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 소송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
- “단언컨대 전자펜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 스마트폰 폐해? ‘청소년 관람가’ 정할 수 있나
- “안티 삼성요? 있을 수 있죠”
1984년 삼성에 입사한 신 사장은 1993년 무선개발실로 자리를 옮긴 후 벤츠폰, 블루블랙폰, 울트라에디션 등 히트상품을 내놓아 휴대전화 사업을 글로벌 2위로 도약시킨 인물. 애플 아이폰이 돌풍을 일으키고 “삼성은 뭘 했느냐”는 질타가 쏟아지던 2009년 1월 그는 사장에 임명됐다. 당시 삼성은 “‘글로벌 1위 업체’ 실현이라는 중책을 맡겼다”고 그의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가 이끄는 매출 50조 원의 무선사업부는 매출에서 선두 노키아를 제쳤고, 스마트폰 시장에선 애플과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가 그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기자간담회 내용과 기자의 별도 질문을 재구성했다.
▼ 피곤해보이십니다.
“계속 미팅이 잡혀 있었거든요. 각국 업체 관계자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좋은 자리잖아요?”
▼ 건강은 따로 챙기시나요?
“아뇨. 다른 건 없고요. 그냥 잘 챙겨 먹으려 해요.”
▼ MWC 2012를 보니 독보적이었던 노키아가 삼성전자의 추격권 안에 들어온 거 같은 느낌입니다. 노키아와의 글로벌 휴대전화 판매 경쟁, 삼성의 노키아 추격전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
“다른 회사 관련된 얘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은 거 같고요. 최선을 다해 답하자면, 삼성전자는 2009년부터 매년 5000만 대 이상 성장해왔어요. 2011년에 휴대전화를 3억3000만 대 판매했고요. 2012년에는 5000만 대 더해도 3억8000만 대 정도 팔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구체적으로 꼬집어 언제라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 애플과의 특허 소송은요. 타협 의지를 보였었는데요.
“이렇다 할 타협 여지는 별로 없어요. 우리의 특허 관련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비즈니스를 프로텍트(보호)하고,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특허 대응한다고 봐주세요. 올해도 이런 기조는 유지될 겁니다.”
우리 비즈니스 프로텍트할 것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1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삼성이나 애플이나 모두 큰 회사인데 죽기 살기로 끝까지야 가겠느냐”며 타협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3월 2일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부호화 관련 통신기술 특허 침해’ 소송에서 삼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독일 법원은 앞서 삼성전자가 제기한 2건의 또 다른 통신기술 특허 침해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이날 독일 법원이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밀어서 잠금해제’ 관련 특허침해 소송도 기각했다는 점.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터치 방식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손가락을 가로 방향으로 밀어서 잠긴 화면을 해제하는 기능이다. 그동안 삼성과 애플이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LG전자는 5인치 제품에 대해 펜보다 가독성에 방점을 뒀는데요(LG전자는 MWC 2012에서 5인치 스마트폰 ‘옵티머스 뷰’를 선보이면서 삼성전자의 ‘펜’ 대신 4대 3 화면비율의 가독성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국내 경쟁사 얘기는…. 우리로서는 ‘노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대해 소비자가 많은 콘텐츠를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정교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죠. 아날로그적 감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감성 경험 말이죠.”
신 사장은 이후 경쟁사 제품에 관한 질문을 세 차례 받았지만 “말하기 적절치 않다”며 비켜갔다.
▼ 이번에 갤럭시 노트 10.1을 선보인 것도 그 연장선상이군요.
“앞서 선보인 갤럭시 노트 5.3보다 쓰는 경험(기능)을 많이 발전시켰어요. 노트 10.1에 동그라미와 세모를 대충 그려도 자동으로 보정해주고, 복잡한 수식을 쓰면 알아서 계산도 하죠. 기존 사용자들이 경험했던 노트보다 훨씬 많은 기능이 탑재된,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발전된 형태입니다. 분명 광범위한 소비층이 형성될 겁니다.”
‘MWC 2012’ 행사장에서 갤럭시 노트로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 신 사장이 강조한 ‘펜’은 각국 취재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올해 스마트폰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팔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작년에 9700만 대 판매했으니, 올해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운 셈이죠. 갤럭시 노트 10.1은 이제 소개하고 발표하는 자리인 만큼 목표 판매량을 말하는 건 이른 거 같아요. 지난해 10월 갤럭시 노트 5.3을 처음 발표할 때에도 같은 질문을 받았는데,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어요. 그 정도입니다.”
▼ 태블릿은 어떤가요? 지난해 스마트폰은 판매 목표를 달성했지만 태블릿은 미달했는데요.
“맞아요. 지난해 스마트폰은 좋은 (판매) 성과를 냈지만, 상대적으로 태블릿은 썩 잘하지 못했죠. 지난해 600만 대 판매(목표는 750만 대)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잘해야겠죠(웃음)?”
▼ 갤럭시 노트를 내놓으면서 ‘노트’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노트라는 카테고리는 크기로 구분하나요? 갤럭시 노트 10.1은 노트인가요 태블릿인가요?
“우리는 내부적으로 S펜이 있으면 노트라고 정의해요. 갤럭시 노트 10.1도 S펜이 있잖아요? S펜이 있으면 노트라고 봐요.”
▼ 노트 기술은 일본 (전자펜기기 업체) 와콤의 기술인데요. 국산화 계획은 있나요?
“현재로선 일본 와콤 기술이 펜 인풋 테크놀로지가 최고입니다.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더 정교한 기술이 나온다면 당연히 쓰겠죠.”
▼ 삼성은 노트 기능을 강조하는데, 고 스티브 잡스는 전자펜과 관련해 혹평을 했습니다. 실제 전자펜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까?
“단호하게 말해 전자펜은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전자펜을 응용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거고요. 소비자 니즈(수요)가 많고 확실하게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정밀하게 발전시킬 겁니다.”
노트 10.1은 교과서 타깃 아니다
▼ 10.1인치 갤럭시 노트는 디지털 교과서 보급을 염두에 둔 작품 같은데요(교과부는 디지털 교과서를 내년부터 시범 도입해 2015년 모든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 교과서는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동영상, 참고서, 문제집, 사전 등으로 바로 연결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투입될 예산만 2조2000억 원. 미국 애플사도 지난 1월 디지털 교과서를 구현할 수 있는 ‘아이북스 2’를 선보여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갤럭시 노트 10.1은 (디지털) 교과서를 타깃으로 한 것은 아닙니다. 어차피 S펜이라는 정밀한 펜 기술을 탑재한 태블릿 디바이스인 만큼 학생에겐 교과서, 참고서도 되죠. 직장인에게는 B2B 솔루션이 되고. 아날로그적 감성 경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거죠. 책과 공책이 함께 어우러진 제품 말입니다.”
▼ 감성 경험?
“쉽게 말하면 과거 연필과 펜으로 쓰는 것과 같은 느낌을 드리는 거죠. 일반 종이에 펜으로 쓰는 것 같은 아날로그적 감성. 일기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지난 수십 년간 펜으로 써온 것 같은 경험을 드리는 거죠.”
삼성전자는 MWC 2012에서 국내외 교육사업자와 제휴해 6000여 개의 유·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러닝허브’를 선보였다. 멀티미디어 강의와 문제풀기, 자동채점, 오답노트, 학습관리 기능 등 자기주도형 학습환경을 지원하는데, 갤럭시탭 10.1 같은 태블릿PC를 통해 제공되며 삼성앱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신 사장의 표현처럼 ‘책과 공책이 어우러진 제품’ 갤럭시 노트 10.1도 마찬가지다. 신 사장은 자사 제품을 활용한 구체적인 교육 사업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이틀 뒤 만난 삼성 관계자 A씨의 설명에는 디지털 교과서 시장을 겨냥한 삼성의 움직임이 읽힌다.
“노트와 펜에 대한 시장은 끊임없이 가져가서 경쟁사가 못 따라오게 할 것이다. (애플이 아이패드용 아이북스 2를 선보였지만) 특정 회사 것을 (학교에) 공급하는 것은 아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선 학생들의 요구보다 어쩌면 (기기를 공급하는 회사와) 교육청과의 B2B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러닝허브는 교육용 콘텐츠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애플의 아이북스2를 연상케 한다. 다만 A씨는 “러닝허브가 모바일 교육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지원 단말기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패스트 팔로어, 퍼스트 무버? 둘 다”
▼ 최근 들어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요. 펜으로 글을 쓰기도 전에 스마트폰에 익숙해집니다.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안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돌을 갓 지난 유아가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듣는다는 얘길 들었어요(웃음). 그만큼 첨단 기기를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진다는 거죠. 그렇다고 (영화 등급 정하듯이 스마트폰 사용 연령을) ‘청소년 관람가’처럼 등급을 나누는 게 옳은지는 생각해볼 문제 같아요. 스마트폰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같이 연구해보기로 하죠.”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스마트기기를 만드는 제조사는 최고의 기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스마트폰의 폐해에 대해선 많은 연구와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생각해볼 문제”라고 답했다.
▼ 그동안 1위 업체를 추격하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는데요. 그런데 갤럭시 노트라는 창의적인 제품으로 성과를 거둔 것을 보면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개척자)’가 떠오릅니다. 앞으로 삼성의 전략은 패스트 팔로어, 퍼스트 무버 중 어디에 방점을 두나요?
“저의 답변은 ‘둘 다’입니다. 많은 일류 기업은 ‘퍼스트 무버’ 전략을 썼죠. 이제 삼성도 어느덧 모바일 리딩 그룹이 됐고, 노트와 같은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낼 책무가 있습니다. 새로운 창의적 제품 만들어야죠.”
▼ 이번 MWC 2012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가 망 트래픽인데요, 망 구축비 분담 요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데이터 트래픽에 대해 얘기가 많죠. 2011년에는 데이터 트래픽이 보이스 트래픽을 넘어서는 현상이 발생했잖아요? 스마트폰 시장 확대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초래한 결과죠. 여러 기업이 비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지만, 머지많아 이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솔루션이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폭증 트래픽’은 기술 혁신으로 관리하는 기술이 나올 것으로 봐요.”
▼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탑재 폰’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그건 미래 구간에서의 얘기죠.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슈퍼 하이테크입니다. 올해 상품화가 될까요?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기술 트렌드는 그쪽으로 가는 게 맞고, 언젠가는 접고 휘는 디스플레이가 나오겠죠. 스마트폰 탑재 여부는 두고 봐야 할 거 같아요.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아 단정을 못해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의 테크놀로지 담당 분석가들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능동형 유기발광 다이오드(AMOLED)를 채용한, 접히는 플라스틱 화면을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수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사장 역시 최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관련해 “얼마나 휘느냐가 관건이다. 1년 안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 피처폰(음성통화 중심의 일반 휴대전화)의 미래는 어떻게 보나요?
“아무리 스마트폰이 보급되더라도 음성 통화 중심의 피처폰 수요는 분명 있습니다. 이 순간에도 스마트폰보다 피처폰 수요가 많아요. 선진국에서도 분명 피처폰 수요가 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소멸되지 않아요. 한국에도 새로운 피처폰을 만들어 보급할 거고요.”
▼ ‘안티 삼성’에 대해선 어떻게 봅니까?
“네? 잘 몰랐어요(웃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드리면 해결될 문제라고 봐요.”
신 사장은 이날 미리 주문해 놓은 스테이크를 조금 먹더니 ‘하몽(jamon)’을 시켜 기자에게 “같이 먹자”고 했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를 수개월간 소금에 절인 후 환기가 잘 되는 곳에 걸어두었다가 얇게 썰어 먹는 스페인 전통 요리. 15세기 스페인군이 남미의 정글과 풍토병, 혹한 속에서도 작전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도 부패에 강한 고칼로리 비상식 하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MWC 전장으로 향하는 신 사장이 하몽을 챙겨 먹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