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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흔한 연상女·연하男 커플에게

[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 난임전문의 조정현

요즘 흔한 연상女·연하男 커플에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대표적인 연하남·연상녀 커플로 꼽힌다. [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는 대표적인 연하남·연상녀 커플로 꼽힌다. [뉴시스]

요즘 결혼하는 5쌍 중 1쌍이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라고 한다. 2030년에는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아진다니 앞으로 그 비율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심리학자들은 “외동아들로 자란 남성일수록 비빌 언덕을 찾듯 누나와의 사랑을 꿈꿀 수 있다”고 분석한다. 남매를 키워본 부모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대체로 아들이 딸보다 훨씬 더 손길이 많이 가고, 모든 면에서 늦다. 그래서 신은 남성 옆에 어머니를 대신할 여성을 뒀는지 모르겠다. 마마보이처럼 자란 남성일수록 제2의 어머니 노릇을 해줄 아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류 역사에서 연상녀·연하남 결혼은 흔했다. 전쟁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한반도에서만 지금까지 2000여 회 전쟁이 치러졌다. 삼국시대만 해도 300회 이상 전쟁을 치르면서 다산(多産)은 씨를 잇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었고, 조혼(早婚)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경국대전’에서 혼인 권장 나이가 남녀 각각 15세, 14세로 정해져 있었지만, 여전히 민며느리제도가 있어서 ‘꼬마 신랑’이라는 말이 익숙했다. 물론 역사 속의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지금의 그것과는 조금은 다른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여성의 측은지심

연상녀·연하남 결혼은 생물학적으로도 너무 나이 차이가 많거나 결혼 당시 여성의 나이가 너무 많으면(45세 이상) 모를까, 장점도 없진 않다.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성숙한 여성이 나이 어린 남성을 잘 이끌고 뒷받침해 준다면 어떠한 풍파도 슬기롭게 대처하고 가정을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누나의 마음이거나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철부지 남편의 우(愚)를 감내하게 된다. 사실 부부의 사랑도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이해해야 참아낼 수 있는 것이 많다. 실제로 연상녀·연하남일 경우 동갑 혹은 서너 살 연상남·연하녀 부부보다 이혼율이 현저하게 낮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뇌 발달로 봤을 때 남성이 여성보다 정신연령이 세 살 어린 편이라고 설명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정답은 없다. 자식 낳기를 기대한다면 남녀 막론하고 나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고, 무자식이라도 관계없다면 사랑과 결혼에 나이가 무슨 대수겠으나 콩알만큼이라도 자손을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 나이 차이가 많은 커플일수록 좀 더 빨리 결혼해야 자식 낳기가 수월해진다.



간혹 나이 든 남자들이 “아내가 젊으면 얼마든지 자식 낳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데 천만에! 그렇지 않다. 남성도 갱년기 이후 자연임신에 걸리는 시간이 나이 들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뿐 아니라 정자에도 질적 양적으로 이상이 생겨 자연임신 성공률 자체가 감소한다. 1969년 일본 과학자들이 고환 조직을 나이대별로 채취해 정자 생성 능력을 분석했는데 20~30대에는 고환(정세관)에서 정상 정자가 될 정세포가 90% 관찰된 반면, 40~50대는 50%, 80세 이상은 10%에 그쳤다. 즉 남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고환의 정자 생성 기능이 저하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남성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정자 수가 평균 3.3% 정도 감소하고, 정자의 운동성은 서른이 넘으면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평균 3~12%까지 감소한다. 또 정낭 분비 기능에 이상이 발생해 정액 양이 감소하게 된다. 정자 수 감소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감소를 동반하므로 결과적으로 남성적 매력이 떨어지고 발기부전에 이르게 된다는 뜻이다. 수십 년 살아온 부부라면 모를까, 사랑이 제아무리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라고 해도 성호르몬 감소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나이 많은 남성과 결혼하겠다면 백두노랑(白頭老郞)이 되기 전에 일찍 만나 자식도 낳고 성생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연상의 여성과 결혼하고 싶다면 한 해라도 빨리 결혼하면 좋겠다. 아내의 나이가 45세가 되기 전 난임병원을 방문해 임신을 시도해 봐야 한다.

요즘은 딸의 대리모를 자청해 출산하는 사례가 종종 뉴스에 나오지만, 20년 전만 해도 프랑스에서 어떤 할머니가 아이를 못 낳는 딸과 사위의 수정란을 이식받아 임신과 출산에 성공한 사건이 매스컴에 대서특필됐다. 임신, 출산에 ‘자궁’이라는 밭보다는 ‘아기씨(수정란)’를 만드는 난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40대 후반 여성이 20대 난자를 공여 받아 수정란 이식을 시행한 경우, 30대 초반 난임 부부의 시험관아기 성공률과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과연 인간이 일생을 살면서 피임을 하지 않고 평생 아이를 낳는 숫자는 몇 명이나 될까.

후터라이트(Hutterites) 부족에게서 인간 수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19세기 말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사우스다코타 지역에 터를 잡아 집단생활(공동양육)을 했다. 특히 10대 중반에 결혼해 일부일처제로 평생을 살았기에 성병과 같은 수태 방해 인자가 없었다.

이들의 수태력은 과연 어떠했을까. 대체로 11~12명의 자녀를 낳았고, 40대 초중반에 단산(斷産)이 됐다. 여성의 수태력은 20~24세에 절정을 이룬 후 조금씩 감소하다 40세가 넘으면 임신 성공률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수태 능력이 감소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본적 통계인 셈이다.

자식은 부부 사랑 묶는 뫼비우스띠

나이 차가 많은 부부들은 무자식으로 살겠다는 각오로 시작하겠지만 남녀가 아무리 사랑한다고 자신해도 성생활이라는 윤활유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음이 지속되기란 여간해서는 힘들다. 부부간의 섹스 사이클이 전혀 맞지 않으면 일상 자체가 일그러질 수 있고 서로 간 이해심이 줄게 마련이다.

남녀 모두 일생에 단 한 번은 자발적 섹스 충동의 시기를 겪게 된다. 남성이 20~30대라면 여성은 40대라는 통계가 있다. 남자는 10~20대에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수치가 가장 높아져 성적 욕구가 충동적일 수밖에 없다. 남성은 외로움과 불안·스트레스를 극복하려 섹스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은 사회적·심적으로 안정됐을 때 비로소 섹스를 갈망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성 사이클적으로 보면 이상적 만남일 수 있기는 하다.

문화가 달라지고 세태가 변했다고 해도 불변의 진리가 있다. 사람들은 경제력에 문제가 없고, 섹스와 감정 소통만 원활하다면 나이 차 정도는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 수 있는 건 아니다. 자식이 있어도 이혼할 수 있지만 어쨌거나 자식은 부부의 사랑을 하나로 묶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존재다. 자식을 공유하는 부부는 헤어진다고 해도 살아가는 내내 결코 무관한 남이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 차가 많은 커플들이 새 생명 잉태를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정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신동아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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