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8월호

“연기자는 사랑만 하고 결혼은 안 하는 게 좋아”

중년의 사랑 갈구하는 오연수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4-07-22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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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이 싫어하는 건 웬만하면 안 해
    • 아이들 밤늦게 시험공부 하면 불 꺼버려
    • 불륜? 사람 감정을 어떻게 막겠냐마는…
    • 다음 생엔 남자 가수로 살고 싶어
    “연기자는 사랑만 하고 결혼은 안 하는 게 좋아”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꽃중년 스타 가운데서도 오연수(43)는 에이스로 꼽힌다. 1990년 MBC 드라마 ‘춤추는 가얏고’를 시작으로 34편의 작품에 출연한 그는 지금까지 극의 중심에서 밀린 적이 없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열 살 어린 남자배우와 불륜에 빠지는 멜로 연기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여전히 곱다. 무엇보다 어떤 배역이 주어지든 맞춤복처럼 소화하는 연기력은 25년간 그를 정상에 있게 한 버팀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완규 작가와 류철용 감독이 의기투합해 ‘올인2’로 불리는 드라마 ‘트라이앵글’의 출연진 명단에도 그의 이름이 일찌감치 올랐다. 고아원에서 헤어진 후 형사, 건달, 카지노그룹 후계자가 된 삼형제의 엇갈린 운명을 그린 이 드라마에서 오연수는 첫째 장동수(이범수 분)의 첫사랑이자 극의 실마리를 푸는 경찰청 프로파일러 황신혜로 분한다.

    ‘트라이앵글’ 뒷담화

    장동수를 가슴에 묻고 부친이 바라는 신랑감과 부부의 연을 맺었다가 끝내 이혼하는 황신혜는 때로는 명석한 두뇌로, 때로는 푸근한 가슴으로 복수에 눈먼 장동수의 길잡이 노릇을 하는 외유내강형의 여걸. 7부 능선을 넘은 ‘트라이앵글’은 최근 2회 연장 방영이 확정돼 7월 29일 막을 내린다.

    ▼ 극중 캐릭터가 원래 성격과 비슷한가요.



    “실은 정반대예요. 황신혜는 차분하고, 치밀하고, 조근조근 설득력 있게 말하잖아요. 저는 그러질 못해요.”

    ▼ 상대역인 이범수 씨와 연기 호흡은 잘 맞나요.

    “맞추기가 쉽진 않아요. 개성이 워낙 강한 분이라서.(웃음)”

    ‘트라이앵글’에서 삼형제 중 둘째 장동철(김재중 분)은 양아치에 개쓰레기 소리를 듣는 건달 허영달, 셋째 장동우(임시완 분)는 부친을 청부살해한 원수의 아들로 입양돼 카지노그룹 후계자 윤양하로 성장했다. 김재중(28)은 그룹 동방신기에서 탈퇴해 남성3인조 보컬그룹 JYJ를 결성했고, 임시완(26)은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로 영화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을 열연한 바 있다. 두 배우를 평가하며 오연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둘 다 연기를 제법 하더라고요. 잘나가는 아이돌 스타면서도 잘난 척 안 하고 만날 밤새우는데도 힘든 내색을 안 해요. 어떤 상황에서든 연기를 즐겨서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아요. 어려도 배울 게 많은 친구들이에요.”

    ▼ 나이 차가 많이 나 어려워하지 않나요.

    “원래 제가 나이 많다고 무게 잡는 성격이 아니라서 허물없이 지내요. 시완이는 노래보다 연기가 적성에 맞대요. 그게 눈에도 보여요. 재중이는 5분만 같이 있으면 친해질 정도로 붙임성이 좋아요. 사실 재중이한테 선입관이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괜찮아요. 연기 경험이 부족한 걸 만회하려고 만날 김밥으로 때우면서도 인상을 찌푸린 적이 없어요.”

    ▼ 낯을 가리는 편인가요.

    “결혼하기 전에는 낯가림이 심했는데 많이 좋아졌어요. 말수도 거의 없었어요. 새침했어요. 근데 아줌마가 되니까 성격이 남자처럼 바뀌어요. 아줌마는 제3의 성이 맞아요.”

    여배우로 산다는 것

    ‘트라이앵글’은 오연수의 필모그래피에 이름을 올린 27번째 드라마다. 영화까지 합치면 34번째 작품이니 1989년 MBC 19기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후 25년간 해마다 한두 편의 작품에 출연한 셈이다. 1998년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가수 겸 배우 손지창과 결혼한 그는 두 아이를 낳은 뒤에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오가며 존재감을 빛냈다. 대표적인 작품이 드라마 ‘결혼의 법칙’(2001), ‘달콤한 인생’(2008), ‘나쁜 남자’(2012), ‘아이리스2’(2013)와 영화 ‘남쪽으로 튀어’(2013).

    ▼ 데뷔 후 줄곧 왕성하게 활동한 비결이 뭔가요.

    “일이 꾸준히 들어온 덕분이지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잖아요. 운이 좋았죠. 예전에는 40대 배우가 주연하기 힘들었어요. ‘춤추는 가얏고’에서 제 엄마로 나온 고두심 선생님이 당시 40세였어요. 그 작품에서 노년까지 연기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40세가 되면 나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 생각했죠.”

    ▼ 왕년에 톱스타였던 50~60대 배우들은 “40대에 조연으로 밀려나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걸 부정하고 싶진 않아요. 언제까지 주연을 할 순 없으니까요. 나이를 더 먹어 배역의 비중이 작아지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연기자는 사랑만 하고 결혼은 안 하는 게 좋아”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 제작발표회.

    ▼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이 있습니까.

    “한 번도 없어요. 슬럼프도 없었어요. 좋게 말하면 순탄하게, 나쁘게 말하면 밋밋하게 연기생활을 한 거죠”

    ▼ 연기할 때의 감정이 집에 가서도 유지되나요.

    “집에서는 엄마, 아내 노릇도 해야 하니까 감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연기자는 사랑만 하고 결혼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결혼이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가사와 연기를 병행하면 배우의 감정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요. 어떤 남자배우는 촬영할 때 집 대신 여관이나 숙소를 얻어서 생활하기도 해요. 저처럼 자녀가 있는 여배우는 엄두를 내기 힘들지만.”

    ▼ 끝나면 캐릭터에서 바로 빠져나오나요.

    “작품마다 달라요. 상대 배우나 감독과 손발이 안 맞거나 말도 안 되는 극본이라 몰입이 안 된 작품은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돌아서는 순간 바로 잊히는데 ‘달콤한 인생’이 끝났을 때는 그 감정이 몇 개월 가더라고요. 그 드라마를 찍을 때는 오연수라는 생각이 안 들었어요. 다른 세상에 사는 기분이었어요. 극본이 참 좋았어요. 정하연 선생님이 대본을 쓰셨는데 60대 작가가 썼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진부하지 않아서 늘 대본이 기다려졌어요.”

    그는 연기 호흡이 가장 잘 맞은 상대 배우로 ‘결혼의 법칙’의 손현주를, 앞으로 같이 연기하고픈 배우로 이병헌과 박해일을 떠올렸다. “박해일 씨는 실생활처럼 연기하는 배우”라는 평과 “연기 잘하는 배우와 작품을 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설명을 곁들인다.

    첫사랑과 결혼? 후회하죠^^

    “연기자는 사랑만 하고 결혼은 안 하는 게 좋아”

    1998년 기자회견을 열고 결혼 소식을 알린 손지창(왼쪽)과 오연수.

    ▼ ‘나쁜 남자’에서 불륜 상대였던 김남길(33) 씨하고도 잘 어울리던걸요.

    “멜로를 찍을 때는 상대와의 느낌이 중요해요. 눈에 좋아하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으면 느낌을 살릴 수 없거든요. 멜로연기를 할 때는 좋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요. 김남길 씨와 연기할 때도 나이 차를 의식하지 않고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 방영 당시 두 사람의 격정적인 멜로신이 중년여성들에게 대리만족감을 준다는 평가가 있었어요.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 연기하는 당사자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맞아요. 제가 더 어릴 때 그 역을 맡았더라면 느낌이 살지 않았을 거예요.”

    ▼ 보는 이를 가슴 졸이게 만든 파격적인 장면도 꽤 있었는데 남편이 싫어하지 않던가요. 10년 전 인터뷰할 때는 남편이 싫어하면 애써 찍지 않는다고 했던 걸로 기억해요.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찍고 있을 때나 방송이 끝나고 나서 기분 나빴다고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얼굴에 다 써 있어요. 남편은 별생각이 없는데 주변 남자들이 자꾸 들쑤셔요. 와이프가 그런 거 찍는 데 기분이 어떠냐고. ‘나쁜 남자’를 찍을 때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대요. 무슨 답을 원해서 그런 질문을 자기한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 화를 내거나 못되게 굴지는 않나요.

    “안 그래요. 저도 남편이 안 좋아하는 걸 굳이 하고 싶진 않아요. 그래봐야 분란만 일으키지 좋을 게 없잖아요. 남편이 싫어하는 걸 또 찾아서 하고 싶지도 않고요.”

    ▼ 가정 있는 중년 남녀의 불륜을 이해합니까.

    “법적으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사람의 감정을 막을 수 있나요. 끝까지 가면 안 되겠죠. 그 끝은 이혼일 테니까.”

    ▼ 그런 상황에 처하면 어떨 것 같나요.

    “상대가 알면 안 될 것 같아요. 알게 되면 다시 돌아오더라도 예전 같을 순 없을 거예요. 한번 금 간 곳에 자국이 남듯이 마음에 상처가 남을 테니까. 갈라서려고 해도 자식이 걸려 헤어지기 힘들 것 같아요.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아야지요.”

    ▼ 첫사랑과 결혼한 걸 후회하지 않나요. 좀 더 여러 사람과 연애해보고 결혼했더라면 하는.

    “후회하죠.(웃음) 하지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남편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혼자 살 것 같아요. 그때 결혼해서 숙제를 일찍 끝낸 느낌이에요. 다 큰 아이들을 보면 일찍 결혼하길 잘했지 싶어요.”

    ▼ 결혼할 때 조건을 안 따졌나요.

    “나이가 더 들어 결혼했다면 조건을 따졌을지도 몰라요. 그때는 어려서 조건 따지지 않고 6년을 사귀었으니까 결혼하는 걸 당연하게 여겼어요. 더구나 누구랑 사귄다는 소문이 나면 결혼해야 하는 시절이었어요. 지금이야 공개 연애를 하다 헤어지는 일이 예사지만 그때는 스포츠신문 1면에 나면 큰일 나는 거였어요.”

    바가지 안 긁는 아내

    손지창은 오연수의 초등학교, 중학교 1년 선배다. 오연수는 학창 시절 손지창을 “공부 잘하고 잘생겨서 유명한 선도부 선배”로 기억했다. 당시 두 사람은 안면만 있을 뿐 말을 트진 않았다. 이들이 통성명을 하고 제대로 인사를 나눈 건 1989년 CF 촬영 현장에서다. 그때 오연수는 CF의 메인 모델이었고, 손지창은 엑스트라로 온 아르바이트생이었다.

    2년 후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때부터 같은 여의도 주민이라는 이유로 자주 만나며 남녀관계로 발전했다. 1993년부터 2년간은 드라마 ‘일요일은 참으세요’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주로 집 안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조심스럽게 사랑을 키워간 두 사람은 1998년 6년 교제의 결실을 이룬다.

    ▼ 손지창 씨가 프러포즈를 안 했다면서요?

    “당시 스포츠신문에서 저희 기사를 내겠다고 해서 애기아빠가 저한테 프러포즈할 겨를도 없었어요. 이제 인정할 때가 됐다 싶어 서둘러 기자회견 열고 결혼 발표를 했죠. 예전에는 사람들이 프러포즈에 연연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민감하더라고요. 좋으면 결혼해서 살면 되지, 왜 그런 이벤트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기념일도 생일과 결혼기념일만 챙겨요. 거창하기보다는 단출하게 가족이 식사하는 정도예요. ‘애기아빠’도, 저도 이벤트에 감동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 평소 남편을 ‘애기아빠’라고 부릅니까.

    “연애 시절부터 입에 배서 ‘오빠’라고 불러요. 손지창 씨는 저를 ‘오 여사’나 ‘자기야’라고 부르고요. 저는 ‘자기야’라고 죽어도 못하겠어요.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글거려요.(웃음)”

    ▼ 경제권은 누구에게 있나요.

    “저희는 수입을 각자 관리해요. 애기아빠가 처음부터 각자 번 건 각자 관리하자고 했어요. 생활비도 분담해요. 관리비는 남편이, 아이들 교육비는 내가 내는 식으로요.”

    ▼ 남편이 배우 출신이라 좋은 점과 나쁜 점은?

    “제가 하는 일을 잘 이해해주는 반면 스케줄 표만 봐도 무슨 일이 있을지 아니까 선의의 거짓말조차 할 수 없어요. 거짓말이 안 통하는 수준이에요.”

    두 사람은 여느 스타부부와 달리 결혼 후 지금껏 잡음 없이 살았다. 천생연분이요, 찰떡궁합일까.

    “남남이 만나서 어떻게 딱 맞아요. 맞지는 않지만 맞춰가는 거지. 남편 성격을 아니까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지 않아요. 몇 년에 한 번 사소한 일로 싸우긴 하는데 제가 져줘요, 호호. 제가 좀 남자 같은 성격이에요. 새침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트리플 A형같이 생겼다고들 하는데 반대예요. 생긴 거랑 다르게 털털하죠. 남편이 오히려 꼼꼼하고 섬세해요. 예술가적 기질이 강해요. 저희는 서로 성격이 달라서 못 견뎌하기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살아요.”

    ▼ 바가지를 안 긁는다면서요?

    “안 긁어요. 애기아빠가 늦게 들어와도 꼬치꼬치 묻지 않아요. 들어오든지 말든지 자버려요. 근데 애기아빠는 예민해서 제가 언제 들어왔는지 다 알아요. 제가 늦게 들어가면 싫어해요. 내색은 안 해도 얼굴에 써 있어요. 그래서 남편이 집에 일찍 들어오거나 안 나갈 때는 웬만하면 약속을 안 잡아요.”

    ▼ 남편과 함께 즐기는 취미가 있나요.

    “같이 하는 건 골프 하나예요. 그런 쪽에 승부욕이 없어서 잘 치진 못해요.”

    ▼ 손지창 씨가 연예활동이 뜸해져 어떻게 지내는지 많이들 궁금해해요.

    “지금은 사업에 빠져서 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요. 연기는 공백 상태지만 ‘더 블루’ 활동을 같이 한 김민종 씨와 지금도 가끔 듀엣으로 활동해요.”

    ▼ 김민종 씨가 안양예고 동기동창이라서 셋이 모이면 재미있겠네요.

    “저는 ‘민종아’ 하고 부르고 민종이는 ‘형수’라고 불러요. 만날 결혼할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민종이가 눈이 높아요. 이상형이 현실에 안 맞는 여자예요. 쭉쭉 빵빵 미스코리아 스타일을 좋아하거든요. 나이도 있는데.(웃음)”

    “엄마는 80점, 아빠는 90점”

    그는 중3 때 선생님이 추천해 안양예고에 발을 들였다. 가수나 배우를 꿈꾸는 동급생들은 고1 때부터 프로필 사진을 찍어 충무로 에이전시에 돌렸다. 기댈 데가 없는 오연수도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단역으로 CF 몇 편을 찍다 롯데제과 전속모델로 발탁된 그는 MBC 공채탤런트시험에 합격한 1989년부터 본격적인 연예활동에 나선다.

    “원래 연예계에 관심이 없었어요. CF에서 단역을 해도 돈이 나오니까 돈을 벌어서 엄마를 도와주고 싶었어요. 아빠가 안 계셔서 엄마가 혼자 저와 남동생을 뒷바라지했거든요. 집도 그다지 부유하지 않았고. 그래서 소녀가장을 자처했어요. 결혼할 때까지 번 돈도 엄마에게 다 드렸죠.”

    “연기자는 사랑만 하고 결혼은 안 하는 게 좋아”

    2011년 MBC 사극 ‘계백’에서 사택비를 열연한 오연수.

    ▼ 결혼 전에도 수입을 직접 관리했나요.

    “엄마가 다 관리했어요. 통장은 제 이름으로 돼 있어도 저는 은행 한 번 간 적이 없어요. 결혼하고 나서 은행을 처음 가봤다니까요. 통장조차 만들 줄 몰랐어요.”

    ▼ 첫 작품인 ‘춤추는 가얏고’에서 신인 같지 않은 연기를 보여줘서 어릴 때부터 트레이닝을 받은 줄 알았어요.

    “어릴 땐 끼도 없었어요. 학교에서도 연기를 제대로 배울 시간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CF 찍느라 학교를 제대로 못 다녔고, 대학교도 연기 활동으로 바빠 중퇴했어요. 반 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할 수 있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디에 이력서 내고 취직할 것도 아니어서 학업을 포기했어요. 열 살도 더 차이 나는 아이들과 학교 다니는 것도 내키지 않았고.”

    슬하엔 2남이 있다. 첫째 성민이는 현재 중학교 3학년, 둘째 경민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큰아이가 사춘기를 호되게 겪었는지 묻자 “주위에서 인식하지 못할 만큼 조용히 지나갔다”는 답이 온다.

    ▼ 아이들에겐 공부보다 행복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면서요?

    “저도 공부를 잘 못했어요. 관심도 없었고. 더구나 공부는 스스로 알아서 해야 실력이 늘잖아요. 아이들한테 네 인생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고 가르쳤더니 둘째는 뭐든 스스로 하려고 해요. 첫째는 시험기간이 임박해 늦게까지 공부하는 버릇이 있는데 제가 한 문제 더 푼다고 네 인생이 달라지지 않으니 빨리 자라고 채근해요. 전등도 꺼버리고요. 그랬더니 큰아이가 ‘다른 엄마들은 공부시키려고 못 자게 하는데 엄마는 이상하다고 투덜대더라고요. 공부가 인생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지 않지만 대신 숙제는 꼭 하게 해요. 숙제는 선생님과 한 약속이니까요.”

    ▼ 몇 점짜리 엄마, 아내인가요.

    “아내로서는 점수를 매기기 힘들고, 엄마로서는 80점은 되지 않나 싶어요. 일을 안 할 때는 애기아빠도 인정할 만큼 최선을 다하거든요. 남한테 시키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요리는 제가 나와 있을 땐 어쩔 수 없으니까 남의 손을 빌리지만 다른 건 제가 다 해야 직성이 풀려요. 밤새우고 들어가도 아이들이 학원이나 학교에서 내준 숙제를 했는지 점검해요.”

    ▼ 손지창 씨가 안 도와주나요.

    “도와줘요. 남편으로서나 아빠로서나 90점 넘는 우등생이에요. 지금껏 한 번도 속 썩인 일도 없고 술, 담배를 안 하니까 어디 가서 실수한 적도 없어요. 거짓말을 할 줄 몰라요. 선의의 거짓말조차 용납을 안 해요. 정말 바른생활 사나이예요.”

    어느덧 그와 손지창도 갱년기를 걱정할 나이가 됐다. 나이 들면 호르몬 변화로 남녀 성격이 바뀐다는데 이들 부부는 어떨까.

    “나이 들수록 점점 심해져요. 저는 점점 더 털털해지고 남편은 감성이 더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친구들을 만나러 가면 ‘어디서 수다 떨다 왔다’고 하고, 다큐멘터리를 보며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점점 더 아줌마 같아지더라고요.”

    ▼ 배우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드나요.

    “천직인 것 같아요. 딱히 잘하는 게 없어요, 연기밖에는.”

    ▼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나요.

    “다시 태어나면 노래 잘하는 가수로 살고 싶어요. 그것도 남자 가수. 여자로 살아봤으니 남자로도 살아봐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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