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호

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집 짓기는 욕심 내려놓기

2화_사고, 팔고, 이사 준비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입력2016-07-01 14: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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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을 짓는다는 것은 희망을 이뤄나가는 여정이지만, 허영을 하나둘 내려놓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희망 더하기’ 과정이라기보다 ‘욕심 빼기’ 과정에 더 가까울 것 같다. 버리고 또 버려라, 그러면 문이 열린다.
    햇빛이 집 전체를 감싸듯 따뜻하게 비추는 아담한 집. 지난해 3월, 나는 그 집을 보자마자 사랑하게 됐다. 집 탐색이 취미인 내가 그 집을 본 뒤론 다른 집은 아예 찾지도 않았을 정도다. 신혼 때 산책 다니던 길에선 눈에 차지 않던 그 집이 왜 지금 와서 예뻐 보였을까.

    시절이 바뀌어 주변에 깨끗한 집들이 들어섰기 때문일까. 분명 그건 아닐 것이다. 깨끗한 빌라로 채워진 골목보다는 화분을 옹기종기 내놓은 한옥이 나란히 늘어선 골목길이 좋은 걸 보면. 그건 아마도 여러 집을 놓치거나 망설이는 과정에서 현실을 깊이 인식했기 때문이리라. 매물을 확인하며 매번 기대에 부풀고 또 여러 번 실망하면서 욕심을 내려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정말 필요한 최소한의 평수를 나 나름대로 계산해본 결과일 것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마음속 희망을 이뤄나가는 여정이기도 하지만, 허영을 하나둘 내려놓는 과정, 희망 더하기의 과정이라기보다 하나둘 욕심 빼기의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핸디캡,어떻게 볼 것인가

    우리가 반한 집은 벽돌로 둘러싸여 외양은 전혀 한옥 같아 보이지 않지만 한옥 구조를 그대로 두고 덧대어 개축한 집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은 종로구 혜화동, 명륜동 일대의 땅값이 평당 2000만 원 이상인데 여기는 골목 안쪽이고 세입자가 들어 있어 조금 싸다고 했다. 그러나 그 집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1 / 세입자의 전세 계약기간이 1년 4개월이나 남아 있다.

    2 / 막다른 골목에 접해 도로로 내놓아야 하는 면적이 있다.  

    3 / 옆집과 벽이 붙어(담을 공유하는 정도가 아니고 벽과 벽이 거의 붙었다) 신축 시 옆집에서 심각하게 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전세 계약기간이 긴 건 뭐, 괜찮다. 긍정적으로 보면 우리도 그만큼 여유가 생기니 설계할 시간을 벌 수 있고, 이사 비용을 섭섭하지 않게 주면 세입자가 일찍 나가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 접한 문제는 면적의 문제라기보다는 매매 가격과 관련한 문제다. 도로로 내놓아야 하는 면적이 있어 망설여진다는 남편의 말을 들은 부동산 중개소 사장님은 흥정의 여지가 있다는 듯 여운을 남겼다.  

    “저번에 언뜻 듣기론 조금 더 깎아줄 것처럼 말했는데, 주인에게 다시 확인해보고 연락드릴게요.”

    도로로 내놓는 부분은 주차장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화분이나 벤치 같은 걸 두고 여유 공간으로 삼을 수도 있으니 조금만 더 싸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우리는 부동산 사무실을 나왔다.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옆집 한옥. 미리 집주인의 성향을 알아볼 수도 없어 이 부분은 그야말로 복불복,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 사장님은 옆집 주인에 대해 ‘혜화동 토박이로 대학로에서 가게를 하고 계신 좋은 분들’이라고 부연했다.

    자, 이제 남은 건 기다리는 일뿐. 과연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바로 다음 날 전화가 왔다. 원래 브리핑한 가격보다 2000만 원을 깎아줄 테니 더 이상 깎을 생각이라면 말도 꺼내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남편과 나는 식탁 앞에 앉아 우리 집 짓기 모의에 돌입했다. 그 정도 가격이면 도로로 내놓는 부분을 제하고 평당 2000만 원쯤 됐다. 나쁘지 않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는 너무 욕심만 내지 않으면 두세 달 안에 매매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테니 잔금 치를 일자를 최대한 미뤄 시간을 벌고 일단 혜화동 쪽으로 이사를 가서 공사 잔금 정도 되는 싼 전세를 얻어 살다가 기회를 봐서 공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짜고 계약 날짜를 잡았다.

    그사이 양가 부모님, 손위 시누이에게도 집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다. 장소는 그렇다 치고 무리하는 건 아니냐며 걱정 반 응원 반의 의견을 주셨다. 나중에 들으니 그때 어른들은 걱정에 더 무게를 실으셨다는데, 그 집에 이미 쏙 빠져 있던 우리 귀엔 걱정보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더 크게 들렸다. 그분들 눈에 우리는 첫눈에 반해 결혼을 약속하고 두 눈 가득 하트를 담고 부모님께 결혼 허락을 받으려는 철부지들 같았으리라.

    명륜동 집을 계약할 때 잔금 시기를 최대한 늦춰 7월에 지급하기로 했다. 아직 집을 팔지 못했고 아이들 방학 때 이사했으면 한다고 했더니 주인 아저씨는 흔쾌히 승낙했다.


    작은 집 사랑하기 연습

    집을 지으려면 집 지을 터 말고 공사 기간에 살 집이 필요하다. 우리처럼 4층 꼬마 건물의 경우 짧게 잡으면 넉 달 혹은 더 지체되기도 한다. 세입자가 있으니 당장 공사를 시작할 수 없지만, 전세 값은 잠원동보다야 명륜동이 저렴하고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해야 하므로 6학년 때 전학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일단 명륜동에 집을 구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구하지 않으면 공사할 때 또 이사를 가야 할 수 있어 선택한 실평수 16평 남짓한 집이다.

    그 나름대로 커 보이는 방 2칸, 거실이랄 것 없는 거실 겸 부엌 하나, 욕조도 없는 화장실(다행히 세탁기는 들어간다), 보일러실 하나가 전부다. 베란다도 없는 곳이라 짐을 가능한 한 줄였다. 작은방 크기에 맞춰 짜 넣은 둘째아이 침대, 오븐, 소파, 안방에 버티고 있던 더블 침대도 버리기로 했다. 결혼하며 장만한 살림살이라 벗겨지고 삐걱거려 바꿀 때도 됐다고 위안하면서. 가구, 책, 옷, 잡동사니 순으로 정리해나갔다. 식재료도 되도록 먹거나 주거나 버렸다.

    지금 아파트로 이사 올 때 수납을 얼마나 신경 써서 공사했는지 곳곳에서 엄청난 물건이 쏟아져 나왔다. 없으면 안 되는 것만 빼고 정리하기로 했다. 쓸데없이 사들인 전자제품은 왜 그리 많고, 달아보지도 못한 조명기구며, 1년에 한 번 신을까 말까 한 신발만 해도 한 짐이었다. 정리정돈, 버리기 관련 책이 왜 많은지,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물건에 얼마나, 왜 집착하는지 이번에 이사하면서 실감했다.  

    남편은 얼리 어댑터 기질이 있고 물건을 잘 못 버리는데 정리정돈엔 도가 튼 사람이다. 사실 정리정돈이 아니라 ‘칼같이 줄 세우기’의 달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남편 사무실에 있는 건축 책으로 건축도서관을 운영해도 될 만큼 책 탐도 많고 물건 탐도 많다. 결혼하기 전부터 모아온 CD며 오디오 기기, 어마어마한 LP판까지. 남편은 13년 동안 듣지 않던 LP판을 결국 정리하지 못하고 모조리 사무실로 가져갔다.   

    정리정돈에 재주가 없는 나 역시 물건을 버리는 과정은 지난했다. 오늘은 주방, 다음엔 옷, 그다음엔 거실장 순으로 정리하는데 버릴까 말까 모아놓은 물건 중 반 이상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언젠가 요긴하게 쓰일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라기보다 내 선택에 대한 실망감을 표면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추억이 깃든 물건은 그렇다 치고 깨끗하다는 이유로 용도 폐기된 물건을 정리하지 못할 땐 허탈감마저 느꼈다. 누군가 “내가 가져갈게”라고 말해주면 어찌나 고맙던지…. 이렇게 물건이 주인을 제대로 찾아가거나 잘 버린 날은 한 짐 던 마음에 뿌듯하기까지 했다.  

    결국 부피 큰 겨울 물건과 캠핑용품은 시댁에 맡겨두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이번엔 이 정도로 타협하자. 2년 이내에 또 한 번의 이사 기회가 있을 테니.^^;;

    당분간 우리는 아이가 태권도나 검도 연습을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갖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집을 짓고 이사를 하면 비록 협소주택일지라도 그 집을 사랑하게 될 게 분명하다. 더 작고 더 열악한 집에서 무더운 여름을 나고 추운 겨울을 살아봤기에.
     


    신축할까 리모델링할까

    신축에 가까운 리모델링을 통해 경쟁력 있는 상업시설로 탈바꿈한 가로수길 골목 안쪽 다가구주택.

    도심지 구옥을 구입할 때 신축을 할지, 기존 건물을 살리면서 증축이나 리모델링을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원하는 집을 얻는 데는 신축이 유리하지만, 경제적인 면에서 효과적이지 못한 경우가 있습니다. 기존 건축물이 현행법에 허용된 것보다 이미 큰 규모로 지어진 경우엔 더욱 그렇습니다.

    리모델링, 이래서 한다

    2004년 다세대·다가구주택의 주차장법이 강화됐습니다. 가구당 1대 이상의 주차장을 확보하도록 말이지요. 게다가 1998년 이전엔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이 400%였으나 지금은 1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이 150%, 2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200%,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250%니 기존 건축물을 잘 살려 리모델링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대 근처 골목 안쪽 다가구주택은 앞다퉈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을 하고 상업시설로 탈바꿈하는데, 이런 경우가 좋은 예입니다. 주택에선 애물단지였던 반지하 공간이 도로에서 접근하기 쉬운 공간으로 구조변경되면서 2층보다 매력적인 공간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주차장을 늘릴까, 조금만 증축할까

    증축이나 용도변경 때는 주차장 추가 설치가 아주 중요한 이슈입니다. 주택의 경우 증축되는 면적만큼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데 건물은 용적률이 허용되는 한 증축이 가능하지만, 추가로 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지 않는 범위에서 증축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정답은 증축 면적 50㎡(15.1평) 이하로 증축하는 것입니다. 주차장 설치를 위해 1층 일부를 잘라내야 하는 경우라면 50㎡ 이내로만 증축하고 주차장은 늘리지 않는 걸 고려하면 좋을 듯합니다.

    주차장 설치 안 해도 되는 곳

    진입 도로가 지나치게 좁아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경우엔 신축이어도 시설부담금을 내고 대지 내에 주차장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1층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작은 땅에선 큰 이점이 될 수 있습니다. ‘부설 주차장의 설치비용’은 면제되는 주차 대수만큼의 토지가액과 건축비를 포함해 결정되기에 만만한 금액은 아니지만, 주차장 없이 1층부터 건물을 채워 지을 수 있으니 이득도 크다고 할 수 있겠지요. 서울은 구마다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로 관련 사항을 정해놓으므로 실제로 가능한지는 해당 구청 건축과에 문의하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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