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교회당 제단에는 15세기에 그려진 그림인 ‘Our lady of the Rock’이 걸려 있다. 2 마을의 작은 광장에서 야자수 너머로 보이는 다른 교회당. 3 Our lady of the Rock은 여성적인 느낌의 차분한 건물이다.
광장에서 두 섬까지는 매우 가까워서 Our lady of the Rock까지 작은 모터보트가 가끔씩 오간다. 달리 정해진 선착장도 없고 사람이 부르면 보트가 오는 식이다. 웃통을 시원하게 벗어젖힌 청년사공과 가격을 흥정한 후에 섬으로 가는 작은 배에 올랐다. 가까이 다가가자 섬은 멀리서 보던 것보다 더 아름답다. 왼쪽의 St. George에는 키 큰 소나무 숲이 둘러싼 적색의 건물이 있어 조금 남성적인 느낌이라면, 오른쪽의 Our lady of the Rock은 흰색과 녹색이 주조를 이루는 건물이 자리 잡고 있어 정숙한 여성의 느낌을 준다. 마치 신비의 성(城)으로 가는 기분이랄까. 이윽고 배는 섬에 도착했다.
Our lady of the Rock에는 교회당과 미술관이 같이 있다. 내부로 들어서자 동방 정교회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콘(종교 ·신화 및 그 밖의 관념체계상 어떤 특정한 의의를 지니고 제작된 미술양식)과 성화들이 눈길을 끈다. 전반적으로 색채가 조금 어둡고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초기 기독교의 분위기는 화려한 서유럽의 그림들보다 더 살아 있는 듯하다.
지금이야 작은 마을이지만 페라스트는 역사적으로 보면 오랜 옛날부터 무역에 종사하면서 번성한 도시였다. 해적과 이민족의 침입이 잦았는데, 외부의 침략을 용맹스럽게 막아낸 페라스트의 시민들은 15세기에 이 교회당을 세웠다. 그 후에도 여러 번 침략을 받았는데, 그중에서 17세기에 회교도인 터키인들의 침입을 막아낸 것을 도시의 자랑으로 여겨 지금도 매년 축제를 벌인다.

페라스트의 해변으로 해수욕을 하러 가는 사람들.(좌) 섬으로 가려면 버스에서 내려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한다.(우)
교회당에서 안으로 더 들어가면 미술관이 나오는데, 예상외로 알찬 소장품이 많다. 이 작은 해양도시의 오래된 유물부터 근대 작품들까지 볼 만한 것이 꽤 있다. 여행객을 위한 가이드도 있다. 미술관에서 나오면 작은 등대가 있고 그 뒤로 배들이 한가로이 떠다닌다. 이 작은 섬이 도시의 수호천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음을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배가 이 작은 등대를 불빛 삼아 페라스트를 드나들었을까.
섬 반대쪽으로 가자 바로 마주하고 있는 섬 St. George가 보인다. 그런데 저 섬에는 노래로도 전해오는 슬픈 전설이 있다.
한때 페라스트를 점령했던 프랑스 군인과 한 처녀가 사랑에 빠졌다. 어느 날 그는 명령에 따라 그녀의 집을 포격하게 되었는데 그만 포격으로 사랑하던 연인도 같이 죽고 말았다.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군인은 결국 수도사가 되어 죽을 때까지 섬에서 살았다고 한다.
전설 때문일까. 왠지 두 개의 섬은 비극으로 이별한 두 연인을 닮은 것도 같다. 어쩌면 그 수도사는 건너편의 아름다운 섬을 보며 사랑하던 여인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멀리 사공의 배가 보인다. 이제 섬을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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