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호

특집 | 文, 安, 黃 속도 내는 대선열차

대권 재수 하더니 공약도 재탕

2012 vs 2017년 문재인 공약집 비교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7-02-21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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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 복무 1년, 공공일자리 81만 개 逆風
    • “일자리위원회, 국가균형위 신설 등은 2012년 판박이”
    • 노동시간 준수로 생기는 일자리…2012년 70만·2017년 20만
    • 일제 청산, 개헌, 4차 산업은 추가…분량은 미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이 집중 검증대상이 되고 있다. 대선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만큼 돋보기 검증은 예상한 터. 그러나 구체적 숫자를 밝히면서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하려는 전략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문 전 대표의 ‘군 복무기간 1년으로 단축’ 공약에 대해 ‘군 표퓰리즘’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국방개혁의 방향을 이야기한 것으로 공약한 것은 아니다”(김경수 의원)고 물러섰고,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도 재원 마련과 민간투자 배제 논란이 일자 “실제로 이 81만 개가 공무원 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공공투자를 기초로 제2단계 일자리 전략을 만들고 있다”(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며 수습 모드에 들어갔다.

    치밀한 검증과 토론 끝에 내놓아야 할 공약과 정책에 대해 여론 역풍이 불면 연신 물러서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흠 잡기 좋은 공약’이란 비판이 나온다. ‘대권 재수’에 도전하는 문 전 대표의 주요 정책을 2012년과 비교해봐도 마찬가지란 평이다.

    문 전 대표가 올해 1월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그의 인생사에 정책 주장을 섞은 대화체 형식이고, 2012년 낸 ‘사람이 답이다’는 정책 공약집으로 서술 방식은 다르지만 내용은 비슷하다.

    대표적인 것이 1월 18일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며 강조한 ‘일자리위원회와 일자리 상황실 신설’ 공약. 문 전 대표는 이미 2012년 자신의 책에서 “일자리 문제를 전담할 한시적 특별기구인 국가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일자리 점검 범정부 회의를 통해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러한 기구를 지휘하고 독려해야 합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민정수석의 의무, 자신은?

    야심만만하게 밝힌 전기료 인하, 조세감면 특혜 폐지, 재벌 개혁과 관련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재벌 업종확대 제한 정책도 이미 2012년 정책집에 실려 있는 내용. 시장범죄자에 대한 대통령 사면권 제한 및 법정형 상향조정 주장도 “최저형량을 최소 7년으로 올리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한다면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2012, 사람이 먼저다)고 밝힌 바 있다. 국공립대학 공동입학 공약은 “서울대와 지방 거점 국립대를 연합대학으로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가균형발전위를 새롭게 복원하자는 주장은 “국가분권균형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설치하고자 한다”는 표현으로 이미 2012년 발간한 책에 나타나 있다.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대목도 나온다. 문 전 대표는 1월 출간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최순실 비리를 다 몰랐다면 그것만으로도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런 걸 다 아는 게 민정수석의 의무거든요. 그게 안 되면 그 자리에서 사표를 던지고 나와야 합니다. 민정수석실은 정권의 청렴성이나 건강함, 공직기강, 이런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기구인데, 주변의 일을 전혀 몰랐다면 왜 그 자리에 있었냐는 겁니다. 우병우야말로 봉급 다 반환하고 처벌까지 받아야죠.”



    같은 정책, 다른 예상

    ‘선배 민정수석’으로서 그가 지적한 민정수석의 의무는 당연하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정권의 청렴성을 책임지는 민정수석(2003년 2월~2004년 2월, 2005년 1월~ 2006년 5월)과 대통령비서실장(2007년 3월~2008년 2월)일 때 발생한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다른 효과 예상치를 밝히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일자리 공약을 제시하면서 “주 52시간 법정 노동시간만 준수해도 최대 2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지만, 2012년 ‘사람이 답이다’에서는 “실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근로기준법대로 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만 유도해도 무려 70만 개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했을 때 일자리가 올해는 20만 개, 2012년엔 70만 개가 생긴다는 주장인데, 2012년 이후 2~3%대 성장률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50만 개의 일자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2017년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밝힌 여러 정책 구상도 2012년 ‘사람이 먼저다’에서 내세운 주장과 표현만 달라졌을 뿐 차이점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고소득자 소득세 부과와 관련해서는 “일반소득세도 고소득자의 소득세 부분은 구간에 따라서 더 높일 수 있습니다”(2017, 대한민국이 묻는다)라고 기술했고, 2012년에는 “초고소득자에 추가적인 과세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주식양도차익 과세와 관련해서 “일반과세를 하면 역시 주식거래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증권거래로 인한 소득의 세금을 높여야 합니다(2017)”라고 했고, 2012년에는 “상장주식에 대한 세금 부과를 확대해야 한다”고 기술했다. 검찰 개혁과 관련해 ‘수사권은 경찰에게, 기소권은 검찰에게’ 공약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공약도 그대로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신동아와 함께 정책 분석에 참여한 정치전문가 A씨는 “정책의 근간이 되는 시대를 분석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2012년과 다르지 않고, 표현도 비슷하다. 지난 5년간 깊이 있게 준비했다기보다는 2012년 책을 보고 만든 ‘재탕 정책집’ 느낌”이라며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할 정책과 공약만 놓고 보면 2012년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제 청산과 개헌, 4차 산업 등은 2017년 책에서 새롭게 추가됐지만 전체 분량을 볼 때 미미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책임은 신자유주의에 돌려

    사회 불평등 원인을 신자유주의로 보는 견해도 2012년과 같다.

    2017년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는 “그동안 신자유주의 사고가 작은 정부를 지향해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공공 부문을 늘린다고 하면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서 엄청나게 비난했습니다”라고 했고, 2012년 ‘사람이 답이다’에서는 “작은 정부를 외치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모든 것은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졌고, 모두가 보호막 없는 무한경쟁으로 내몰렸습니다”고 비판한다.

    적폐 청산 대목에선 대상이 바뀌었고, 경제성장 관련 메시지는 가처분소득으로 귀결된다.

    “박근혜 대통령 같은 경우는 형사책임을 져야겠죠…(중략)…이명박 정부 때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부화뇌동했던 공직자들이나 전문가들, 이런 사람들도 법적 책임을 지든 역사적 심판을 받아야죠.”(2017)

    “김영삼 정부에서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비자금은 물론 군사쿠데타와 5·18 문제를 법으로 단죄한 것…(중략)…잘못된 과거사의 청산, 수천억 원에 이르는 권력형 부정부패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라는 면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2012)

    “국민성장이란 게, 국민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래야 소비로 내수로 연결되어 성장을 이끌고….”(2017)

    “최저임금과 사회보험을 보장하고 강화함으로써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고, 이것이 다시 내수 경기를 살려….”(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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