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코치를 코치하는 여자, 고현숙

“나는 늘 옳고 똑똑하다”? 당신은 코치 필요한 독불장군 리더

  •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코치를 코치하는 여자, 고현숙

2/3
30여 기업, 기관에서 코칭 교육

고 대표에 따르면 임원으로 승진한 사람이나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임원이 코칭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새로 임원이 되면 팀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때와 달라 어려움을 겪는다. 팀원의 업무를 시시콜콜 챙기는 팀장과 달리 임원은 회사 전체를 조망하는 큰 틀에서 밑그림을 그리고 권한에 맞는 힘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외부에서 들어온 임원의 경우 성과를 내려면 보통 3~6개월이 걸리는데 새로운 조직문화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칭 교육이 필요하다. 고 대표는 “대기업은 인사 부서에서 사내 주요 리더가 될 사람을 점찍어 미리 승계구도를 만들어놓은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임원뿐 아니라 팀장급까지 포함시키는 곳도 있다. 이들에 대한 코칭 교육을 의뢰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국코칭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코칭 교육을 도입한 기업과 기관은 30여 곳으로 포스코, 현대자동차, KTF, SK텔레콤, 서울아산병원, 숙명여대, 국민건강보험공단, LG전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등이다. 센터에서 개설한 ‘CEO를 위한 비즈니스코칭’ 과정을 교육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교육을 받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 고 대표는 “CEO 가운데는 독불장군 식으로 직원의 인격을 무시하고 마치 하인 다루듯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결재판을 집어던지는 경우도 있다. 사장이 이런 식이면 조직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며 중견 제조업체 P사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코칭의 위력



다혈질인 P씨는 임직원들에게 반말을 예사로 했다. 팀장도 덩달아 부하직원에게 반말을 하고 심지어 욕설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P씨는 회의시간이나 직원들과 면담할 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잘 듣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직원들한테 뭘 물어보면 대답하는 것이 시원찮아 속이 터진다”고 답답해했던 그는 코칭 교육을 받은 뒤 배운 대로 실천해보기로 했다.

그 결과 P씨는 “회의나 면담시간에 꾹 참고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말도 잘하고 아이디어도 많았다. 예전에는 거래처 사람을 만나러 가는 직원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해서 보냈는데, 시간이 지나자 아무 말 안 해도 알아서 잘 처리하는 걸 보았다. 평소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우리 직원들이 훨씬 똑똑하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승진과 연봉협상 등을 위해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하고 인사고과를 매기는 임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일이 부하직원과의 면담이다. 고 대표는 “사실 상사는 부하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세세히 알지 못한다. ‘위에서는 자꾸 평가하라는데 정말 괴롭다’고 말하는 임원이 적지 않다. 인사고과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적지 않아 코칭 교육을 받으면서 면담기술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대기업 임원 K씨는 코칭 교육에서 배운 대로 업무평가서 초안을 놓고 직원에게 각 항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도록 요청했다. 직원의 말이 끝나자 차례로 질문을 이어 나갔다. “지난 분기 중 가장 중요한 성과는 무엇인가” “다음 분기 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면담 과정을 거치면서 K씨는 직원이 자신의 업무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는지, 책임감은 어느 정도인지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과거의 K씨였다면 잘한 점 한두 가지를 얘기한 뒤 잘못한 점 대여섯 가지를 지적하며 훈계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K씨는 같은 방식으로 부하직원 10명을 면담했다. 그러자 한 직원은 “이런 면담은 처음이다.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K씨는 “직원들이 질문을 듣고 자신의 성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닫는 것 같았다. 업무평가에 불만을 품으면 사표를 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직원들이 평가결과에 대부분 수긍했다”고 밝혔다.

고 대표에 따르면 똑똑한 리더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그들은 항상 ‘나는 옳고 내가 직원들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고 대표는 “정말 똑똑하고 유능한 CEO와 임원 중에 이처럼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 조직을 이끌면 직원들의 잠재력이 빛을 발할 수 없고, 직장과 일에 대한 헌신을 이끌어내기도 어렵다”고 충고했다.

코칭 분야는 비즈니스(CEO·임원), 라이프, 커리어로 나뉜다. 비즈니스 코칭 전문가인 고 대표에 따르면 그룹이 아닌 1대 1 코칭의 특성상 코칭 받는 사람의 가정사나 삶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코칭하게 된다. 그는 “유능하고 남 눈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CEO나 임원들과 대화해보면 스스로 부족하고 못났다고 힐책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인간의 가장 진실한 순간을 함께 대면할 때 코치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기업 임원 C씨는 평소 걸핏하면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게 고민이어서 1대 1 코칭을 받았다. 그런데 화가 치미는 감정의 밑바닥에는 부부갈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가정은커녕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던 C씨는 아내와 사이가 틀어져 오랫동안 ‘남편 따로 아내 따로’인 형식적 부부로 지내왔다. 코칭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고 대표는 결혼하고 첫아이를 낳았던 신혼시절을 생각하도록 한 뒤 “아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C씨는 “생각나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고 대표는 “아내가 뭘 좋아하고 남편에게 뭘 원하는지 써보라”는 숙제를 냈다. 틀어진 부부 문제를 외면한 채 살던 C씨는 아내가 자신을 왜 냉랭하게 대하는지 비로소 알게 됐다. 이후 해결방법을 찾고 노력한 끝에 부부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 C씨는 “남들도 다 우리 부부처럼 사는 줄 알았다. 아내와 사이가 좋아진 뒤 회사에서 화도 덜 내고 활발해졌다. 예전에는 항상 누가 뒷머리를 잡아당기는 기분이었는데 그런 느낌이 없어졌고 에너지가 솟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2/3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목록 닫기

코치를 코치하는 여자, 고현숙

댓글 창 닫기

2021/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