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잠은 인생의 3분의 1…‘24시간 장애’로 인식해야

수면장애

  • 김린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2014-06-19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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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은 인생의 3분의 1…‘24시간 장애’로 인식해야

    불면증은 여러 수면장애 중 일부인 하나의 증상이다.

    수면장애란 수면의 이상으로 낮과 밤에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를 말한다. 수면장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밤의 수면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그 후유증 탓에 낮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수면장애는 24시간에 걸친 장애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수면장애라면 우선 불면증을 연상하지만, 국제 수면장애 분류엔 현재 80여 가지의 수면장애가 있고 불면증은 여러 수면장애 중 일부인 하나의 증상이다. 국제 수면장애 분류는 가능한 한 원인적으로 접근하려고 분류했기 때문에 학술적 가치는 있지만, 임상적으로 접근하긴 쉽지 않다. 따라서 주로 보이는 증상에 따라 수면장애를 불면증이 주로 나타나는 수면장애, 낮에 과도한 졸림을 일으키는 수면장애, 자다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수면장애로 나눠보면 이해하기 쉽다.

    수면장애에서 보이는 특징적 증상으로는 이 세 가지 외에도 집중력 저하, 우울이나 불안정서, 일상생활에서의 기능 저하, 심혈관계 장애, 성기능이나 면역기능 저하 등과 같이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의 수면-각성에 관한 병력조사를 보면 이러한 증상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어, 과도한 졸림을 보이는 환자의 반 이상이 자동차 사고나 직업상 사고를 일으키며 때론 치명적이다. 많은 사람이 수면장애로 인해 직업을 잃기도 한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재난에 대한 정보를 보면 졸림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들 사이엔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정생활에도 수면장애와 이로 인한 졸림의 영향은 상당히 크다. 아이들에게서 낮의 졸림은 학습장애와 관련된다. 24시간 측정한 뇌파 연구를 보면 근무자의 약 20%는 실제로 밤 교대근무 시간에 잠에 빠지는 것으로 돼 있다. 해당 시간대에 작업수행 능력이 가장 떨어지며, 교대근무자에게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의 연구에선 10%의 응답자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불면증을 호소하고, 낮에 과도한 졸림을 호소하는 사람도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한다.

    불면증엔 수면-각성 기능 증진 행동치료



    잠은 인생의 3분의 1…‘24시간 장애’로 인식해야

    고려대 안암병원 수면장애클리닉의 수면다원검사.

    잘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음에도 잠들기 힘들거나, 중간에 자주 깨거나, 너무 일찍 잠이 깨서 더 이상 잠들지 못하며, 아침에 회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주간 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경우를 불면증이라고 한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우울증·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장애,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부담, 위식도 역류와 같은 내과적 질환, 퇴행성 신경계 질환에 동반돼 나타나기도 한다. 때론 술·약물·카페인과 담배(니코틴)의 과용과 같은 생활습관, 소음·온도 변화·불편한 잠자리 등과 같은 환경적 요소, 교대근무 혹은 시차 큰 해외여행 끝에 나타나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 주기성 하지운동증, 하지불안증, 수면 중 지속되는 각성 뇌파의 활동과 같은 특정한 수면장애의 증상으로 불면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불면증은 지속기간에 따라 며칠 잘 자지 못하는 일시적 불면증, 2~3주 지속되는 단기불면증, 4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불면증으로 나뉜다.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인 불면증의 경우 원인이 되는 상태가 개선되면 불면증도 따라서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만성불면증은 문제가 복잡하다. 일시적이거나 단기적인 불면증의 원인이 되는 상태가 개선돼도 만성불면증을 겪는 사람을 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결과로 낮에 효과적으로 능률을 올릴 수 없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밤에 잠을 청하기 위해 더욱 노력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신은 더 생생해지고 잠에 대한 걱정이 되풀이되면서 무리하게 잠을 자려고 시도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래서 만성불면증을 ‘학습된 불면증’, 혹은 ‘정신생리성 불면증’이라고도 한다.

    많은 만성불면증 환자는 의외로 불면증이 처음엔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됐다고 하며, 불면증이 왜 생겼는지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든 만성불면증 환자에게서 보이는 행동적 특성엔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우선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는 시도다.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피곤함을 면하려고 심하게는 10시간 이상 누워 있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오래 누워 잠을 청하면 되레 긴장되고 각성돼 수면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 밤에 자꾸만 시계를 보고 얼마나 잤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 확인한다. 그때마다 아직도 잠들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하고 ‘다음 날 낮에 어떻게 생활하나?’ 하고 걱정한다. 낮에도 잠을 청하지만 막상 잠은 오지 않고 피곤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활동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는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들이 잠을 보충하려고 당연히 시도하는 행동인데, 시간이 가면서 점차 이러한 행동 자체가 수면-각성을 조절하는 뇌의 기전을 방해해 만성적인 불면증이 지속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다.

    불면증에 효과적인 행동치료는 수면시간을 오히려 제한하고 규칙적인 수면시간을 지정해준 뒤 지키도록 지도하는 것인데, 이는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되는 수면-각성 기능을 증진시키려는 것이다. 수면제는 한 달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특히 만성불면증엔 일률적으로 수면제를 복용해선 안 되며 원인을 규명하고 원인에 따라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술을 마신 다음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의사 처방 없이 수면제를 구매해 복용하는 것은 다음 날 낮의 졸림과 수행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한다. 단기간 사용하는 수면제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시차적응, 교대근무, 급성 스트레스 상태 등이며, 만성적인 불면과 동반돼 과도하게 불안한 경우 이를 완화할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사용하거나, 특정한 의학적 장애에 수반되는 불면증과 같은 몇몇 경우에 국한된다.

    일상에 큰 지장…주간의 과도한 졸림

    불면증 못지않게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게 낮 동안의 심한 졸림이다. 통상 불면증 환자는 밤에 못 잔 잠을 보충하려 낮잠을 시도해도 막상 잠이 잘 오지 않는다. 그러나 낮에 졸림을 일으키는 장애의 경우, 밤에 그런대로 잔 것 같은데도 이상하게 낮에 졸리고 피곤하며 때론 참기 어려운 졸음과 함께 순간적인 잠에 빠지기도 한다. 그 때문에 수업이나 회의 도중 불성실한 사람으로 오해받고, 심지어는 작업이나 운전 중에 사고를 일으켜 사회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히기도 한다.

    밤 수면의 질을 저하해 낮에 심한 졸림을 일으키는 질환으로는 수면무호흡증, 하지초조증 등이 대표적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재적으로 위험한 질환이며, 또한 매우 흔하다. 수면 중 호흡이 자주 끊어져 얕은 수면이 많아지기 때문에 낮에 졸림이나 피곤함을 일으킨다. 심폐혈관계의 장애, 특히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에게서 흔하기 때문에 코골이 수술을 받기 전에 일단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꼭 감별 진단을 해야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코골이 수술로는 치료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초조증은 수면 전 혹은 수면 도중에 하지의 불편함을 느끼고, 근육이 일정한 리듬으로 수축하는 현상이 동반됨으로써 정상적인 수면 구조를 변화시키고 그 결과 불면증이나 낮에 심한 졸림을 유발한다. 노령층에서 보이는 과도한 낮의 졸림이나 불면증의 원인으로 빼놓지 말고 고려해야 할 질환이다.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므로 진단만 정확하면 쉽게 잠을 이룰 수 있다.

    낮에 급작스러운 수면 상태에 빠져드는 기면병(narcolepsy)은 세밀한 진단이 필요한 질환이면서 꼭 치료해야 할 대상이다. 참을 수 없는 졸음과 갑자기 근육의 힘이 풀리는 증상이 있으면 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데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외래에서 자주 보게 된다. 약물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편이므로 이 역시 진단만 정확하면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수면주기 변화로 인한 수면장애 중에서 임상적으로 주목할 것은 지연성 수면주기 증후군이다. 주 증상은 남과 같은 시간대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2~3시, 혹은 4시나 돼서 잠이 오기 때문에 잠들기와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다. 특히 오전 중엔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졸리고 오후가 되면서 머리가 서서히 맑아지기 시작한다. 학교나 직장에서 지각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나기도 하고, 오전의 수행능력은 저하된다. 하루 중 저녁부터 자정이 넘을 때까지 가장 활발히 기능한다. 청소년기나 젊은 성인층에서 의외로 많다.

    노인의 정상적인 노화과정에서 수면 구조가 변화함으로써 불면증이나 낮의 과도한 졸림이 나타나는데, 이 경우에도 심하면 치료대상이 된다.

    밤에 나타나는 이상행동증

    밤에 나타나는 이상행동증의 종류는 다양하다. 야뇨증, 이갈이, 야경증, 몽유병, 악몽 등이 흔히 알려진 질환인데 대개는 아동기에 나타나는 일과성 장애이거나, 정신과적 장애에 수반돼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하지 않아도 대부분 좋아지거나 원인이 되는 상태가 개선되면 같이 소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잠재적으로 위험한 건 몽유병, 야경증 정도이며 성인기까지 지속되면 진단을 위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면서 위험할 수 있고, 노인에게서 많이 보이는 질환으로 렘(REM)수면 행동장애가 있다. 이는 꿈의 내용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아침에 일어나서 환자 자신은 싸우거나 쫓기는 꿈을 꾸었다는 것 외엔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같이 자던 부인을 때렸다거나 자신이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매우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얘기를 듣곤 무척 당황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에도 자다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해대서 주위 사람을 당황하게 한다. 대개 50대 이후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데, 노인의 경우 치매, 파킨스씨 병과 같이 뇌의 퇴행성 질환과 관련 있는 경우가 흔하다. 수면다원검사에서 특징적 소견을 보이므로 진단이 그리 어렵지 않고 약물치료에 잘 반응한다.

    수면장애의 진단엔 세밀한 병력 청취와 함께 수면일지나 수면다원검사와 같은 객관적인 수면검사가 필수적일 때가 많다. 따라서 일단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무턱대고 수면제를 복용하거나 자가진단을 하지 말고 수면장애클리닉을 방문하는 게 좋다.

    수면다원검사란 수면 중에 일어나는 생리적 현상을 알아내기 위한 검사법으로 뇌파, 안구운동, 근전도, 사지의 움직임, 호흡운동 및 공기의 흐름, 심전도, 혈중산소포화도, 수면 자세의 변화, 코골이 음 등을 기록한다. 밤사이 기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수면 단계를 분석하여 수면 중의 호흡장애, 사지 움직임 장애, 각성뇌파 장애 등을 파악하고, 이러한 장애들과 수면 단계, 수면 자세와의 관계를 파악하며, 수면의 분절 정도를 알아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이 작업을 수행하려면 수면의학을 전공한 숙련된 의사라도 4~5시간이 필요하다. 전산화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한 후에도 결과는 반드시 전문가의 수작업 판독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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