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종의 시 ‘방문객’을 살짝 비틀자면, 논에 가을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그 여정이 함께 오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뜨거운 태양과 세찬 비바람이 바통을 주고받듯 번갈아가며 논을 때렸다. 그 시련을 온몸으로 감내한 논이 살며시 황금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황금색 논에다가 알록달록 유색 벼로 각 고장의 특색을 한껏 살린 수를 놓았다. 가을 논을 캔버스 삼아 각양각색의 작품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가을 논에 한 고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물감처럼 스며든다.
전남 순천만 일대에 조성된 흑두루미 논 그림.
가까이 눈을 대고 보면 갖가지 색의 벼가 다채로운 풍경을 펼쳐낸다.
꽃을 단 우리 소가 강원 홍천의 논 그림 속에 새겨져 있다.
직사각 구도 안에 고장의 문화와 역사를 빼어나게 담아낸 전북 순창의 논 그림.
국내 최초로 논 그림을 시작한 충북 괴산의 ‘유기농’ 논 그림.
1.2ha(약 3600평)의 논을 눈에 담을 수 있도록 경사 높은 곳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가을 추수를 앞둔 농부의 마음을 형상화 한 강원 홍천의 논 그림.
친환경을 알리는 호랑나비와 고장 이름을 익살맞게 그린 글자가 보인다. ‘논의 스파이더맨’이 웬 말이냐 할 수도 있겠으나, 전남 별량의 청소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