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호

천체 예언자

  • 일러스트·박진영

    입력2008-05-06 1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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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체 예언자
    북을 두드리며 피리를 불며

    시청 앞 광장에서 그는 노래했네

    이곳의 거주민들이여 오랜 여행자들이여

    나의 깊은 권능 속으로 들어오라

    보이저 호가 토성을 지날 때 그는 말했다



    끝없는 붕괴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저 너머의 십자가가 우릴 구원할 것이라고

    그때 목성의 대기폭풍이 다시 시작되었다

    삑 삑 호각을 불며 큰북을 치며

    피의 하루와 형벌의 밤을 견디기 위해

    메탄의 바다를 건너 유황 사막을 지나

    그는 순례에 올랐는데 조금 너덜거렸지만

    사명과 행복이 비등하는 용암이

    그를 강건하게 했다

    풍각은 울려 퍼지고 천왕성 너머에서

    둥 둥 둥 행진곡이 들려온다

    민중이여 각성하라 새 세계로 나아가라

    이 도탄의 땅 불의 지옥

    검은 운하의 삼각주에 거주하는 자들이여

    우리는 폭발할 행성의 마지막 생존자들

    보이저는 태양계를 벗어났다

    그는 끝을 향하여 출발했다

    새로 고통이 몰려온다

    천체 예언자
    장석원

    1969년 충북 청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국문학)

    2002년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로 등단

    現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시인

    저서 : 시집 ‘아나키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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