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계유산도시를 걷다

‘벽돌 한 장까지’ 살려낸 도시 재건 모범사례

폴란드 바르샤바

  •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벽돌 한 장까지’ 살려낸 도시 재건 모범사례

1/3
  • 세계유산도시는 대개 고도(古都)다. 바르샤바는 예외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철저하게 파괴된 바르샤바는 전후 온 국민의 열성을 모아 완벽하게 재건됐고, 그 노력과 성과가 높이 평가돼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바르샤바 재건사업의 구호는 “벽돌 한 장까지!”였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역사도시 대부분은 오랜 역사와 독특한 문화를 지닌 고도(古都)다. 2000년 등재된 경주 역사지구나 최근 등재된 백제 역사지구(공주, 부여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 점에서 폴란드 바르샤바 역사지구는 독특하다. ‘고도’로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철저하게 파괴된 옛 도시를 뛰어나고도 총체적으로 재건한 사례로 1980년 세계유산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1944년 8월 바르샤바 봉기(Warsaw Uprising) 때 독일 점령군은 폴란드인들의 저항을 막고자 바르샤바 구(舊)시가의 90% 이상을 파괴했다. 130만 명이던 도시 인구 중 절반인 65만 명이 사망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1월, 폴란드는 ‘바르샤바 재건안’을 채택한다. 폐허가 된 바르샤바를 떠나 새로운 곳에 수도를 세우는 대신 도시를 다시 세우기로 한 것. 당시 구호가 ‘벽돌 한 장까지’였다. 1960년대 중반까지 계속된 바르샤바 재건 프로젝트는 이후 많은 유럽 국가에서 벌이던 도시화 및 보존적 도시 개발의 원칙에 큰 영향을 끼쳤고, 20세기 후반 도시의 통합적 재건 및 복구 기술의 모범이 됐다.

바르샤바 역사지구는 바르샤바 북부의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크라쿠프(Krakow) 교외 거리, 신세계 거리 및 바르샤바 도시 내 궁전들을 포함한다.

구시가지(Stare Miasto)는 13세기에 형성됐다. 그 중심에는 시장광장이 있는데, 18세기까지 바르샤바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 주변에는 도시를 둘러싼 도시 성벽인 바르비칸(Barbican) 성벽 등 오래된 건축물이 있다. 15세기에 완공된 성요한 대성당은 원래는 교구 교회(parish church)였으나 1798년 대성당이 됐다. 이 대성당은 본래의 고딕 양식으로 복구됐다. 바르샤바 역사지구의 건물들은 고딕에서 바로크까지 다양한 건축양식이 혼재한다.



바르샤바 역사지구(Historic Centre of Warsaw)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무엇보다 도시 재건의 우수한 사례임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198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는 ‘바르샤바의 물리적 재건은 폴란드 국가 내부의 힘과 결의를 기반으로 하며, 세계 역사상 찾아보기 힘든 규모로 유산의 재건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도시 보존 원칙과 실행을 확립하는 데 기여한 유럽의 독특한 사례’로도 평가됐다.

또 하나 괄목할 만한 점은, 바르샤바 재건에 관한 다양한 기록이 ‘바르샤바 재건사무소 기록물(Archive of the Reconstruction Office)’이란 명칭으로 2011년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등재된 사실이다. 이 기록물들은 ‘건축가, 보존 전문가, 예술가, 현장 인력 및 사회 현상이 만들어낸 뛰어난 업적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뻔한 도시가 천하무적 도시(invincible city)의 상징이 됐다’고 평가됐다.

기록물의 내용은 재건 기록뿐만 아니라 파괴 기록(1939~1945), 1943년 게토 봉기 기록, 1944년 바르샤바 봉기 기록 등도 아우른다. 이에 앞서 바르샤바 게토 기록물(Warsaw Ghetto Archives, 에마누엘 링엘블름 기록물이라고도 함)이 1999년 기록유산에 등재된 바 있다.

‘벽돌 한 장까지’ 살려낸 도시 재건 모범사례

빌라누프 궁전 박물관.

빌라누프 궁전 박물관, 정원

빌라누프 궁전은 얀 소비에스키 3세가 왕비를 위해 지은 여름 별장으로 폴란드 바로크 건축의 백미 중 하나다. 빌라누프는 ‘신도시’란 뜻. 왕은 프랑스 귀족 출신 왕비 마리시엔카를 위해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 이 궁전을 지었다. 17세기에 건립된 후 후계 왕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증축되다보니 전통적인 폴란드식 중정, 이탈리아식 빌라, 프랑스식 성(chateau) 등이 조합된, 다소 독특한 형태가 됐다.

궁전 내부 장식은 3개 시기를 반영한다. 가장 오래된 바로크식 로열 아파트는 주 건물에 자리하고, 남쪽 날개 부분은 18세기 양식을 띤다. 19세기 포토키 가문이 꾸민 좀 더 현대적인 방들은 북쪽 날개 부분에 자리한다. 크림슨홀, 에트루스칸실, 보석 세공실, 갤러리 전실 등은 모두 1805년에 조성된 역사박물관 부분이다.

궁전 외부 공간인 두 단의 정원은 빌라누프 궁전을 에워싸는 틀인 셈인데, 세련된 바로크 정원과 로맨틱한 영국-중국 정원, 영국식 경관 정원, 그리고 네오 르네상스식 정원이 조화롭게 결합한다. 대지의 동쪽은 호수로 에워싸였고, 남쪽에선 폭포가 떨어진다. 정원 전체는 조각, 분수, 건축 모형들로 장식됐다.

1/3
글·사진 조인숙 | 건축사사무소 다리건축 대표 choinsouk@naver.com
목록 닫기

‘벽돌 한 장까지’ 살려낸 도시 재건 모범사례

댓글 창 닫기

2023/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