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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김지녀

[시마당]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우리는 불행의 서사에 익숙하다 정규 방송 시간이 끝난 후 검은 화면에 비친 자신을 발견하는 사람이라면

드라마 주인공의 불행은
쉽게 바뀌는 상점의 간판들처럼 또 다른 주인공의 불행으로 얼굴만 바뀌는 것

국수집이 어느 날 사라지고
국수집 사장은 또다시 국수 삶을 곳을 찾아다닐지 모르고
국수를 먹으려고 왔는데
국수 대신 설렁탕을 먹어야 하는

우리는 조금씩 또는 매우 불행하다
유일한 연속극의 주인공이지만
조연처럼 소리 없이 웃고 있는 오늘 저녁은 차마 불행을 말하기 어려운

거리의 상점들은 불을 켜지 않고 있다
불행 이전의 마음은 무엇이었나
이전의 이전은



눈이 많이 내리는 거리를 쓸어야 한다
비가 많이 내리는 거리에 우산을 펼쳐야 한다

불행이 시작되는 건 여기서부터인지 모른다
불행을 껴안고 같이 울어야 할
우리는 불행을 잘 모른다 불행의 서사는 우리의 아는 사람으로부터 시작한다

* 파트릭 모디아노의 1978년 작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Rue des Boutiques obscures)’

김지녀
● 1978년 경기도 양평 출생
● 2007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 등단
● 2010년 편운문학상 우수상
● 시집 ‘시소의 감정’ ‘양들의 사회학’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발표




신동아 2021년 3월호

김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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