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경영권 넘겨주고자 손해 감수?
23년간 특수관계사에 1조3703억 원 지급
“대주주 사적 이익 위해 소액주주 이익 침해”
BYC “더 이상 할 말 없다”
3세 승계를 위한 내부거래 의혹에 대한 BYC 측 관계자의 답변이다. BYC 지분 8.13%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BYC 오너 일가의 편법 승계 의혹을 지적하고 나섰다. BYC가 자회사 내부거래를 이용해 지분 승계 재원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주장이다.
BYC 측은 이 같은 지적에 구체적으로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내부거래가 사실이라고 해도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도 영향을 미친 듯하다. 현행법상 대규모기업집단(자산 규모 5조 원 이상)의 내부거래만 규제 대상이다. BYC는 지난해 12월 기준 자산 규모 6844억 원으로 규제 대상이 아니다.
3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오너 일가의 특수관계 기업들 간 부적절한 내부거래로 BYC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이사회 회의록 및 회계장부를 검토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회의록 열람 결과 상당수 내부거래가 이사회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행됐다”고 주장하면서 “회계장부를 보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자료를 BYC 측에 요구한 상태”라고 밝혔다.
승계 자금 488억 원, 내부거래로 만든 것?
BYC의 승계 작업은 2018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신한에디피스라는 회사가 2018년 12월부터 BYC 지분을 사들였다. 신한에디피스는 의류 도소매업과 부동산업을 하는 회사로 한석범 BYC 사장의 아들 한승우 BYC 상무가 58.35%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다. 신한에디피스는 꾸준히 지분을 사들여 지난해 12월 기준 BYC 지분의 18.4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한영대 BYC 창업주로 시작해 한 사장, 한 상무로 이어지는 3세 승계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한 상무는 이외에도 한 사장이 100% 소유한 투자회사 신한방을 일부 물려받았다. 신한방은 2021년 2월 인적분할을 해 신한방과 한승홀딩스로 나누어졌다. 당시 한승홀딩스의 자산은 395억 원. 대부분이 BYC의 지분(10.55%)이었다. 한 사장은 한승홀딩스의 지분 전부를 한 상무에게 넘겼다. 지난해 12월 기준 한 상무가 개인적으로 사들인 지분 3.69%까지 더하면 32.67%의 BYC 지분이 그의 영향력하에 있다.
한 사장의 두 딸도 BYC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장녀인 한지원 씨가 제원기업, 차녀인 한서원 씨가 일관, 인화식품의 최대주주다. 이들이 가진 지분을 전부 합하면 오너 일가 3세의 BYC 지분율은 총 46.49%에 달한다. 한 사장이 한승홀딩스를 통해 한 상무에게 넘긴 BYC 지분 10.55%를 제외하면 오너 일가 3세 3명이 총 35.94%의 지분을 사들인 셈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오너 일가와 관계사의 BYC 지분 거래 내역 확인 결과 35.94%의 지분 확보를 위해 488억 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됐으며, 이 중 178억 원이 오너 일가 3세 관계사 자체 자금일 것이라고 본다. 나머지 310억 원은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이 중 226억 원은 신한방·남호섬유 등 한 사장 관계사에서 나왔다.
트러스톤자산운용 관계자는 “오너 일가 특수관계사들이 BYC와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승계 자금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BYC 홈페이지에 게시된 윤리강령. 주주 및 투자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있다. [BYC]
ESG 평가 ‘꼴찌에서 두 번째’ 등급 받아
BYC가 전자공시시스템이 출범한 1999년부터 2022년까지 26개 특수관계사에 지급한 비용은 1조3703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BYC가 이들에게 얻은 수익은 6532억 원에 불과했다.트러스톤자산운용은 특수관계사 이익 몰아주기의 예로 ‘지하이시티 지식산업센터 개발사업’을 들었다. 2018년 9월 완공한 지하이시티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다. 시공사가 BYC, 시행사는 신한방이었다. 이 사업으로 신한방은 분양 수익으로만 1190억 원을 벌었다. 분양 원가 582억 원을 빼면 순수익은 608억 원이다. 수익률이 104.5%에 달한다.
그런데 BYC는 이 사업으로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 2017~2018년 BYC의 건설 부문 추정 영업이익률은 4.4~6.6%다. 지하이시티 신축공사에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받은 수주액 506억 원에 이를 대입하면 지하이시티로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22억~33억 원가량으로 추산해 볼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하이시티 정도의 큰 규모 공사라면 금융비용, 하자보수비 등 영업외비용도 상당했을 것”이라며 “영업이익이 수주액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적자를 봤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 측은 “BYC가 본사 부지 개발을 시작하면 엄청난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며 “개발 과정에서 내부거래로 인해 개발사업 이익이 3세 관계사에 흘러가지 않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BYC의 지분 8.13%를 보유한 3대 주주다. [트러스톤자산운용]
BYC도 내부거래 문제를 개선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19일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계열회사 내부거래를 점검하겠다고 밝힌 것. 내부거래 점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고자 ‘신동아’는 1월 11일 BYC에 직접 문의했다. 3세 승계를 위해 내부거래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묻자 BYC 관계자는 “그대로다”라고 답변했다. 의혹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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