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 있지만 일할 자리 없는 청년
민주화운동은 내 人生 자랑거리
현대차 글로벌화 이어 정치 도전
정치인 위한 싸움만 하는 국회
[영상] 한국 청년이 능력은 세계 최고인데…
공영운 경기 화성을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중식 기자]
자기개발서 서두에 나올 것 같은 말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유의 흔한 이야기지만 이력 덕분에 의미 있게 들린다. 이 발언을 한 사람은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화성을 국회의원 후보. 지난해 11월까지 현대자동차에서 사장(전략기획담당)으로 일하던 인물이다.
현대차 역대 임원 중 이질적 존재였다. 다수 임원이 현대차 공채 출신이지만 그는 영입 인재다. 첫 직장은 자동차업계도 아니었다. 1989년 매일노동신문 기자를 거쳐, 1991년 문화일보 기자 공채 1기로 입사했다. 다양한 분야를 취재하다 입사 15년차인 2004년 회사를 그만두고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방문연구원 과정에 등록했다. 미국 유학 생활에 막 적응할 무렵인 2005년 11월 현대차 그룹에서 그를 영입했다. 전략개발팀장으로 현대차에 발을 들였다. 이후 빠르게 승진해 입사 13년 만인 2018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고액 연봉을 받는 대기업 임원, 그것도 사장이었다. 2022년 11월 고문으로 물러난 뒤에는 여생을 즐기고 사는 선택지도 있었다. 그는 언론, 자동차업계를 넘어 다시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1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입 인재라면 비례대표를 노릴 수도 있지만 지역구 선거에 도전했다. 출마 선거구는 경기 화성을.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18~20일 화성을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100% 무선전화면접)한 지지율을 보면 공영운 민주당 후보 42%.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 18%,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19%로 집계됐다. 투표할 후보가 없다는 응답이 11%, 기타 후보가 4%, 무응답은 7%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공 후보가 20대 아들에게 시가 30억 원 상당 주택을 증여한 사실이 3월 28일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면서 선거운동 기간 표심에 변수가 되고 있다. 공 후보와의 인터뷰는 3월 9일 이뤄졌다.
세계 최고 한국 청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경기 화성을 개혁신당 후보)가 3월 10일 경기 화성시 다원 이음터에서 열린 화성 을·정 합동 당원 콘서트에서 출정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래서인지 공 후보의 경쟁자는 모두 젊은 정치인이다.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가 1984년생,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1985년생이다. 젊은 지역구에 젊은 경쟁자들임에도 공 후보는 자신감을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인재 영입 환영식’에서 한정민 삼성전자 DS부문 연구원(경기 화성을 국민의힘 후보)에게 국민의힘 옷을 선물하고 있다. [뉴스1]
공교롭게도 퇴직 이후 공 후보가 가장 관심을 가진 분야가 청년 문제였다. 한국 청년들이 다른 나라 청년에 비해 능력이 뛰어난데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대차에서 일하며 수십 개국 출장을 다녔는데 그때마다 크게 놀랐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젊은 사원들의 역량이 한국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한국 청년들이 그만큼 좋은 인재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한국 청년들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청년들이 자유롭게 일할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 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작게는 사업체를 열 수도 있고, 크게는 청년 문제 관련 재단을 통해 이들을 도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 후보는 정치에 도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치가 가장 빨리, 가장 많은 청년을 도울 수 있어서다. 그는 정치에 나선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내 최종 목표는 혁신 산업을 발전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이 일자리에서 청년들이 활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최대한 빨리 이루려면 정치 역량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되기로 했다. 직접 국가 제도나 발전 방향을 설계하는 일을 맡아보고 싶다.”
기자 경력, 큰 도움 됐다
민주당은 공 후보에게 영입 의사를 꽤 오래 타진해 왔다. 그만큼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 임원이던 공 후보와 민주당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도 공 후보의 민주당행에 고개가 일견 끄덕여진 이유가 있다. 그의 대학 시절 덕분이다. 1983년 서울대 입학 후 학생운동에 투신해 1986년 반미자유화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 사건으로 구속된 일도 있었다.“내 행동 원칙이 하나 있다. 나를 둘러싼 사회에 가장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자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그 일이 민주화였고, 회사에서는 현대차의 글로벌화였다. 지금도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이 한국을 가장 부러워하는 지점이 딱 두 가지다. 선진화된 민주주의 체제와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다. 두 분야의 발전에 모두 참여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가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 영입식에서 공영운 경기 화성을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동아DB]
공 후보는 “기자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해외 지사에 현지인 전문 인력을 대거 채용해 다양한 정보를 모았다. 이를 판매 및 생산 전략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완비했다. 정책 변화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다 보니 시장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졌다. 실적이 따라오니 당시 회사에서 칭찬을 많이 받았다. 동시에 운이 따른 덕분에 빨리 승진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기자로 일한 이유가 궁금했다.
“대학 졸업할 때쯤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하자 전 세계의 판도가 바뀌었다. 급변하는 정세를 민감하게 감지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자가 됐다. 사회부를 시작으로 정치, 국제, 이라크 전쟁까지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다. 여러 분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연스레 시야가 넓어졌다.”
그는 기자를 그만둔 뒤에도 시간을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현대차에서는 직급별 티타임 테이블을 정기적으로 열었다. 말단 사원 이야기도 듣겠다는 의지였다. 지금도 부지런히 시민을 만나고 있다. 그는 “많은 사람의 목소리를 반영할수록 내가 꿈꾸는 사회로 가는 지도가 정교해진다”며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바꾸겠다
그가 사람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이유는 지금의 정치가 민생과 유리됐다고 보는 데 있다.“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것이 정치라고 알고 있는데, 지금의 정치는 정치권을 위한 싸움만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궁극적 목표는 정치의 효율화. 회사가 돈을 번다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결과를 내는 것처럼 정치도 시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는 목적에 충실해야 하고, 실질적 성과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다른 정치인들도 다 일가를 이뤄본 사람이라 이 지점을 알 것이다. 다만 한 사안을 두고 생각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다투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다툼을 해결하는 데만 집중해 민생을 덜 신경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들의 행동을 바꾸려면 내가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 회사에서도 영입 인재였던 내가 작게나마 조직을 바꾸자 나를 신뢰하는 사람이 늘었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신인 정치인이 조금이나마 민생에 도움을 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른 정치인도 민생에 집중할 것이다.”
공 후보가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4%. 1960년 이후 역대 5번째로 낮았다. 앞선 4번은 1998년 외환위기, 1980년 오일쇼크,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유행 등 사회·경제적 재난을 겪은 때다. 이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그래서 청년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나만 해도 경남 산청에서 농사일을 돕던 시골 소년이었다. 진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짜장면을 처음 먹어봤을 정도로 세상과 먼 아이였다. 운 좋게도 대학 졸업 후 내 능력을 펼 장이 열렸고, 부족한 점이 있었음에도 높은 자리에 올랐다. 지금의 청년은 과거의 나보다 좋은 교육을 받았고, 그만큼 능력도 뛰어나다. 이들이 마음껏 일할 자리만 마련된다면 저성장 문제는 금방 해결할 수 있다.”
그가 전국에서 가장 젊은 지역구에 도전한 이유도 여기 있었다.
“화성을은 현대차, 삼성전자 등 국내 최고 수준 대기업은 물론 다양한 중소기업이 밀집한 지역이다. 그만큼 능력 있는 청년이 모여 있다. 이들을 도와 신산업을 육성해 내고, 일자리를 만들면 경제성장률은 자연히 상승한다. 이후 화성을의 모범 사례를 다른 곳에도 적용해 한국 사회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 내 궁극의 목표다.”
신동아 4월호 표지.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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