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말하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 이민수·조숙행·한창수·원은수

    입력2014-06-19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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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적된 스트레스로 지친 심신에 이상이 생기면 적지 않은 사람이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린다. 생활의 활력을 되찾고 더 심각한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정작 자신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까. 그들의 ‘노하우’를 엿봄으로써 우리 자신에게 적합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보자.
    일에 몰두하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의대 교수로서 진료와 연구, 학생 교육을 병행하면서 여유시간이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 오래 일해오면서 나 자신의 마음부터 건강해야 환자의 어려움도 충분히 보듬을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곤 한다. 따라서 내게 스트레스 해소는 단지 개인적 여가생활이라기보다 전문가로서 환자에게 충실하기 위한 노력과도 연계된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난 일에 몰두함으로써 오히려 일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칙센트미하이 박사는 ‘몰입’은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서 희열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며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된다고 한 바 있다. 실제로 나 역시 몰입을 통해 집중력과 즐거움이라는 두 토끼를 잡는 경험을 여러 차례 하면서 이 방법에 확신을 갖게 됐다.

    인간이 어떤 활동을 하든 기본이 되는 게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 조직이 수축한다. 이를 통해 근육은 뇌로 하여금 스트레스 상황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반대로 뇌 역시 근육으로 추가적인 수축 신호를 보내면서 통증이 유발되고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진료 중 틈틈이 최대한 자주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이완해주는데 신체적, 정신적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상하지 운동을 모두 하려면 5분 정도 걸리지만, 한 동작을 15~30초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 여유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말하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모든 운동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므로 자신에게 맞는 운동의 종류를 찾는 게 좋다. 가장 추천하기 무난한 운동은 걷기인데, 내 경우엔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근처 공원에서 30분 이상 걷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주말을 이용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등산을 하면서 한 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기분을 전환한다.



    배우자와의 관계도 나이가 들수록 더욱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동일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배우자와 충분한 정서적 유대감이 있는 사람은 잘 극복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아내와 여행을 하거나 운동을 같이 하면서 대화시간을 갖는다.

    바쁘더라도 하루 1시간 이상, 일주일에 5일 이상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내 경우엔 시간, 장소에 크게 구애 없는 독서를 주로 하는 편인데,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자극을 받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

    명상과 취미활동이 생활의 활력소

    스트레스 조절에 마술적인 방법이 있는 건 아니다. 따라서 어떤 방법이 자신한테 맞는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선 새로운 방법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에게 적합한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내 경우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루에 한두 차례 눈을 감고 조용히 명상을 한다. 좋아하는 취미활동(그림 그리기)에 몰입하거나 관심 있는 미술서적 등을 보기도 한다. 가끔은 TV(내셔널 지오그래픽, 세계테마기행, 다큐멘터리, 휴채널 영상 등)도 시청한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말하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유머와 함께 웃는 즐거움은 스트레스에 대한 강력한 완충제다. 유머 구사를 위해 유머집을 읽거나, 때론 즐거움과 기분전환을 위해 단기여행도 해본다.

    신체적 이완을 위해 공중목욕탕에도 자주 간다. 스트레스에 대한 상식적인 해결은 이완을 하는 것이지만, 이완을 수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훈련이 필요하다. 이완 기술은 호흡기법, 근육이완기법, 명상기법 등 다양하다.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기법을 배워 지속적으로 훈련하는 게 효과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법이다.

    독서와 음악 감상으로 머리 식혀

    일상에 지칠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집에 일찍 가서 책을 한 권 들고 소파에 기대는 것이다. 대중과학 서적이거나 예전에 읽었던 소설, 동화책 또는 만화책일 수도 있다. 편안한 공간에서 책을 펴 들고 앉아 긴장했던 머릿속을 정돈하곤 한다.

    음악을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의 비올라 연주곡과 데이비드 달링의 ‘마이너 블루’ 같은 첼로 연주곡이다. 느린 속도의 차분한 음악을 틀어놓고 긴장하고 초조해진 마음을 튜닝하는 시간이 가장 편안한 시간이다. 이럴 땐 가족도 그러려니 하고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초등학교 시절에도 혼자 뒹굴면서 동화책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러다 4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 가는 친구가 선물해준 하모니카를 아무렇게나 불곤 했다. 중학교 시절 현악반에서 클라리넷을 배우기도 했지만, 중년이 된 지금도 가장 좋아하고 자주 입에 대는 악기는 하모니카다. 독일제 크로매틱 하모니카를 몇 개 갖고 있는데, 조용한 시간에 아무 생각 없이 이 노래 저 노래를 흉내 내며 불면서 뒹구는 것도 수십 년 된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그러다보면 마치 뜨거워진 휴대전화나 컴퓨터가 식듯,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하루 일과를 하면서 변연계에서 올라오는 각종 감정을 다스리느라 바빴던 전두엽을 쉬게 해주는 것이리라.

    명상이란 스트레스 받은 마음을 잊어버리기만 하는 게 아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기억과 그에 얽힌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조금 멀찍이 떨어뜨려놓고 영화 필름 돌아가듯 흘러가게 두는 것이다. 그 감정들에 이름표를 붙여가면서 내 마음을 스스로 이해하되 그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게 명상의 기전이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말하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격렬한 운동은 하지 않더라도 지나친 과식, 특히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자제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체중이 늘면 몸도 쉽게 피곤해지고 땀도 더 많이 흘리기 때문에 각종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해진다. 몸에 좋다는 건강식을 찾아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억지로 그러기보다는 우리 집에선 흰 쌀밥과 국수, 라면은 물론 탄산음료도 가족 모두 함께 끊었다.

    운동도 중요하다. 나는 원체 격한 운동은 잘 하지 못해 헬스클럽 회원권을 1년치 끊어놓고도 며칠 못하곤 하지만, 늦은 저녁이나 주말 오전에 아내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는 걸 아주 좋아한다. 한 시간 정도 같이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순간은 기분도 상쾌하고 일상에서 가장 귀중한 시간이 된다.

    스트레스 상황 자체에 대한 대화도 한 해결책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만든 한스 셀리에 박사가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는 죽음이다”라고 얘기했듯, 인간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나 사람을 피하거나 무시하려 해도 그 스트레스는 반드시 다른 형태로라도 우리 곁으로 다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못된 스트레스 해소법은 되레 스트레스를 증폭할 뿐이란 걸 이미 많은 사람이 안다. 그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내게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묻는 이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난 다음과 같이 답해준다.

    첫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원인부터 곰곰이 생각해보라. 우리는 보통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표면적 이유만 고려하고 근본적 이유를 간과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가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그 일이 내게 넘어오면, 표면적으론 내게 할당된 일의 양이 늘어난 게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생각되겠지만, 더 깊게 생각해보면 원만한 관계의 유지를 위해 동료의 이기적 행동을 보면서도 그에 대해 지적하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그 상황을 인내하기만 하는 스스로에게 화나는 게 스트레스의 진정한 원인일 수 있다.

    둘째, 가까운 사람, 즉 배우자나 부모, 형제 또는 친한 친구와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누자. 그러다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진짜 이유를 더 잘 알게 되고 스트레스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꼭 해결책이 아니더라도 내가 경험하는 감정이나 생각이 인식되면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감정(생각)의 자각과 정리가 중요한 이유는, 내면의 부정적 감정이나 생각을 해소하려면 그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 스트레스 상황에서 과연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는 게 가장 현명한지 판단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거쳐라. 스트레스를 받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면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충동적 행동은 향후 더욱 큰 스트레스를 초래할 뿐,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스트레스 상황마다 항상 올바른, 최선의 대응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만일 신중한 숙고 끝에 내린 대응방법이라면, 스트레스 상황이 잘 풀리지 않더라도 나중에 느끼는 후회가 덜하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말하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넷째, 평소 늘 즐겁게 생활하려고 노력하라. 바쁜 일상 중에도, 짧게나마 사랑하는 사람들과 식사든 와인 한잔이든 같이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고, 가벼운 운동을 계속하려 노력하고, 체중이 너무 늘지 않게 조심하는 등 외모를 가꾸려고 노력하며, 문화생활을 하려 노력하고,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시간적, 심적 여유가 없을 땐 이와 같은 생활을 실천하는 게 쉽지 않기에 ‘노력’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노력하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의 질 차이는 매우 크다.

    마지막으로, 종교도 많은 위안과 평안을 준다. 우리는 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시련과 역경을 경험하게 되고, 동반되는 극심한 스트레스 또한 혼자만의 힘으로는 막을 수도, 해결할 수도 없을 때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온전한 존재가 나와 함께 동행하고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믿음과 감사 또한 강력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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