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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교수의 비유로 설득하라

그리스 비극이 ‘문학의 여왕’ 된 비밀

‘오이디푸스 렉스’와 카타르시스

  • 배철현 |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baech@snu.ac.kr

그리스 비극이 ‘문학의 여왕’ 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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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스 왕과 이오카스테 왕비는 아이의 다리를 줄로 꽁꽁 묶은 다음 아이를 산비탈에 버렸다. 밧줄로 묶인 발이 퉁퉁 부어올라 이 아이는 발(푸스)이 부어오른(오이디) 아이, 즉 ‘오이디푸스’라고 불렸다. 후에 이 신화는 심리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저서 ‘꿈의 해석’에서 ‘오이디푸스 렉스’에 주목해 인간은 자립하기 위해 자신에게 생명과 생존을 제공한 아버지를 살해하고 아버지와 성적인 관계가 있는 어머니를 차지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고 썼다. 아버지는 자식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이 스스로 걷지 못하도록 발을 묶어놓기 때문이다.

지나가던 목동에게 구출된 오이디푸스는 이웃 도시 고린도의 왕과 왕비에게 입양됐다. 오이디푸스는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신탁(神託)을 받으러 간다. 고린도 시민들에게서 자신이 어릴 때 입양된 고아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신탁에 따르면, 그는 친부를 살해하고 친모와 결혼할 운명이었다.

오이디푸스는 이 신탁이 자신의 양부모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여기고 고린도를 떠나 테베로 향한다. 테베는 오이디푸스의 원래 고향이다. 관객들은 테베로 향하는 오이디푸스를 보며 그가 맞게 될 비참한 운명을 어렴풋이 깨닫기 시작한다. 이 끔찍한 운명을 감지하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은 오이디푸스 자신이다.

그가 갈림길에 이르렀을 때 마주 오는 전차와 만난다. 인생은 갈림길의 연속이며, 그 순간의 결정이 운명을 결정한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을 밀치는 전차의 마부를 내리쳤고 싸움이 일어난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오이디푸스는 전차에 타고 있던 다른 사람도 살해한다. 그가 바로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이며 테베의 왕인 라이오스다.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운명의 소용돌이 안에 생존하는 비극적인 존재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공포를 느낀다.





4. 스핑크스의 질문

그리스 비극이  ‘문학의 여왕’ 된 비밀

카프라왕의 피라미드 앞에서 수호자 스핑크스가 왕의 영혼을 지키고 있다. [동아일보]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여행한다. 무시무시한 사건이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순진하게 자신의 길을 간다. 관객들은 테베에서 펼쳐질 사건을 상상해 드라마에 점점 몰입한다. 다음 단계를 통과하려면 반드시 ‘경계’를 통과해야 한다. 경계는 신화에서 성문, 사막, 강, 산 등으로 은유적으로 등장한다.

평범한 장소와 특별한 장소가 구분되는 공간엔 반드시 ‘괴물’이 등장한다. 괴물은 이 경계를 지키는 자로, 경계를 통과하려는 입문자들을 시험하는 존재다. 괴물이라는 의미를 지닌 영어 ‘monster’는 ‘(경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존재라는 뜻이다. 괴물은 한쪽에 속해 있지 않기에 늘 ‘하이브리드’로 등장한다.

테베로 들어가는 성문 입구에 있는 존재도 바로 괴물이다. 이 괴물의 이름은 ‘스핑크스’. 스핑크스는 원래 고대 이집트에 등장하는 괴물로 피라미드를 수호한다. 그는 산 자의 땅과 죽은 자의 경계에서 이곳에 진입하려는 자를 막는다. ‘스핑크스’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준비하지 않고 통과하려는 자를) 목 졸라 죽이는 존재’라는 뜻이다. 스핑크스의 임무는 테베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에 정답을 말한 사람이 없었고, 테베에서는 역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죽는다.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이는 그 자리에서 살해당한다. 스핑크스는 오이디푸스에게 질문한다.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오후엔 두 발로 걸으며 저녁엔 세 발로 걷는 것은 무엇이냐?” 오이디푸스는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말한 최초의 인간이다. 그는 대답한다. “인간입니다. 어린아이는 기어 다니고, 어른은 두발로 걸어 다니며,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스핑크스는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이 질문의 근원적인 의미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사회는 점점 무질서, 폭력, 이기심으로 가득 차게 됐다. 오이디푸스는 이런 역병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때 사라진다고 본다. 오이디푸스가 정답을 말하자 스핑크스는 절벽으로 몸을 던져 자살한다. 그러자 테베에선 역병이 사라지고 평화가 찾아왔다.

테베 시민들은 오이디푸스에게 감사를 표하며 왕이 돼달라고 제안한다. 그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라이오스 왕의 미망인이자 자신의 친모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하고 왕으로 등극한다.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는 라이오스 왕에게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관객들은 이들의 무지를 개탄하면서 한편으로는 동정한다. 결국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다스리는 왕이 됐을 뿐 아니라 이오카스테 왕비에겐 훌륭한 남편, 그리고 둘 사이에 태어난 자녀들에게 나무랄 데 없는 아버지가 됐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끔찍하고 알 수 없는 전염병이 테베 전체에 돌아 수천 명이 죽고 흉년이 든다. 먹을 것이 떨어져 여성들은 자식을 낳지 못한다. 그때 티레시아스란 장님 점쟁이가 진실을 말한다. 누군가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 근친상간을 저질렀기 때문이란 것이다.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는 이것이 자신의 얘기임을 알고 목을 매 자살한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의 브로치 핀으로 자신의 눈을 찔러 스스로 장님이 된다. 그는 일생을 거지로 거리를 배회하며 살다 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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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baec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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