 된 무보다 훨씬 매력이 넘친다. 샌드위치 만들 때 끼워 넣어도 좋고, 토르티야나 타코를 만들 때 듬뿍 얹으면 상큼하고 시원한 맛과 식감을 선사한다. 

    이 외에 검은콩(서리태)을 불려 볶은 다음 피클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고구마와 단호박처럼 단단한 채소는 살짝 쪄서 피클로 즐긴다. 가지도 살짝 볶거나 말려 피클로 만들고, 버섯은 마늘 향 밴 오일에 볶아 피클로 만들어 먹는다. 양파와 파프리카는 마른 팬에 말랑말랑하게 구워서 피클을 만들면 달착지근하고 부드러운 곁들임 채소로 활용이 가능하다. 

    채소만이 아니다. 청포도, 참외, 수박의 초록색 부분, 사과, 배, 레몬, 오렌지 등도 피클로 만들 수 있다. 과일 피클을 만들 때는 소금을 넣지 않고, 식초와 설탕으로 맛을 내며 생강이나 계피, 정향처럼 단맛과 잘 어울리는 향신료를 넣어 개성을 더한다. 과일 피클은 기름진 고기 요리와 곁들이면 입가심하기에 더없이 좋다. 한두 쪽씩 건져 팬케이크나 토스트에 잼 대신 얹어 먹어도 맛있다. 과일 피클은 채소보다 쉽게 무를 수 있으니 조금씩 만들어 맛있게 빨리 먹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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