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호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2011년 서울, 소리 없는 자동차의 습격이 시작된다”

  • 나성엽│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 기자 cpu@donga.com│

    입력2009-11-06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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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가 멈추는 날’과 ‘007 퀀텀 오브 솔루스’.환경 문제를 다룬 두 영화에는 각각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와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 차량이 등장한다. 자원과 환경을 다루는 영화의 주제를 강조하듯, 잠시 ‘HYBRID’라는 엠블럼이 스크린을 가득 메우기도 한다.환경을 다루는 영화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타라’라는 메시지를 앞 다퉈 전달하는 것은 그만큼 환경 파괴가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도요타의 3세대 프리우스

    영화에 등장하는 시빅이나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를 타면 얼마나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을까? 연비를 높여준다는 무단변속기(CVT)와 1400cc 엔진을 장착한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L당 주행거리가 23.1㎞에 달한다.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인 포드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는 L당 약 15㎞를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빅에 비교하면 연비가 떨어지지만 차체가 무거운 차량이 현대차 베르나나 기아차 프라이드와 같은 소형차 수준의 연비를 내는 것은 하이브리드 기술 없이는 불가능하다. 연비가 높다는 얘기는 그만큼 배기가스도 줄어들어 온실가스 배출도 적다는 뜻이 된다.

    환경을 다루는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환경 문제가 어필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유명배우, 폭력, 로맨스, 스토리의 반전 등 다양한 흥행요소를 체계적으로 갖춰서 제작하는 게 보통인데 요즘 들어서는 ‘흥행 보증 수표’에 환경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교토의정서에 이은 발리 로드맵의 발효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은 앞으로 탄소 배출량에 제한을 받게 된다. 한국의 경우 2013년부터 의무감축국에 편입된다. ‘산업화 과정에서 환경을 많이 오염시킨 죄’로 잘사는 나라들이 대상인 의무감축국에 편입되면 한국 국민들의 생활상도 크게 달라진다.

    정해진 양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한 나라는 나머지 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다른 나라에 팔 수 있다. 반면 정해진 양 이상 탄소를 배출하는 나라는 초과된 부분만큼 다른 나라로부터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돈 주고 사야 한다.

    탄소배출권으로 돈을 벌기 위해, 또는 추가 배출로 인한 탄소 배출권 구입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가도 국민에게 같은 제도를 시행할 전망이다. 즉 연간 1인당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을 정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비가 20㎞/L인 차를 가진 개인에게 연간 2만㎞를 주행할 때 나오는 만큼의 탄소배출권을 부여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람이 자전거를 타거나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고 주말에만 자동차를 타서 1년에 8000㎞밖에 주행하지 않았다면 연비가 같은 자동차로 연간 3만2000㎞를 주행해야 하는 다른 개인에게 나머지 1만2000㎞를 돈 받고 파는 식이다. 탄소 배출량으로 규제하기 때문에 연비가 낮은 차를 보유한 개인은 그만큼 허용되는 주행거리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지구 온난화 이슈가 ‘금 모으기’‘자연보호’처럼 캠페인성이 아닌 개인의 경제·사회·문화생활을 직접 압박하고 들어온다. 연비가 높은 차를 타면 남보다 멀리 다닐 수 있고 ‘기름 먹는 하마’를 몰고 다니면 기름값에 더해 ‘주행할 수 있는 권리’도 남에게 돈 주고 사야 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대형 고급차 타고 다니는 사장님들이 ‘주행할 수 있는 권리’를 돈 주고 사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빈곤한 계층에게 돈이 돌아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이브리드의 미래는 전기차

    개인이나 기업 정부 모두 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연비 좋고 배기가스 적은 차는 필수다. 자동차시장의 기존 질서와 국민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당장의 해답은 하이브리드 차량밖에 없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정부가 잘 알고 있다. 비싸다는 이유로 하이브리드 차량 구입을 꺼리는 소비자에게 정부가 보조금까지 쥐여주면서 차 값을 깎아주는 이유는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리드는 당장 ‘땜질 처방’이 될 순 있지만 해답은 아니다. 배기가스를 완전히 없애려면 내연기관을 차에서 떼어내야 한다. 내연기관, 즉 엔진은 연료를 폭발시켜서 힘을 내지만 배기가스가 나온다. 엔진을 없애고 순수 전기모터로만 작동하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배터리 등 기술력이 부족해 전기자동차는 골프 카트나 경차 수준의 소형차만 극소수 제작되고 있는 상황.

    일본 미쓰비시가 7월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 ‘아이미브’(i-MiEV)를 내놨지만 이 차는 패밀리카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고 한 번 충전으로 160㎞ 정도만 주행할 수 있어 관리가 쉽지 않다. 결국 전기자동차 기술 개발 능력이 완숙될 때까지는 전기모터의 도움으로 연료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여주는 하이브리드 차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이브리드 차량 역사는 19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페르니난드 포르셰가 디자인한 ‘믹스테’라는 차량은 주행 중 엔진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생산된 전기는 다시 모터에 힘을 전달해 바퀴에 힘을 가하는 방식이었다. 오늘날의 하이브리드 차량과 똑같은 시스템이 이미 100년 전에 나온 셈이다.

    이후 아우디, 볼보, 혼다, 도요타 등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매달렸으나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 특허는 대부분 일본 도요타가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이미 1997년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선보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휘발유값이 크게 오르기 전이고, 지구온난화 이슈도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당시 일반인 사이에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먼 미래의 일’일이었고 자동차 업계의 오랜 염원인 ‘3L 카’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 정도로 인식됐다. ‘3L 카’란 휘발유 3L로 100㎞를 주행하는 차라는 뜻.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GM의 전기자동차 볼트

    도요타, 뒷걸음치다 소 밟았다?

    600개가 넘는 하이브리드 기술 특허를 도요타 한 회사가 갖고 있다는 의미는 크다.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요타에 돈을 내거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에 나온 이스케이프 하이브리드의 첫 모델은 포드가 2005년 내놨다. 포드는 이 차를 만들기 위해 2004년 도요타와 기술협약을 맺어야 했다.

    이 협약에 따라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기술특허 20여 개의 사용권을 포드의 유럽형 디젤엔진 제조 기술과 맞바꿨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기술의 지존이 된 데는 경쟁사들이 하이브리드 기술을 등한시한 것도 한 원인이다. 경쟁사들이 파워와 속도, 크기, 럭셔리 경쟁을 벌이는 동안 도요타는 한편으로는 이 경쟁에서 승리하면서도 묵묵히 프리우스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르노의 전기자동차 플루언스

    프리우스는 비싼 값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을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또 미래의 자동차는 전기나 하이브리드가 아닌 수소를 태워서 엔진을 움직이는 수소연료 자동차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았다. 수소연료 자동차는 교통사고가 나면 도시 전체가 날아간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기술적으로 이는 의미없는 이야기가 됐다.

    프리우스는 시판 직후 연간 세계 판매량이 5만대를 넘지 못했다. 2004년에 나온 2세대 프리우스도 잘 팔릴 때가 연간 10만대 수준이었다. 경쟁사들은 이 5만대, 10만대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프리우스를 사는 소비자는 연료비를 아껴서 비싼 차 값을 상쇄하겠다는 부류가 아니었다. 교육수준이 높은 중산층 이상 계층이 대부분이었으며 이들은 누가 봐도 하이브리드차임을 알아볼 수 있는 독특한 디자인의 프리우스를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다.

    ‘나는 지구 환경 보호에 기꺼이 돈을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프리우스를 구입함으로써 증명하려고 했고, 주위 사람들도 프리우스 운전자들에게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도요타가 만든 첨단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를 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었을까. 한국이나 유럽과 다른 미국 시장의 특성을 보면 프리우스를 타는 게 대단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고 소비자들이 벌벌 떠는 2009년 미국 휘발유 값이 L당 600원 수준이다. 에비앙 생수보다 싼 기름값. 또 픽업 트럭이나 SUV, 슈퍼카를 선호하는 미국인들은 큰 차체를 움직이는 6기통 8기통 12기통, 4000cc, 5000cc 차를 상대적으로 큰 부담 없이 몰고 다녔다.

    휘발유 값이 싸기 때문에 연비가 좋지만 시끄럽고 덜덜거리는 경유차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나라가 미국이다. 이런 미국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프리우스를 몰고 다니는 사실 자체가 주위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내연기관의 종말

    연간 5만~10만 명의 소비자는 일종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하이브리드 예찬론을 펼쳤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지구온난화에 가속이 붙어 더 이상 그들이 ‘환경을 생각하는 특별한 계층’이 아닌 시대가 되자 도요타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로 히트하고 있는 지금,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대형차 대신 중형차를 내놓으면서 하는 발표 내용은 대략 이렇다.

    “이번에 저희가 내놓은 차량은 4기통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연비가 매우 높죠.”

    도요타는 2020년부터 모든 모델에 대해 하이브리드 사양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도요타의 이 같은 선언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이유는 하이브리드 기술에는 전기자동차 기술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제로 에미션(Zero Emission)’, 즉 배출 가스가 전혀 없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동차 엔진룸에서 ‘엔진’을 없애야 한다고 앞서 얘기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기술 특허는 결국 전기자동차 기술특허나 다름없다. 하이브리드의 사전적인 의미는 ‘잡종(雜種)’이다. 즉, 순혈이 아닌 두 개의 피가 섞였다는 뜻이다. 자동차 엔진룸에서 잡종이라는 것은 기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엔진과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전기 모터가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다.

    3L카, 연료 3L로 100㎞를 주행하는 내연기관을 인류는 결국 개발하지 못했다. 내연기관만으로 3L카 개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기모터의 힘을 빌려 연료 소비량을 줄이는 방법, 즉 ‘이종교배(異種交配)’하는 편법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도요타 3세대 프리우스의 연비가 L당 38㎞. 이 정도 기술발전 속도라면 3L카뿐 아니라 2L카, 1L카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

    ‘잡종 자동차’, 하이브리드 카는 이처럼 내연기관의 효율을 높이기보다는 전기모터에 일을 대신 맡기는 방식으로 연비를 높이기 때문에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전기자동차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보면 이 대목이 쉽게 이해가 된다.

    두 개의 다른 심장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저 ‘기름 적게 먹는 새 자동차가 나왔구나, 나도 저 차를 사서 기름값을 좀 아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구입하면 그만이다.

    또는 한국이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이 됐을 때 ‘나한테 부여된 탄소배출권으로 보다 먼 거리를 다니기 위해서는 저 차를 사야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차를 사면 된다. 지금 하이브리드 카를 바라보는 시각은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을 보는 시각과 닮은 점이 있다.

    요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어떻게 하는가. KT나 LG파워콤, SK브로드밴드에 전화해서 가입 신청하고, 설치 기사가 집에 와서 몇 분 만에 뚝딱 모뎀을 PC에 끼워준 다음에 고객은 그냥 PC 전원을 켜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실행하면 된다.

    하지만 PC통신이 주류였던 시절, 일종의 비주류로 탄생한 월드와이드웹(WWW), 다시 말해 인터넷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인터넷 전도사를 자청하고 인터넷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매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넷을 대중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들의 얘기는 이랬다.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현대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

    “인터넷을 하려면 프로토콜인 TCP/IP를 이해해야 하고 e메일을 사용하면 POP3나 SMTP설정을 알아야 하는데 이걸 설정하려면 PC에서 이런저런 기능을 이용하면 되고…결과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디즈니 홈페이지에서 미키 마우스 사진을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겁니다.”

    몇 년 후가 되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대부분의 소비자가 작동 원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연기관이 주류인 단계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 또는 전기자동차의 원리를 ‘소비자 수준의 시각’에서 짚고 넘어가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혼다의 인사이트 하이브리드

    수동 변속기 차량을 운전할 줄 아는 운전자가 자동변속 차량 운전을 더 잘하는 이유와 같은 원리다. 자동변속 면허를 취득한 운전자는 P(Park), R(Reverse), D(Drive)만 주로 사용하지만 수동변속 면허를 따면서 자동차의 엔진과 구동계통에 대해 학습한 운전자는 수동 모드와 3, 2, 1단 등 자동변속기의 다른 기능을 적극 사용하는 것과 같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심장이 두 개다. 하나는 흡입, 압축, 폭발, 배기 등의 과정을 거쳐서 연료를 태워 힘을 내는 4행정 사이클 엔진. 또 하나는 전기 모터다. 엔진의 원리는 간단하다. 연료탱크에 있는 휘발유를 끌어다가 조금씩 태워서 힘을 내는 것이다.

    복잡한 부분은 전기모터다. 휘발유를 태워서 힘을 내는 엔진이 휘발유를 덜 태우도록 하기 위해서 되도록 엔진을 쉬게 하고 전기모터가 힘을 내게 해야 하는데 전기모터의 에너지를 어디서 갖고 올 것이냐 하는 문제다.

    현재 대부분 하이브리드 차량에서는 전기모터의 에너지원을 엔진이 공급한다. 엔진이 작동하는 동안, 엔진은 바퀴에 동력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발전기도 돌린다.

    돌돌 만 코일 사이에 영구자석을 반복적으로 왕복 운동시키면 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남자라면 중고등학교 기술시간에 배운 바 있다. 자석을 반복 왕복운동시키는 동력을 엔진이 움직이는 동안 제공하고, 이때 발생한 전기를 충전식 배터리에 저장해놓는다. 엔진이 만들어내 배터리에 저장한 전기는 반대로 엔진을 쉬게 하고 전기 모터로 자동차 바퀴를 움직일 때 에너지원이 된다.

    자동차에는 엔진뿐만 아니라 전기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이 또 있다. 바로 브레이크다. 달리는 차를 멈출 때는 바퀴에 연결된 원판을 브레이크 패드라는 부품이 꽉 조여줘서 바퀴의 굴림을 줄인다. 그러면 차는 서서히 멈춰선다. 이때 발생하는 마찰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배터리에 담아뒀다가 나중에 전기모터가 자동차를 굴릴 때 사용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 전지차, 목표는 하나

    문제는 엔진이나 브레이크만으로 생산한 전기는 엔진의 활동을 조금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될 뿐, 하이브리드차는 여전히 휘발유를 태우고 유해가스를 배출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전기모터는 엔진이 해야 할 일을 일부 도와줘서 연비를 높여주는 구실을 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전기모터가 주가 되고 내연기관인 엔진이 전기모터의 조력자로 바뀌어야 한다.

    전기모터가 주 동력이 되고, 내연기관이 보조 에너지 공급원이 되는 순간이 바로 전기자동차다. 하이브리드차가 아닌 일반 자동차도 지금 당장 후드(보닛)를 열고 엔진룸을 보면 배터리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동차의 조명이나 오디오, 내비게이션 시동을 걸 때 필요한 불꽃을 내기 위한 에너지원으로 지금도 모든 자동차는 일정량의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두고 쓴다.

    전기자동차로 진화하면 배터리와 엔진의 역할이 바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 차량 중에도 전기자동차에 가까이 접근해 있는 차량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엔진이나 브레이크에서 생산한 전기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장착된 대용량 배터리에 가정의 콘센트 등을 이용해 외부전력을 충전해 사용한다.

    외부 전력으로 충전한 전기인 만큼 엔진이 구동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연비가 훨씬 좋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의 연비는 보통 50㎞/L를 넘나든다. 엔진과 배터리, 전기모터의 역할이 완전히 바뀐 전기자동차는 최근 미국 GM본사가 발표한 ‘볼트’가 대표적이다.

    GM은 얼마 전 ‘볼트’가 휘발유 1L로 100㎞를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연비가 100㎞/L라고 공식 발표했으나 이는 상당히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볼트에 장착된 소형엔진은 바퀴를 굴리는 데 필요한 힘을 내는 게 아니라 전기모터가 사용하는 전력을 저장해두는 배터리에 충전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기술독점 때문에 상당수 자동차 업체는 하이브리드 개발 자체를 포기하고 전기자동차로 넘어가고 있다.

    GM은 ‘휘발유 1L로 100㎞를 달린다’는 볼트를 2010년부터 시판한다고 공식발표했다. 볼트는 LG화학이 제조한 배터리가 장착돼 국내에서도 관심을 끄는 모델이다. 프랑스 르노사도 최근 열린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전기자동차 4종을 공개하고 2011년부터 양산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르노가 공개한 전기자동차 중 ‘플루언스 Z.E.’는 르노삼성 국내 개발진이 참여해 만든 뉴SM3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 정부도 바빠졌다. 당초 우리 정부는 의무감축국 편입 시점인 2013년부터 전기자동차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최근 이를 2년 앞당겨 2011년부터 전기자동차를 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수정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기술력을 독점하고 있는 도요타를 피해 한발 더 앞서가겠다는 각국 정부와 업체들의 노력으로 실제로 2011년부터는 도로의 풍경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서울 도심 풍경

    전기자동차는 완전 무소음이다. 같은 전기를 사용하지만 진공청소기 수준의 소음도 나지 않는다. 고속에서는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음이 나지만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또는 주택가 골목에서 저속으로 주행할 때 전기자동차는 보행자들에게 흉기가 될 수 있다. 자동차가 바로 등 뒤에 와 있어도 보행자는 눈치를 채지 못한다.

    엔진이 달려 있지만 저속에서 전기모터만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역시 상황은 똑같다. 그렇다고 앞에 사람들이 나타날 때마다 ‘빵빵’ 경적을 울리면 신경 날카로운 사람 간에는 싸움이 날 수도 있고. 특히 저속으로 주행하는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차량이 무서운 사람들은 청각 장애인이나 귀가 어두운 노인이다.

    하이브리드·전기자동차의 미래

    기아의 포르테 하이브리드 내부.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강국’ 일본 정부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소음을 내는 기능을 장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정부도 자동차의 소음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전기차가 상용화하는 2011년부터는 국내에서도 모든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에는 별도의 스피커가 마련돼 ‘안전소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견적을 낼 때 영업사원이 고객에게 “소음은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이 모델에는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소리, 꾀꼬리 소리, 아기 울음 소리 등을 필수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라고 권하는 모습도 우리는 곧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전기자동차가 보편화하는 만큼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기자동차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아직도 석탄이나 석유 등이 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가 주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기 에너지와 같은 양의 화석 에너지가 어딘가에서 소모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수수연료전지 차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진 에너지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충전하기 때문에 발전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이 전혀 없다는 것. 수소연료전지 차량 역시 전기를 만드는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구조는 전기자동차다.

    충전식 전기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중 어느 게 주류가 될 것이냐 하는 결정권은 엉뚱하게도 한국전력과 같은 발전 분야 기업에 달렸다. 생활에 필요한 전력을 100%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면 전기자동차가, 그러지 못한다면 수소연료 자동차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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