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한동훈 ‘실점’ 없는데 이재명은 반사이익에 의존

[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40여 일 나쁜 뉴스 점철 野, 공천 과정 복기

  • 최병천 ‘이기는 정치학’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입력2024-03-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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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과반 승리 가능성 더욱 커져

    • 李, 진보+중도 상징 통합 비대위 거절

    • ‘한동훈의 판정승’ 결론 난 尹·韓 갈등

    • 與 낙동강벨트 공략 vs 野 친문 공략

    • 李 감나무 전략 vs 韓 가랑비 전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매직짐 휘트니스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중, 화면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관련 기자회견 모습이 보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월 10일 총선이 있다. 현재 추세로 보면 국민의힘이 과반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뒤지고 있는 추세를 뒤엎으려면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였다. 강성보수 이미지의 정치인 박근혜는 경제민주화-복지국가를 내세우며 중도확장 전략을 구사했다. 결국 새누리당 152석, 민주당 127석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문재인-김종인 조합 역시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였다. 문재인 대표와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질적 리더십을 가졌다. 그러나 둘은 조화를 이뤄냈다. 비호감으로 지목되던 상징적인 사람 몇 명을 컷오프(공천 배제)했고, 평소 민주당과 다른 콘셉트의 후보들을 영입했다. 진보-중도 유권자 연합을 만들어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새누리당은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기, 김무성 옥새 파동을 거치면서 ‘보수의 분열’을 초래했다. 결국 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을 얻었다. 민주당이 원내1당이 됐고, 국회의장은 민주당 차지가 됐다. 2016~2017년에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의 시작이었다.

    2024년 제22대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서 또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리더십 대결이다. 이 대표는 ‘유리한 판세를 뒤집은’ 패배의 교과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위원장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로 추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거 승리는 51% 유권자 연합을 통해 가능하다. 한 위원장은 보수결집과 중도확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결과적으로 보수+중도연합을 만들어냈다.

    총선의 기본은 리더십 대결, 공천 대결, 정책 대결이다. 리더십 대결이 가장 중요하고, 공천 대결이 그다음으로 중요하다. 정책 대결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무엇이 22대 총선의 승패를 갈랐는지 12월부터 최근까지 ‘결정적 분기점’을 정리해 보자.



    1월 말에 ‘이기는 정치학’이라는 책을 냈다. 총 7부로 구성된 책인데, 6부와 7부에서 22대 총선에 대한 판세 분석과 중도확장에 필요한 액션 플랜을 담았다. 선거에서 중도확장을 위한 핵심 방법론은 ‘약점 보완’이다. 중도확장에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자신의 약점을 정직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셋째, 액션플랜을 관철해야 한다. 각기 성찰적 자세, 추진력,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약점을 보완하려다 내부 저항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리더십 대결 역시 자신의 약점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보완했는지에 따라 판세가 갈렸다. 민주당의 결정적 장면을 먼저 살펴보고, 국민의힘의 결정적 장면을 살펴보자.

    3총리의 통합 비대위 요구와 그 좌절

    지난해 12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현 새로운미래 대표)가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 앞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30일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현 새로운미래 대표)가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 앞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현 새로운미래 대표)는 ‘신당 추진’ 의사가 있다는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의 경우 신당 추진에 관한 ‘빌드업’ 과정이 있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뜻밖이었다. 이재명 대표의 등장 이후 내내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추진은 급발진이었고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낙연 전 대표는 12월 13일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이때도 적잖은 사람들은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협상용 카드’라고 생각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3총리’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김부겸, 정세균, 이낙연 모두 총리를 맡은 바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2월 18일, 김대중 탄생 100주년 다큐인 ‘길위에 김대중’ 시사회에서 김부겸 전 총리와 이재명 대표가 만났다. 김 전 총리는 “큰 폭의 행보”를 부탁했다. 이낙연 전 총리와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라는 취지였다. 이틀 후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12월 28일에는 이재명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회동이 진행됐다. 김부겸·정세균 전 총리가 이재명 대표에게 요구한 핵심은 ‘통합 비대위’ 구성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통합 비대위를 구성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함박눈이 내리던 12월 30일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서울 중구에서 회동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대위를 요구했고, 이재명 대표는 거절했다. 당시 민주당의 분위기는 민주당의 ‘단독 과반’은 무난하고 180석도 가능하다는 분위기였다. 이날 회동은 결과적으로 ‘헤어질 결심’을 위한 만남이 됐다. 결국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대위 구성은 실현되지 않았다.

    민주당의 최대 약점은 이재명 대표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없이 승리할 수 없지만, 이재명 대표만으로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이재명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대위 구성은 민주당의 진보 지지층과 중도 지지층의 아우르는 진보+중도 정치연합을 상징했다. 12월 30일, 이재명-이낙연 함박눈 회동과 헤어질 결심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제’하에서 총선을 치르게 됨을 의미했다.

    ‘김건희 명품백’ 문제와 尹·韓 갈등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수산물특화시장에서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23일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수산물특화시장에서 현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한 위원장은 전국 순회와 함께 시도당 조직과의 만남도 추진했다. 그렇게 전국을 한 바퀴 돈 마지막 일정이 1월 18일이었다. 이날 두 가지 흥미로운 메시지가 나온다. 첫째,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백 수수가 부적절하다고 문제 제기하며 ‘마리 앙투아네트’로 비유했다. 둘째, 한 위원장 역시 ‘국민 눈높이론’을 제기하며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 해명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나는 두 메시지를 접하며 한 위원장이 ‘선(先)보수결집 + 후(後)중도확장’에 나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 위원장이 전국 순회를 마무리하는 일정인 서울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매개로 중도확장을 시도한다고 여겼다.

    정치에서 중도확장의 개념적 본질은 ‘약점 보완’이다. 민주당의 약점은 이재명 대표였다. 국민의힘의 약점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였다.

    김건희 여사에 관한 한 위원장의 ‘국민 눈높이론’ 제기는 돌이켜 보면 ‘한동훈의 중도확장 시도 1.0’이었다. 1월 18일 김경율 비대위원과 한 위원장의 ‘명품 백 해명 필요성’은 용산 대통령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김 비대위원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유한 게 정서적 반발을 초래했다. ‘국민 눈높이론’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한동훈의 중도확장 플랜도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반전은 1월 21일 일어났다. 오후에 두 개의 보도가 연이어 나왔다. 쿠키뉴스에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우 뜬금없는 보도였다. 이번에는 채널A에서 한발 더 나아간 보도가 나왔다. “한동훈, 사퇴 거부”였다. 여권 내부에서 뭔가 싸움이 벌어졌음을 의미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간에 갈등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언론에서 ‘윤·한 갈등’이라고 표현한 사건이다.

    1월 22일은 월요일이었다. 한 위원장은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서 “사퇴 요구를 거절했음”을 밝혔다. 사퇴 요구가 있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예정돼 있던 민생토론회를 취소했다. 그리고 1월 23일, 서천시장에서 둘은 만났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90도로 폴더 인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어깨를 툭툭 쳐줬다. ‘한동훈의 판정승’을 의미하는 장면이었다.

    윤·한 갈등은 1월 21~23일이 정점이었다. 사람들은 전개되는 사태를 관망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사람들은 한 위원장이 ‘윤석열 아바타’가 아니라 ‘맞서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설날 연휴는 2월 9~11일이었다. 이즈음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눈에 띄게 상승했고,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은 정체 및 하향 추세를 보였다. 윤·한 갈등 사태 3주차가 되자 이것이 여론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2월 4일 서병수 의원에게 전재수 의원이 있는 부산 북강서갑에 출마를 요청했다. 2월 6일에는 김태호 의원에게 김두관 의원이 있는 경남 양산을 출마를 요청했다. 이른바 ‘낙동강벨트’의 등장이다. 임혁백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은 2월 5일 ‘문재인 정부 관계자 책임론’을 제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한편으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전략공천을 위해 이곳저곳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논리적 일관성도 없는 조치였다. 국민의힘이 ‘낙동강벨트’를 공략하기 시작할 때, 민주당은 ‘친문 공략’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후 한강벨트, 반도체벨트를 공략하는 공천을 연이어 발표했다. 민주당은 2월 19일 김영주 전 국회부의장 탈당, 2월 20일 박용진 의원 하위 10% 평가 통보 공개, 2월 27일 임종석 전 실장 공천 배제, 3월 1일 홍영표 의원 컷오프, 3월 6일 홍영표 의원 탈당 등의 사태가 연이어 벌어졌다. 그리고 3월 6일 밤 20여 곳의 경선에서 ‘인지도 높은’ 비명 계열 후보들이 탈락했다. 이른바 ‘비명횡사의 밤’이었다.

    총선 승리 3大 요인… 분열 반사이익 중도확장

    1987년 이후 9번의 총선과 8번의 대선이 있었다. 17번의 선거를 관통했던 선거 승리 요인을 정리하면 분열, 반사이익, 중도확장이었다. 선거에서 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분열하고, 실책을 통해 상대방에게 반사이익을 제공하고, 혁신을 하지 않고 중도확장을 하지 않으면 된다.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하는 일이다. ‘지는 정치학’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분열하지 않고, 실책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혁신을 통해 중도확장을 하는 것이다. 혁신과 중도확장의 개념적 본질은 ‘약점 보완’이다. ‘이기는 정치학’이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관계자 책임론’을 제기한 날은 2월 5일이다. 이재명 대표는 2월 14일 ‘새 술은 새 부대론’을 제기했다. 2월 5일부터 박용진-정봉주 두 사람의 결선이 발표되는 3월 11일까지, 민주당을 지배한 뉴스는 ‘비명횡사, 친명횡재’였다. 무려 40여 일 동안 좋은 뉴스는 거의 없고, 나쁜 뉴스만 발생했다. 이재명 대표는 여론의 반발, 참패 가능성에 대한 내부 경고를 모두 무시하며 민주당 공천은 ‘혁신 공천이며, 이기는 공천’이라고 강변했다. 여론과 싸우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정치 행위는 득점, 본전, 실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동훈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에 ‘실점’한 일은 거의 없다. 본전 또는 미미하지만 득점 활동을 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 1점, 1점을 득점한 경우다. 이른바 ‘가랑비 전략’이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반사이익만 누리려던 ‘감나무 전략’에 안주했다. 22대 총선은 이재명의 ‘감나무 전략’이 한동훈의 ‘가랑비 전략’에 패배한 선거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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