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4일 열병식에서 박정천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왼쪽)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옆에 서 있다. [동아DB]
북한군 서열 1위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담화를 발표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실시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이라고는 하지만 북한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서열 1위의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박정천은 담화에서 “지금의 상황에서 이것을 단지 위협성 경고로 받아들인다면 그것부터가 큰 실수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김정은을 제외하고 북한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원수급 박정천이 직접 담화를 냈다는 점에서 그 말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천 담화는 “미국과 남조선이 겁기 없이 우리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기도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에 대한 공격에 방점이 찍혀 있지 않고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그가 언급한 ‘끔찍한 대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군 서열 1위 명의로 강력한 메시지를 내놨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2일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 공해상 방향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10시간 동안 4차례에 걸쳐 미사일 총 25발 가량을 퍼부은데 이어 3일에도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ICBM은 2단 분리에는 성공했지만 정상비행에는 실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던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북한의 도발에 맞서 연장키로 합의하고, 연장 기간 등 세부 내용을 협의 중이다. 비질런트 스톰 외에도 연말까지 크고 작은 연합훈련이 추가로 실시될 예정이어서 당분간 북한의 미사일과 포격 도발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군에서 포병국장과 포병사령관, 총참모장을 지낸 박정천은 북한군의 미사일 개발을 주도해 온 인사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각종 미사일 발사 때 현장 지휘관 구실을 한 이가 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이끈 이오시프 스탈린이 “포병은 전쟁의 신이다”라고 칭송했을 만큼 공산국가는 전통적으로 포병을 중시해왔다. 미소 냉전 시기 공군력을 앞세워 미국이 제공권을 장악하는 동안, 소련은 공군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지상에서 발사하는 ‘포’와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렸던 것. 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북한군 또한 재래식 무기에서 열세를 보인 이후 포병을 중시해왔다. 포병국장, 포병사령관을 지내고 인민군 총참모장을 지낸 박정천이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북한군 서열 1위에 올라선 것은 각종 탄도미사일 개발 성공과 무관치 않다.
신인균 대표는 “포병국장이 포와 미사일 중심의 전투를 실전에서 지휘하는 자리라면 포병사령관은 인사와 예산권을 틀어쥐고 포와 미사일 개발과 생산, 실전 배치까지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라며 “포병국장, 포병사령관을 지낸 박정천이 원수 칭호를 받고 실질적으로 군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북한군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2020년 박정천 현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이병철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게 ‘인민군원수’ 칭호를 부여한 바 있다. 김정은은 인민군원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인민군대원수다. 과거에는 오진우, 최광, 리을설 등 현직에서 물러난 원로급 인사에게 부여하던 ‘원수’ 칭호를 실권을 행사하는 박정천과 이병철에게 부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박정천과 함께 원수 칭호를 받은 이병철은 핵개발을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즉 핵과 미사일 두 축을 담당해 온 이병철, 박정천 두 사람에게 ‘원수’ 칭호를 부여한 것은 현재 북한군이 핵과 미사일 두 축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박정천과 이병철은 올해 4월25일 열병식 당시 인민군원수 계급장을 달고 대원수 계급장을 단 김정은 좌우에 서서 제병지휘관 구실을 했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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