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원인 40%는 자궁내막증
난소 절제는 여성 행복 거세
시험관아기 시술 의사・배양연구원 경험 중요
[+영상] 난임 전문의 조정현의 조언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시험관아기시술에 성공하려면 경험이 풍부하고 소통을 잘하는 주치의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도균 기자]
40년차 난임 전문의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난임 치료에 매진한 30년 이상을 자궁내막증과 사투를 벌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난임을 일으키는 원인의 40% 가까이가 자궁내막증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매달 배란이 일어나면서 여성호르몬(E2)의 영향으로 자궁내막이 부풀어 오르고, 임신이 안 되면 혈과 함께 내막이 떨어져(생리혈)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런데 배출돼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난소, 복강, 골반강내 등)에 위치하면서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하복부 복통, 월경통, 난임을 유발하는 질환이 자궁내막증이다. 이 같은 이소성(異所性) 내막 조직은 뇌-난소-자궁으로 이어지는 생식호르몬 축에 동참하면서 생식의 틀을 교란한다.
자궁내막증은 기름진 음식과 육류 섭취를 자주 하는 여성일수록 발병률이 높다. 조 원장은 “보릿고개 시절에는 아주 드문 질환이 자궁내막증이었다. 기름진 음식과 육류 섭취가 늘어난 오늘날에는 연평균 10%씩 환자가 증가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알코올경화술 후 IVF 성공률 40%
자궁내막증이 심하면 복강경수술로 난소에 생긴 혹(자궁내막종)이나 골반 주위의 유착을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 치료 방법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태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조 원장은 “일부 산부인과 의사가 완치를 기대하며 복강경수술로 난소 일부를 제거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걱정”이라면서 “미혼이든 비혼(非婚)이든 심지어 출산 후 여성이라고 해도 난소에 손을 대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행복을 절제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가임여성의 난소는 되도록 보존해 주는 것이 의사로서의 사명이라는 것이다.
“자궁내막증은 골반통 등 여러 통증을 유발하고, 성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며 임신까지 방해(난임)하는 주범이지만 임신을 원한다면 완치를 뒤로하고 몸에 칼을 대지 않는 비침습적(less invasive) 기술로 좀 더 오래 가임력을 보전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아요.”
비수술 치료법으로는 호르몬 유사체, 피임약 등을 쓰면서 월경량을 줄여보거나 없애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월경통의 강도가 줄어드는 대신 자연 임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조 원장은 자궁내막증 치료를 위해 비수술요법인 알코올경화술을 20년째 시행하고 있다. 최근 알코올경화술 시술 사례가 1300례를 돌파했다. 시술 후 시행한 시험관아기 시술(IVF)에서 임신 성공률을 40%로 끌어올렸다. 그에게 자궁내막증과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이 어떻게 자궁 밖(복강 내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나요.
“생리 기간에는 내막 조직과 체액이 난관을 통해 골반강 내로 역류할 수 있어요. 모든 여성은 생리 때 역류가 조금씩 일어나요. 내막 조직, 내막에 있는 줄기세포가 혈액으로 역류돼 복강 내에 갯바위의 따개비처럼 붙어서 염증을 일으킬 수 있죠. 건강한 복강 내 환경에서는 역류된 월경혈이 대식세포 등에 의해 청소가 되지만 취약한 곳에 붙어 자궁내막증을 일으킵니다.”
자궁내막증은 배출돼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에 위치하면서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하복부 복통, 월경통, 난임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Gettyimage]
“결론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줍니다. 특히 난소에 생기는 자궁내막증을 자궁내막종이라고 하는데 난포의 성숙과 수정을 방해하고, 정자의 DNA와 영양물질을 손상시키기도 합니다. 또 배아의 착상을 방해하고 난자를 만나러 여성 생식기에 들어온 정자의 이동을 방해하기도 해요.”
자궁내막종이 착상까지 방해할 수 있나요.
“흔히 착상호르몬이라고 하는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에 대한 자궁내막의 반응이 꼬이게 됩니다. 프로게스테론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황체호르몬으로 자궁벽을 임신 상황에 맞춰 변화시키는 호르몬이자 임신에서 분만까지 주도하는 호르몬이에요. 바로 이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저조해지고 자궁내막증의 염증 작용으로 인해 착상에 대한 수용 능력이 떨어집니다. 착상이 돼도 내막의 탈락막화(모체-태아의 성공적 결합)를 방해할 수도 있고요. 그 밖에 여러 방해 작용이 자궁내막에서 일어납니다.”
정자 질까지 떨어뜨리는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이 정자 질까지 떨어뜨린다는 건 의외인데요.“복강 내에 있는 대식세포가 분비하는 여러 물질이 정자의 운동성을 방해해 정자의 질을 떨어뜨려요. 복강 내에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자연임신과 인공수정 시술에서 임신율이 떨어지는 이유죠.”
복강 내에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수태 능력에 문제가 생기나요.
“난소의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어요. 복강 내 자궁내막증이 염증을 일으켜 생식기능이나 수태 능력을 뒤틀리게 할 수 있어요. 여기에 여러 염증 세포와 사이토카인(cytokine) 등이 관여하면서 NK세포의 기능이 약화돼 자가면역반응이 증가하면 수태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또 자궁내막종의 낭액 성분이 주요 조직에 스며들어 난포 수를 감소시키고 섬유화를 일으켜 구조적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자궁내막종 치료법으로 환자들에게 알코올경화술을 권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최근 10년간 1300례나 시행했더군요.
“난소는 난자를 보관하는 곳간입니다. 난소를 최대한 살리고, 난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법으로 알코올경화술만 한 시술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알코올경화술은 난자채취용 바늘을 질강 쪽으로 해서 난소의 내막종 안으로 넣어 농축된 월경혈과 유사한 내용물을 흡입해 내는 방식이에요. 이 내용물을 빼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생리식염수를 소량씩 주입하며 희석해 흡입해 냅니다. 자궁내막종 안의 내용물을 모두 흡입해 냈다고 판단되면 의학용 알코올을 내막종 안의 내용물 총량의 85~90% 정도 주입한 후 10분 체류시키고 다시 흡입해 냅니다. 내막종 내의 분비세포를 경화(硬化)시키는 것이죠.”
시술 도중 복강 안으로 알콜이 흘러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복강 내로 알코올이 들어가면 유입된 장기나 조직에 유착이 일어날 수 있어요. 알코올이 복강 안으로 흘러들어가면 환자가 마취 상태인데도 몸을 뒤척일 정도로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복강 내 유입된 알코올 양을 가늠하고 즉시 바늘을 주입해 빼낸 다음 재빨리 생리식염수로 세척하면 됩니다. 단, 아주 빠른 속도로 이뤄져야 해요.”
월경혈의 역류에 의해 자궁내막증이 발생할 수 있다(위). 난소에 생긴 혹을 자궁내막종이라고 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난소와 난포 최대한 살려야
알코올경화술로 난소 출혈, 골반 복통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들었어요.“난소 출혈은 난자 채취할 때도 생겨요. 오히려 바늘로 난소를 수차례 찌르는 난자 채취에 비하면 알코올경화술은 2번(내용물 흡입 시, 알코올 주입 시)만 찌르면 돼 난소 출혈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죠. 심한 골반통이나 월경통이 있던 여성은 알코올경화술 후 경미한 복통이나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경화술 이전에 겪던 고통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죠.”
알코올경화술의 최대 장점은 뭔가요.
“비입원, 비수술(비개복수술) 요법이라는 점이죠. 그리고 난소와 난포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난소의 난포 수를 의미하는 AMH(항뮬러관호르몬) 검사를 해보면 경화술 전후 난포 수의 변화가 거의 없어요.”
알코올경화술의 최대 목표가 뭔가요.
“궁극적 목표는 임신에 성공해 출산하는 것입니다. 또 여러 증상에서 벗어나 편안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죠. 골반통이나 월경통으로 응급실을 빈번히 출입하던 여성이 알코올경화술을 받은 후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복강경을 통한 자궁내막종 제거 수술은 반대하는 입장인가요.
“그렇습니다. 출산을 끝마친 여성이라고 해도 자궁내막종이 있다면 알코올경화술을 추천하고 싶어요. 사이즈가 7㎝ 이상이어도 알코올경화술 2~3회로 작게 만들 수 있고, 증상을 보면서 추적 관찰을 할 수 있거든요. 수술 방법은 CT와 MRI, 정밀초음파, 난소암 검사 등을 종합해서 결정합니다. 혹의 크기가 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복강경수술을 결정할 필요는 없어요.”
로봇수술로 자궁내막종을 제거할 수 있지 않나요? 기구를 통해 종양 내 물질을 흡입한 뒤 난소를 절개해 접근한다고 하던데요.
“로봇이건 개복이건 복강경이건 난소를 건드리면 난소 표면에 있는 원시난포가 엄청나게 손상됩니다. 어떤 방법의 수술도 난자 소실을 막을 수 없어요. 결국 비수술요법인 알코올경화술이 답이고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알코올경화술이 난소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자신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적어도 난포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알코올경화술을 시행한 후 난소기능검사(AMH)를 해보면 시술 전과 비슷해요. 또 골반 내 해부학적 구조에도 변형을 일으키지 않고요. 특히 40대 이상 여성, 난소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여성이라면 자궁내막증 치료로 알코올경화술만 한 선택이 없다고 자신해요.”
최근 난임 전문의료기관이 많아졌습니다. 난임 전문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을 조언한다면.
“의사와 배양연구원의 경험이죠. 다른 과 질환 수술의 경우 대학병원이나 삼성의료원이나 서울아산병원 같은 대형 병원이 더 전문적이라고 손꼽을 수 있겠지만 난임 시술은 병원 규모보다 주치의와 배양연구원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난임 전문의라면 무엇보다 직접 초음파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난임 전문의라는 타이틀을 걸려면 산부인과 전문의를 따고 IVF를 6000~7000회(월 50례)는 경험했어야 해요. 그렇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년 정도라고 하면 남성 의사는 40대 중반, 여성 의사는 40대 초반은 넘어야겠죠. IVF에 성공하려면 믿고 의지할 수 있고 소통이 잘되는 주치의를 만나야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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