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약속을 잡을 때도 누구와 함께할까가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오늘은 환상적인 라운드가 될 것 같네요. 멤버 좋고 날씨 좋고 골프장 좋고 캐디까지 좋으니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환상적 라운드의 우선순위는 동반자-날씨-골프장-캐디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골프 칼럼니스트들끼리 모여 가끔 간담회를 갖고 있는데 얼마 전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사람은’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프로선수는?’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연예인은?’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정치인은?’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명사는?’ 같은 이야기였다.
이날 전반적으로 볼 때 인기가 높은 몇 사람이 있었다. 프로선수 중에는 단연 양용은 선수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PGA 메이저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극적인 우승을 한 영향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타이거 우즈와 라운드해보고 싶다는 사람도 여러 명 나왔다는 것이다. 여자 선수 중에는 미셸 위 선수가 가장 인기가 있었고 신지애, 최나연 그리고 서희경 선수 등이 자주 거명되었다.
연예인 중에는 남자로는 배용준, 이병헌, 송승헌, 홍요섭, 김영철씨 등이 인기가 있었고 최불암 선생과 라운드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었다. 여자 연예인으로는 김태희, 이영애, 전인화, 전지현씨 등이 인기가 높았다.
이들 중 나는 배용준씨와 수년 전 두 팀이 함께 라운드해본 적이 있는데 드라이브 비거리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장타여서 감탄한 바 있다. 짧은 파 5홀에서는 종종 투 온을 시키는 비거리였다. 나는 그동안 방송 활동을 오래해온 덕분에 연예인들과도 친분 관계를 가지고 있고 함께 라운드할 기회도 자주 있었다. 가수 조영남 조용필 최성수 현숙씨, 탤런트 박상원씨, 배우 고은아 문희 선생, 탤런트 선우은숙 이경진씨 등 여러 명인데 이분들과 함께 라운드하면 마치 이분들이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 또는 공연장에 나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연예인 중 가장 고수는 최성수씨

탤런트 홍요섭씨. 연예계의 소문난 실력파 골퍼다.
함께 라운드하고 싶은 정치인은 누구인가? 정답은 ‘가급적 함께 하고 싶지 않다’ 였다. 정치인과 함께 라운드해봐야 돈 내는 사람도 없고 게다가 골치 아픈 정치 이야기도 안 들을 수 없고 이래저래 기피 대상 제 1호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저런 동창관계나 사교모임 등 여러 친분 때문에 여야 정치인들과 가끔 라운드를 하고 있다. 나의 경험으로는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실력도 제일 좋고 매너도 좋은 편이 아닌가 싶다. 골프할 때는 진지하게 샷에 몰입하고 정치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다. 드라이브 비거리는 평균 250야드가 넘는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과는 10여 년 전부터 함께 라운드해왔는데, 차분한 성격이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어프로치나 퍼팅 등 숏 게임에 매우 뛰어난 편이다. 별명은 영국신사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영국 유학 가기 전부터 별명이 영국신사였다. 그밖에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 등과도 이따금씩 라운드를 즐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