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호

주호영 국회의원

이 대통령이 ‘오고초려(五顧草廬)’한 불교통

  • 남봉우(내일신문 편집국장)

    입력2008-04-12 14: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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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국회의원
    이 명박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하루 전인 2월24일 저녁. 이 대통령은 당선인 대변인직을 그만두는 주호영 의원과 기념촬영을 하며 “내가 부처님을 모시고 사진을 찍는다”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2007년 2월1일 후보 비서실장 겸 대변인 겸 수행실장으로, 그리고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된 후에는 수행실장으로, 당선된 뒤에는 당선인 대변인으로 호흡을 맞춰온 주 의원과 작별하는 아쉬움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물론 주 의원이 정통한 불교통이라는 점, 그리고 그의 성품이 원만하다는 점 등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주 의원은 이 대통령의 측근 중 가장 늦게 캠프에 합류했지만, 가장 오랫동안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참모 중 한 명이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그만큼 쓸모가 있는 참모였다는 얘기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 대통령이 주 의원을 대하는 느낌은 ‘편안하다’와 ‘깔끔하다’로 요약된다.

    1년1개월 함께 일하는 동안 이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 의원은 마음이 넓고 만남의 깊이가 있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고 한다. 전쟁 같은 선거과정에서 잠시라도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참모는 어쩌면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을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은 주 의원의 일처리에 대해서도 신뢰를 보냈다. 무리하지 않고 물 흐르듯 매사를 원만하면서도 깔끔하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당선인 대변인 시절 주 의원은 많게는 하루 300통에 가까운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당선인이 자신과 만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주 의원과 상의해보라’고 해 때 아닌 민원이 몰린 것이다.

    사실 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이 대통령과 주 의원은 특별한 인연을 가진 관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2007년 2월 캠프를 출범시키기에 앞서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가장 먼저 영입해야 할 인물로 주 의원을 지목했다. 이 후보가 세 번이나 직접 만나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이재오 등 캠프의 실세 의원들이 ‘귀찮을 정도’로 합류를 강압했다. 당시 이 캠프 주변에서는 ‘주호영 의원을 데려 오기 위해 오고초려(五顧草廬)를 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지난 대선에서 주 의원에게 눈독을 들인 이는 이 대통령뿐 아니다. 경선이 본격화되기 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도 그를 데려가고 싶어 했다. 특히 손 대표는 ‘100일 대장정’ 기간 중 서울에 올라와 주 의원만 따로 만나고 내려갈 정도로 공을 들였다.

    박 전 대표도 아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주 의원이 이 후보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는 보고를 받고는 글을 쓰던 볼펜을 떨어뜨렸다는 얘기가 전해질 정도다.

    대선후보들이 초선인 주 의원에게 이처럼 공을 들인 것은 판사 출신의 빠른 판단과 균형감, 그리고 합리적 성품 때문이기도 했지만, 특히 불교에 정통할 뿐 아니라 전국의 큰스님과 스스럼없이 지낼 정도로 광범위한 불교계 인맥을 구축하고 있어서였다.

    실제 ‘서울시 봉헌 발언’ 등 이 후보의 친기독교적 행보 때문에 불편해했던 불교계는 주 의원 합류 후 비판의 날을 누그러뜨렸다. 불교계에서는 이 후보가 주 의원에게 공을 들이는 것을 보고 ‘대통령이 돼도 불교계를 홀대하지는 않겠구나’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당시 불교계 3대 종단에 속하는 천태종 총무원장 정산 스님은 “정서적으로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기 쉽지 않은데, 주호영 때문에 뭐라고 말도 못하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물론 주 의원의 인맥이 불교계에 한정된 게 아니다. 지역과 종교를 뛰어넘는다. 지난해 매일신문이 대구의 오피니언 리더 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구 리딩그룹 네트워크 조사’에서도 주 의원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 쟁쟁한 의원들을 제치고 ‘정치권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남뿐 아니라 호남의 오피니언 리더 중에서도 그와 얘기가 통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주호영 의원은 대학 졸업하던 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수재형 정치인’이다. 한나라당의 홍준표·이인기·엄호성 의원과 통합민주당의 신기남·이상열 의원, 추미애 전 의원 등 사시 24회 동기생 정치인 중에서도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그러면서도 ‘정치인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또 다른 장점이다. ‘탈(脫)여의도’를 모토로 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충분히 좋아할 캐릭터인 셈이다.

    朱豪英

    생년월일 : 1960년 12월10일(음력)

    출생지 : 경북 울진

    학력 : 대구 능인고, 영남대 법학과, 영남대 대학원 석·박사

    경력 : 육군 법무관, 대구지방법원 판사, 대구고등법원 판사, 대구지법 영덕지원장, 상주지원장,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 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한나라당 원내부대표,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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